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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밀스 “에너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이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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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육체적으로는 안 밀리지 않나. 이걸 음악으로 표현하겠다는 생각으로 뭐든 열심히 하고 있다. (2021.06.11)


던밀스는 수많은 대체재가 범람하는 힙합 신에서도 독자성을 얻는 데 성공했다. 개인 작업물을 비롯한 여러 협업으로 독특한 존재감을 피력하고,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활약을 펼치며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본인만의 영역을 꾸려 나갔다. 그가 추구한 노선은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초창기 레이블의 성장에 실질적인 양분을 제공했다.

하지만 성장한 것은 레이블뿐이 아니었다. 그저 '기세로 덤벼들었다'는 말처럼 신인의 저돌적 포부를 내비치던 '88'의 그는 대중과의 극적인 '화합'을 거치고 완성형의 '미래'와 조우하며 본인만의 고유 문법을 정착해 나갔다. 그리고 정규 2집 <F.O.B>는 한층 정돈된 모습을 가져오며 또 한 번의 성장을 선언한다. 서교동에 위치한 비스메이저 컴퍼니, 야심에 찬 복귀만큼이나 할 말이 쌓여 있던 그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역 후 싱글과 정규 앨범 발매는 물론 <딩고 프리스타일>과 <랩하우스 온에어>, 그리고 <마이크 스웨거>까지 출연하는 등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허슬하는 배경이 있을까.

사실 매일매일 일정이 있는 건 아니다. 스케줄이 잡힐 때만 조금 정신이 없지, 나머지는 집에 있거나 운동을 하며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낸다. 일단 군대에 간 동안 2년을 쉬었으니까 시간이 아깝더라. 피처링 제안이 들어오면 웬만해서 다 하려 하고, 개인적인 작업물도 내면서 올해는 내 목소리가 쉬지 않고 계속 나오게끔 할 예정이다. 사실 이런 게 좀 당연한 건데 조금만 쉬어도 게을러지니까. 근데 요즘 또 작업하는 게 재밌어서 최대한 많이 할 수 있을 때 하고 있다.

평소에도 규칙적으로 뭔가 하려고 하는 스타일인지.

속으로는 규칙적으로 일어나서 운동 가기 전에 정신도 좀 깨고 싶은 게 있다. 근데 막상 일어날 때가 되면 졸려서 마음처럼 잘 안되더라. 제대하고 나서 일주일은 여섯 시 반에 자동으로 기상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어떻게 새벽에 깨서 야간근무도 나가고 아침에 깨서 뛰고 소리 지르고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 국군장병 여러분들, 참 대단하다.

신병훈련소 종교 활동에서 부른 '88'의 영상 조회 수가 벌써 80만을 넘어가고 있다. 많은 분들이 던밀스의 군 생활에 대해 궁금해할 것 같다.

너무 재미있었다. 포병으로 복무하면서 탄을 운동 삼아 들곤 했다. 사실 그때 군기가 바짝 든 내 모습에 취해있었다. 처음 신병 위로 휴가를 나가서도 3박 4일 동안 전투복을 입고 다녔을 정도다. 근데 이제 상병 분대장 정도 되니까 짬이 좀 차더라. 주머니에 손도 들어가고.

군대에서 음악 생각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작업에 대한 구상도 틈틈이 이뤄졌나.

군대가 일과시간에 단 1초도 쉬지 않고 뭔가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쉬는 시간이 있고, 청소를 하다가도 해이해지는 시간이 생긴다. 자주포 안에 수첩이 항상 있었다. 선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혼자 남겨졌을 때 머릿속으로 BPM을 상상하면서 랩도 해보고, 가사도 많이 썼다.

최근 결혼 소식을 발표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이후 삶의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코로나 때문에 혼인신고만 해놓고 아직 식을 올리지 못한 상태인데, 자연스럽게 같이 지내게 된 터라 인생에 있어 크게 달라진 점은 잘 모르겠다. 요즘 밖에 나가질 못하니까 집에서 같이 넷플릭스 보고, 칵칵대며 웃고, 살 빼야 한다고 말하다가도 어떤 음식을 시켜 먹을지 고민하면서 보내곤 한다. 그야말로 신혼의 삶을 즐기는 어린 부부인 셈이다. 나중에 저스틴 비버와 헤일리 비버처럼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데 아직은 참고 있다. 또 내가 한국의 저스틴 비버가 아닌가.

그렇다면 나중에 'Peaches' 같은 곡을 기대해봐도 될까.

'복숭아쓰'로 해보겠다. 천도복숭아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특히 넉살 팬들이 경악했다고.

