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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지 “이탈리아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김혜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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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에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랑 섞인 피드나 여행기가 아니라 인생의 한 부분인, 이탈리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제 이야기와 감정들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2021.06.11)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에는 ‘인터넷 설치에 3개월, 의사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 200분 연착이 대수롭지 않은 대중교통, 아침 일찍 가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처리할 수 있는 행정 업무, 24시간 편의점은커녕 배달조차 되지 않는’ 이탈리아에서의 리얼 라이프와 2020년 한 해 코로나로 전 세계 감염자 수 1위를 찍은 이탈리아에서 이뤄낸 한 부부의 기적 같은 재기 스토리가 담겨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동안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었던 일자리를 잃고, 유튜브를 통해 현지 상황을 전하며 ‘랜선 여행, 월간답사 프로젝트’ 등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구독자 수를 늘려온 채널 ‘이태리부부’의 성장 스토리가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좌절하고 기운을 잃은 독자들에게 작은 위안과 희망을 줄 것이다.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에세이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를 출간한 김혜지라고 합니다. 제목처럼 지금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7년째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스무 살이 넘어 처음 서울 땅을 밟았을 만큼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투어 가이드인 남편을 만나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제 삶을 거리낌 없이 기록하고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일 법한 유럽에서의 삶이지만,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중 코로나로 인해 남편은 갑자기 직업을 잃었고, 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멈춰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남아야만 했고 무엇보다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탈리아라는 무대를 바탕으로 이어온 지금까지의 기록을 콘텐츠로 제작하고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수익의 파이프라인을 확장시키며 작가로 그리고 크리에이터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의 상황을 한탄만 하기에 저는 무척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출간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고, 온라인 시대의 도래로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는 여행이 아닌 이곳에 살면서 보고 느낀 점 그리고 세계 최대 코로나 확진 국가로 낙인찍힌 이탈리아에서의 삶의 끈을 놓지 않은 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기록한 찰나의 순간들 그리고 현지인이 알려주는 베네치아 여행 정보도 알차게 수록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이태리부부'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계신데 유튜버가 된 계기와 독자분들께 유튜브 채널도 소개해주세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 해외에 살고 있는 부부의 공통된 취미생활이 필요했고, 백수 주부였던 저에게는 하나의 커리어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채널에는 코로나 전과 후의 이탈리아 여행 정보가 주를 이루고 있고, 소소한 일상이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 영상도 있습니다. 3년 동안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 해온 덕분에 여행 정보 채널로 성장하던 중 뜻밖에 코로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전역이 봉쇄 조치를 취하게 되면서 이곳에서의 삶을 포기해야 할까 싶은 순간도 왔지만, 감사하게도 유튜브 채널이 고정적인 수입의 수단이 되어 저희를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취미활동이 아닌 ‘유튜버’라는 직업인으로 책임감 있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매일 저녁 9시 라이브 스트리밍, 랜선 여행 등을 통해 구독자분들과 소통을 하면서 이탈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기 어려운 시기, 많은 분께서 이탈리아를 그리워하실 줄로 압니다. 다시 시작될 여행을 위하여 편한 친구처럼 이곳의 모습들을 매일 가감 없이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에서 보는 작가님의 예전 모습은 '정말 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탈리아에 가시기 전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맞아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정말 겁이 없었습니다. 20대 화장품 영업사원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탈리아에 정착할 생각을 하다니! 아직도 내가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하고 가끔은 믿어지지 않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부딪히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훌쩍 떠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험난할 줄 미리 알았다면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겠지요. SNS에서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르게 타지에서의 삶이 동경만으로 이어질 수 없고 마냥 행복하기만 할 수도 없지만, 큰 용기를 내어 지금까지 버텨준 스스로에게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범상치 않은 딸의 행보에 한 마디의 ‘노’도 없이 무조건 ‘예스’라고 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제가 이곳에서의 삶을 기꺼이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탈리아가 한때 코로나 때문에 엄청난 비상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작가님이 살고 계시는 현재 이탈리아의 상황은 어떤가요?

