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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남, 성실하게 자신의 색채를 찾아가다
에릭남 <There And Back Again>
장르적 문법이나 음악적 컨셉을 지키려는 의지보다는 안전함이라는 전략적 키워드가 먼저 떠오른다. (2022.04.27)
약간의 반향에 그쳤던 음악보다 인터뷰 능력 등 다른 개인기로 주목받았던 그의 뚝심 있는 음악 여정이다. <There And Back Again>은 2019년 발매한 <Before We Begin>에 이은 두 번째 영어 앨범으로 전작에 비해 비트 전개와 보컬 기술의 측면에서 한걸음 발전했다. 작품의 모든 트랙이 훌륭한 건 아니지만 음악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종종 귀에 들어온다.
무난한 멜로디의 'Lost on me'가 서막을 올리면서 앨범 전체를 스케치한 이후 예상 가능한 후렴 진행의 'I don't know you anymore'가 뒤따른다. 음반에서 몇몇 곡을 제외하곤 대부분 곡이 첫 두 트랙과 비슷한 결이다. 장르적 문법이나 음악적 컨셉을 지키려는 의지보다는 안전함이라는 전략적 키워드가 먼저 떠오른다. 이러한 분위기는 아티스트의 착한 이미지와 결합해 작품의 음악적 추동력을 여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깊은 그루브의 보컬이 도드라지는 'Wildfire'와 속도감 있는 선율의 'Any other way'가 앨범에서 특별한 지위를 획득해 <Before We Begin>의 'How'm I doing', 'Wonder'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원숙미의 씨앗이 발아하는 모양새다. 특히 'Wildfire'의 보컬적 성과가 눈에 띈다. 일반적인 테너가 낼 수 있는 음보다 훨씬 높은 음을 힘 있게 내지르는 대목은 에릭 남의 전작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많지 않은 악기 구성에도 불구하고 코러스의 공간감을 부각하며 풍부한 사운드를 구현해낸 믹싱도 근사하다.
<There And Back Again>은 본향으로의 회귀다. 이 한국계 미국인 가수는 미국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잭 생 쇼>의 인터뷰 중 "기회를 준 한국에 감사한다"고 말하면서도 언제나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아시안 뮤지션의 선례가 적은 미국에선 뮤지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한국에선 비슷한 피부색의 그를 구별하지 않았기에 가수가 될 수 있었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 K팝 팬을 등에 업은 영어 앨범은 소외 받았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시도다.
에릭 남은 조금 더 당당해야 한다. 미약한 진행의 곡을 타이틀로 배치하는 것보단 훨씬 용기 있는 선택도 가능한 순간이다. 더디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색채를 찾아가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슬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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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