코로나가 없던 시절, 군대 휴가를 나가 혼인신고를 마치고 스무 명 가까이 되는 VMC 멤버를 모아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다. 고깃집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는데 다들 갑작스러워하더라. 지금이야 멤버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기혼자가 거의 없었으니까. 군대를 한 번 떠나보냈더니 여기서 또 한 번 더 떠나보낸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비록 내가 넉살과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웃음) 영원한 동반자로서 서로 부족할 때 채워주는 관계로 남을 테니 팬분들 너무 섭섭하지 말아달라.

앨범의 제목을 '북미 대륙에 막 내린 이민자'를 뜻하는 슬랭, 'Fresh off the boat'로 지었다. 이유가 있을까.

처음 유학을 갔을 때는 영어를 아예 할 줄 모르고, 한국말처럼 발음하니 'fob'이라는 단어에 예민해 있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나를 봤을 때 '한국에서 이제 막 온 친구네' 이런 시선보다는 겉모습은 동양인이더라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2세처럼 보이고 싶었던 거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여러 제목을 생각해 봤고, 결국 내가 살면서 가장 예민하게 생각했던 그 단어로 제목을 정하게 됐다. 군대에 있다가 사회로 다시 복귀했을 때 이 사회 입장에서는 갓 전역한 내가 '뜨내기'다. 사회에 적응하는 사람으로서 'Fresh off the boat'라는 말을 떠올렸고, 캐나다에 살 때 있던 일들과 느꼈던 감정을 가사로 풀어냈다. 그러다 보니 앨범의 서사가 만들어졌다.

유독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캐나다와 한국을 필두로 서사를 풀어낸 뒤, 노래방과 플스방 등이 세부적으로 등장하고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처음부터 자세하게 구상한 건 아니고, 그냥 한 곡씩 작업하다 보니 퍼즐처럼 맞춰졌다. 앨범이 80% 완성됐을 때 여기에는 이런 주제가 필요하겠다 싶어 추가한 곡도 있다. 'Home sweet home'이 그런 경우다.



정규작으로는 <미래> 이후 5년 만이다. 앨범의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훈련소 때부터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앨범을 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F.O.B.>에 들어간 곡 중 군대에서 쓴 가사는 '다시 서울'밖에 없다. 이 트랙만 휴가 때 녹음을 해서 완성했고 나머지는 전부 작년 9월부터 만들었으니 제작 기간은 5~6개월 정도인 셈이다. 도중에 고민을 많이 했다. 풀어내는 스타일을 바꿔볼까 싶어 여태까지 하지 않은 랩을 한번 해봤는데 뭔가 이상하고 나에게 잘 묻지도 않고, 소위 '야마'가 없더라. 그래서 깔끔히 정리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시 시작했다. 그 후로는 술술 나왔다.

'F.O.B. Interlude'의 외국인 승무원 역할을 화지가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원래 예정에 없던 트랙인데, 딥플로우 형과 앨범을 공유하면서 'Fresh off the boat' 앞에 유기성을 위한 스킷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입국심사 느낌으로 해보면 어떨까 해서 나오게 된 곡이다. 입국심사는 받아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혼자서 1인 2역을 하면 너무 오그라들 것 같았다. 그래서 영어가 유창한 멤버를 찾았고, 로스는 이미 피처링에 참여했으니 화지가 한번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다.

그러고 보니 'Fresh off the boat'에 참여한 로스 역시 교포 출신이다. 의도가 있는 기용인가.

원래 로스와 작업을 하게 된 건 단순히 내가 웨스트 코스트 힙합을 좋아한다는 이유에서다. 1집 <미래>에도 'That shit'이라는 웨스트 코스트 풍의 비트가 있고, 또 이런 랩을 한국에서 제일 멋있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로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둘 다 절묘하게 외국에서 온 공통점이 있다 보니 'Fresh off the boat'에 맞는 가사와 곡이 나왔다.

타이틀곡 '대박인생'의 경우에는 피처링 라인업이 상당히 독특하다. 노스페이스갓(Northfacegawd)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와는 어떻게 협업하게 되었나. 혹시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을까.

'대박인생'은 앨범이 완성되고 추가로 한 두 곡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제작되었다. 공연장에서 많은 분과 재밌게 떼창을 할 수 있는 곡이 필요했고, 평소 하는 말 중에 알아듣기 쉬운 단어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조금 위트있는 느낌의 '대박인생'이란 말을 떠올렸다. 원래 혼자 하려 한 곡인데, 녹음을 다 하고 들어보니 미니멀한 비트에 내 목소리만 계속 나오니까 너무 지루하더라.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어 2절을 날려버리고 이 'B급 감성'과 어울릴 만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와 노스페이스갓에게 연락을 했다.