이탈리아는 한때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최대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지만, 강경한 봉쇄 정책과 빠른 백신 접종을 통해 점점 상황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뉴스에서는 올여름 안에 전 국민 백신 접종 완료 계획을 발표하고 있을 정도로 접종 속도가 빠른 편이에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느려터진 아날로그의 나라라고 책에 표현하기도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만큼은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위험 지역을 레드존 오렌지존 옐로우존으로 구분하며 아직 야외 테이블에서만 식사가 가능하지만 6월부터는 해외 관광객의 입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내 영업도 가능해진다고 하니 머지않아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1년 넘게 지속된 상황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잘 지내냐는 인사조차 꺼려지는 요즘입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마저 잃었지만, 발코니에서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르던 이탈리아 사람다운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께서 코로나로 인해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혹시 하늘 좋은 곳에서 지켜보실 어머님께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엄마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고 벌써 두 계절이 지났네요.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날의 감정이 벌써 아득해 지는걸 보면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매일 사랑한다고 이야기 할걸, 사진이나 영상 또는 엄마의 목소리를 남겨 둘걸 하는 후회들 속에 요즘은 조금씩 엄마에 대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엄마를 잊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기록이 이제는 글뿐 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면서 제 스스로에게도 큰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엄마의 임종은 지키지 못한 불효녀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당신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다고, 혼자 남으신 아버지를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남은 가족들의 기도를 듣고 엄마가 계신 곳에서 더 편안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당신이 많이 그립습니다. 너무나 사랑하고 보고 싶습니다. 



현재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어렵잖아요. 코로나가 끝나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으신 분들께 '여긴 꼭 가야 돼!'라고 추천하는 여행지와 이유를 알려주세요.

코로나 이후에는 당연히 제가 살고 있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여행은 단체 관광보다는 개인의 수요에 맞는 소수의 여행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는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짧게 머물다 가는 도시 중 하나였지만 베네치아의 매력에 빠지시면 일주일도 모자르다고 느끼실 거예요. 

이탈리아의 수많은 도시 중 베네치아의 장점을 꼽으라면 일반적인 여행 루트는 말할 것도 없이 황홀하고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으며 유일무이한 물의 도시답게 탁 트인 바다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쇼핑을 할 수 있는 아울렛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로의 이동이 용이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합니다. 알프스를 품은 거대한 돌로미티,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는 육로로 크로아티아는 배로 이동할 수 있답니다. 여행과 한 달 살기 모두에 적합한 도시가 바로 베네치아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부록에 현지인이 알려주는 베네치아의 비밀스러운 여행 포인트까지 놓치지 마시고 알찬 여행 하시기를 바랍니다.

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여행이 그 무엇보다도 간절할 시기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만 보시고 여행의 그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제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계실 줄로 압니다. 이 책은 SNS상에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랑 섞인 피드나 여행기가 아니라 인생의 한 부분인, 이탈리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제 이야기와 감정들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이탈리아에 살아서 좋겠어요”라는 부러움 섞인 말들과 “이탈리아에서 사는 건 어때요?”라는 무수한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책을 읽으신 분들께서 ‘친한 친구의 일기장을 훔쳐본 느낌’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제 이야기가 많은 분에게 공감이 되었구나 싶어 몹시 기뻤습니다. 책 한 권을 쓴다고 해서 대단히 유명한 작가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책이라는 성취를 통해 꾸준히 글을 쓰고 제 삶을 공유하는 데에 거리낌 없는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고 이탈리아에서의 삶을 궁금해 해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일상을 되찾고 독자분들을 이탈리아에서 만나 뵙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김혜지(유튜버)

이탈리아에 7년째 거주 중이다. 유튜브 ‘이태리부부’를 운영하며 이탈리아의 삶과 여행에 관한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꾸준히 기록하고 콘텐츠를 생산해 내며 삶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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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김혜지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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