노스페이스갓과의 작업은 원테이크로 끝났다. 작업실로 데려온 뒤 테스트 삼아 한번 녹음을 해봤는데, 쭉쭉 해보더니 결과물이 너무 괜찮더라. 그래서 그대로 마무리했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같은 경우에는 따로 녹음을 해서 보내줬다. 보통 나는 피처링 작업을 할 때 음원이 이상하거나 박자의 싱크가 맞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좋다고 하는 편이다. 언에듀에게 초안을 보내고 '저녁에 피드백을 드려도 될까요'라는 답장이 왔길래 바쁜가 싶었는데, 생각했던 그 친구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긴 문장들의 피드백이 쌓여서 와있더라. 신경을 많이 써줘서 너무 고마웠다.

일각에서는 이런 음악을 소위 '멍청트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내가 2014년도 데뷔하면서 기세로 막 덤벼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그랬다. 그전까지만 해도 진지한 랩을 구사하는 래퍼들이 많았고 내가 '강백호', '88' 같은 약간 무식하고 단순한 가사로 밀어붙이니 그런 반응이 나온 셈이다. 나는 마음이 가는 대로 랩을 했기에 이런 '멍청트랩'이라는 말을 나쁘게 듣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류의 트랩 음악에 먼치맨이나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노스페이스갓 같은 친구들이 꼽히곤 하는데, 사실 이 친구들은 전혀 멍청하지 않다. 정말 철저하고 똑똑한 친구들이다.

던밀스라는 아티스트의 장점은 접근성 높은 훅 메이킹이나 특유의 감칠맛 나는 래핑 등이 있지만, 그 바탕에는 '기세'와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비결이 있다면.

사실 나도 지친다. (웃음) 처음 랩을 시작할 때는 '내가 랩을 세상에서 제일 잘한다, 누구든지 데리고 와보라'는 과잉된 자신감이 있었기에 거기서 에너지가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을 깨닫게 되더라. 특출나게 가사를 잘 쓰는 편도 아니고, 나보다 잘하는 래퍼도 많고, 그렇다고 음악 스펙트럼이 넓은 것도 아니니까 내가 뽐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남들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육체적으로는 안 밀리지 않나. 이걸 음악으로 표현하겠다는 생각으로 뭐든 열심히 하고 있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그러다 보니 캐릭터에 많이 집중하게 된다. 약간 덩치가 있고 터프한 음악을 하는 래퍼로 더 게임(The Game)이나 50센트, 그리고 지금은 안타깝게도 하늘의 별이 된 군대에 있을 때 좋아하던 팝 스모크(Pop Smoke)가 있지 않나. 나도 영상에 나올 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생각한다.

그런 에너지가 잘 담긴 트랙이 'MVP'라 생각한다. 공연장에서 듣고 싶을 정도다.

아까 말한 대로 '대박인생'과 같이 나중에 추가된 곡 중 하나가 'MVP'다. 약간 조금 템포가 빠른 트랩을 하고 싶어서 버기(Buggy)에게 부탁했는데, 어느 날 버기가 쥬시 제이(Juicy J)의 앨범을 듣고 필이 꽂힌 거다. 신나고 빠른 느낌의 BPM의 초안이 만들어졌고 약간 구호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농구에는 경기 때 제일 잘한 선수가 공을 잡으면 관중들이 'MVP'라 외쳐주는 찬트 문화가 있다. 내가 어릴 때 농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MVP'라는 훅을 만드니 버스(Verse)도 금방 나오더라. 그렇게 완성된 곡이다.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공연장에서 화끈하게 했을 거다.

아이디어가 결과물로 바로 나오는 스타일 같다.

합이 맞으면 바로바로 되는 편이다. 나 혼자는 한계가 또 있으니까. 근데 요즘은 비트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번 '망나니 Freestyle'이라는 트랙은 직접 초안을 만들고 랩까지 전부 한 다음에 편곡 단계에서 홀리데이(Holyday)의 도움을 받은 곡이다. 이제 싱글을 낼 때 웬만하면 내 비트를 많이 써볼 예정이다.



이번 작품에서 넉살과 함께한 '다이나믹 듀오'를 짚지 않고 넘어갈 수 없겠다. 오랜 기간 다져온 둘의 케미스트리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

지금까지 넉살과 둘이서만 한 곡이 없더라. 'Ye I need'는 오디가 참여했고, '얼굴 붉히지 말자구요'는 뱃사공이, 그리고 '브라더'는 로스가 참여했다. 요즘 <궁금한 나라의 넉밀스>도 같이 진행하면서 둘이 힙합 노부부로 불리기도 하고, 단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넉살과는 오랜 역사도 있고 곡으로 풀어내면 재밌을 얘기가 많다. 그중에서도 만나게 된 일화를 다뤘다. 후에 개코와 최자에게 다이나믹 듀오 이름을 빌려도 되는지 물어봤고 감사하게도 허락해 주셨다. 샤라웃 투 개코 최자.

만남이라면 '영 노래방'에서의 디보를 빼놓을 수 없다.

내 기억에 그때 디보가 열아홉 살이었고 내가 스물세 살이었을 거다. 처음에 어떤 학교에서 선생님께 랩 하는 친구라고 소개를 받아 만나게 되었고,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가사 쓴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길래 알려주면서 친해지게 됐다. 마음도 잘 맞아서 사람을 모아 '크라운 타운'이라는 크루를 결성했다. 당시 토론토에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영 노래방이 있었는데, 노래방 뒤에 매주 모여서 프리스타일 랩과 사이퍼를 즐겨 했다. 그때 디보의 랩은 정말 독특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같이 녹음도 하고, 거기서 이 곡의 프로듀서인 DZ도 만났다. '붕어빵 팔던 소년 이제 beat 팔아'라는 라인이 그의 이야기다. 그때 아르바이트로 붕어빵을 팔던 DZ가 지금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번 <F.O.B.>는 많은 프로듀서가 참여했는데도 유기성이 굉장히 좋다. 사람이 많으면 조율 과정이 어려울 텐데.

조율 과정에서 한 명씩 만났다. <미래> 앨범부터 같이 작업을 해온 라우디(Raudi)와 군대에서 알게 된 아민서울(Imeanseoul)과는 군 복무 중에도 연락을 정말 많이 주고받았다. 둠스데이(Doomsday)에게는 웨스트 코스트 풍의 비트를 직접 요청했고, 홀리데이는 내가 옆에서 많이 괴롭혔다. TK는 '88'부터 함께 해왔으니 말할 것도 없다. 아마 사전에 다져 놓은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전부 기존에 다 알던 친구들이니까. 나 혼자는 이렇게 못했을 거다. 다들 너무 고맙다.

웹 예능과 미디어에 많이 출연하다 보니 캐릭터가 확실하지만, 오히려 그만큼 기믹이나 캐릭터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맞다. <F.O.B.>를 내고 나서는 좀 덜한데, 예를 들어 옛날에는 던밀스가 피처링에서 기가 막히게 했다는 글이 올라오면 '던밀스 노래 왜 듣냐, 딱딱해말고 뭐 있냐'는 반응이 있었다. 처음에는 열 받았다. 'Tough cookie' 같은 싱글을 냈을 때 실력도 없는데 인맥 힙합이냐는 말이 많았다. 가끔은 억울하고 자신감도 떨어지곤 했는데, 결국 더 보여줘야 싶더라. 내가 또 그런 나쁜 글 쓰는 사람들의 생각을 돌려놓기 위해 음악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고, 어차피 날 싫어하는 사람들은 내가 뭘 하던 싫어할 테니 그냥 신경 끄고 날 좋아해 주는 분들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신경 쓰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건가.

시간이 아깝다. 차라리 귀여운 걸 자주 본다. 집에 강아지를 기르는데, 이름이 붓따다. 몸무게가 30kg인데도 너무 귀엽다. 붓따를 보면서 마음을 정화한다.



<F.O.B.>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여 만든 트랙이 있을까.

'망나니 Freestyle'. 내가 만든 비트로는 세상에 처음 공개가 되는 곡이다. 그리고 내가 래퍼다 보니 믹스할 때는 항상 목소리 위주로만 신경을 썼는데, 이 곡은 비트도 목소리도 전부 내 거니까 전반적인 부분에서 내가 의도한 사운드가 잘 들리는지가 중요했다.

만들면서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일단 와이프가 영감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있던 곳인 토론토도. 앨범에 과거 모습과 학교 다닐 때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고등학교 때는 거의 농구 인생을 살았는데 또 앨범에 'MVP'라는 곡이 있고, 아마 현재까지의 나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앨범일 거다. 사실 내가 태어난 시절부터는 없지만, 한 고등학교 3학년부터의 랩 라이프가 담겨있는 셈이다. 차후작은 아직 계획이 없다. 프로젝트 성으로 앨범이 나올 수도 있고, 아마 몇 년 후 아기가 생긴다면 또 재밌는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인사 부탁한다.

사실 <F.O.B.>를 다섯 번 이상 쭉쭉 듣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항상 좋은 앨범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메시지 보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매일 고민한다. 공연을 하면서 재밌게 공유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어쨌든 건강하게 이 시기를 잘 버티고 이겨내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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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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