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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칼럼] 소설가와 소셜미디어

<월간 채널예스> 202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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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른 소설가들의 삶을 알게 되는 일은 어땠나. 동지애와 꿀팁을 얻는 데 도움이 됐나. 서글프지만 아니었다. 두 가지 차원에서 그러했다. (2021.03.02)

이내(일러스트)

2021년을 시작하며 내린 결심 중 하나가 인터넷 접속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그런 고민을 하면서 관련 책들을 찾았다. 막연한 느낌이지만 21세기 들어 생활의 일부가 된 초고속 인터넷 환경이 단순히 시간을 잡아먹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삶에 무척 깊고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이에 대해 통찰력 있게 분석한 책 없나, 하고 여러 권을 뒤적였다.

내 문제의식이 그런 방향이어서인지, 읽은 책들은 하나같이 디지털 기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용 시간을 줄이라는 내용들이었다. 상당수 책들은 제목에서부터 그런 주장을 드러냈다. 『디지털 중독자들』과 『우리 아이 스마트폰 처방전』은 디지털 기기가 술이나 약물 같은 문제적 존재임을 암시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집중하는 법』 『디지털 시대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인터넷 환경이 몰입과 양육에 방해가 된다는 저자의 견해를 표지에서부터 알 수 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처럼 직접적인 제목도 있다.

내가 읽은 책들이 스마트폰과 함께 공격하는 또 다른 표적은 소셜미디어였다. 『인스타 브레인』과 『나쁜 교육』은 소셜미디어와 현대인의 정신 건강 문제, 특히 청소년의 우울증 증가 추세를 연결한다.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개인과 공동체 양쪽 모두의 안녕을 위해 우리가 소셜미디어를 멀리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의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꽤 설득됐고, 나도 소셜미디어 활동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자기 홍보의 시대에 대중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위 저자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가 꼭 필요한 도구 아닐까? 그런 의문도 들었다.

소셜미디어 계정을 처음 만든 것은 신문사에 다닐 때다. 특집 지면을 기획할 기회를 얻었고, 그 기사들을 홍보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가입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나, 내가 뭐라고 게시물을 올린다고 다른 사용자들이 거기에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퍼 나르는 것은 아니었다. 특집 기획 업무에서 벗어나고는 그 계정들을 한동안 방치해두다가 전업 작가가 되면서 다시 SNS 활동을 했다.

당시에 내가 소셜미디어에서 기대했던 것은 크게 정보와 홍보였다. 먼저 내가 바랐던 정보들은 이러하다. 세상이 돌아가는 분위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 신문이나 책에서 접하지 못하는 숨은 고수의 통찰, 다른 작가들의 생활. 한데 그런 기대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소셜미디어로 세상이 돌아가는 분위기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기는 어려운 것 같다. 많은 비판자들이 지적하는 필터 버블 현상 때문이다. 내가 편향되게 관계를 맺고, 거기에 더해 플랫폼들이 내가 좋아할 만한 내용 위주로 정보를 걸러주기까지 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피해 보고자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봤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신문이나 책에서 접하지 못하는 숨은 고수의 통찰’ 역시 환상인 듯하다. 소셜미디어의 글을 읽을 때에는 공짜라는 생각에, 또 그곳에 가벼운 정보들이 워낙 많은 까닭에, 조금이라도 깊이가 있는 글을 과대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 재치라면 모를까, 통찰 있는 글을 한 계정에서 꾸준히 보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그런 계정이 있으면 얼마 안 가 그 사람의 글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더라. 그러면 조금 기다렸다가 그 책을 읽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면 다른 소설가들의 삶을 알게 되는 일은 어땠나. 동지애와 꿀팁을 얻는 데 도움이 됐나. 서글프지만 아니었다. 두 가지 차원에서 그러했다.


이내(일러스트) 

『디지털 시대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서 ‘서브트위팅’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는데, 그게 어떤 행위를 가리키는 말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번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트위터에 누군가에 관해 비판적이거나 모욕적인 글을 올리는 것으로 상대방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지만 누구를 향한 말인지 다 알 수 있도록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다. 트위터뿐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도 다른 작가들의 계정에서 그런 글을 적잖이 접했고, 그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게 어디를 향하는 게시물이었던 간에 말이다. 그 외에도 기기묘묘한 일들을 제법 목격했다.



한편으로는 나 또한 누구를 비판할 처지가 아니다. 동료 작가들의 활동을 보면서 용기와 위안이 아니라 시기와 질투심을 느끼는 순간이 자주 생겼다. 『지금 당장…』의 저자 재런 러니어는 자신 역시 그랬다고 고백한다. 러니어는 소셜미디어들이 집단 내 서열에 집착하는 인간 본능의 스위치를 켠다는 가설을 제안하기도 한다.

홍보 측면에서는 작가에게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소셜미디어로 뜬 책은 분명히 있다. 얼마 전에는 편집자들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에는 책 주문량이 갑자기 늘면 해당 도서가 방송에서 언급됐는지를 확인했는데 요즘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는지를 살핀다고. 그리고 인스타그램으로 잘 팔리는 책과 트위터로 잘 팔리는 책이 서로 다르다고. 하지만 그렇게 책을 띄운 사람이 꼭 저자 본인인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신인 작가는 무조건 소셜미디어 활동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던 것 같다. 독자들이 소통하는 작가를 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즈음 나를 비롯해 상당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대해 대학가 비슷한 장소라고 여겼다. 젊은이가 많고, 전반적으로 흥겹고, 유행에 민감하고,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도 툭툭 튀어나온다고. 그러나 이제 나는 소셜미디어가 그보다 훨씬 더 기이한 곳이며, 작가와 독자의 소통도 그리 단순히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신인 작가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게 출판계의 대체적인 의견인지 궁금해서 몇몇 편집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두 가지를 물었다. 

(1) 작가들도 홍보 채널로서 SNS 계정을 가져야 할까요? 

(2) 어느 신인 작가가 자기 홍보 채널로서 SNS 계정을 딱 하나만 가지려고 한다면 어떤 SNS를 권하시겠어요?

예상과 달리 답은 제각각이었는데, 나는 이걸 출판인들 역시 소셜미디어 활용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독자들이 서점이나 출판사의 광고보다 저자의 말에 더 주목하는 만큼 작가가 SNS를 해야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저자가 신간 소식을 알리는 게 영향이 크다고 한다. 작가들에게 증정 도서를 보낼 때에도 SNS 활동을 하는 분들 위주로 발송한다는 출판사도 있었다.

반면 ‘하면 도움이 될 테지만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는 정도의 유보적인 의견도 있었고, 홍보 목적으로 운영하는 계정은 어차피 별 매력 없으니 좋아서 하는 게 아니면 안 하는 편이 낫다는 답도 있었다. 일반 단행본 작가라면 필수지만 소설가라면 모르겠다, 인상적으로 운영되는 작가의 SNS가 딱히 없어 보인다는 답도 있었다.

추천하는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까지 의견이 다 달랐다. SNS로 분류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유튜브라는 답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이라고 답한 편집자는 두 사람이었는데 이유가 서로 같았다. ‘평화롭다’와 ‘비교적 온건하다’였다. 좀 삐딱하게 해석하면 홍보 효과보다 사고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 아닐까.

나는 트위터는 그만뒀고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소설가이고,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홍보 목적으로 운영하는 계정이다. 솔직히 나와 잘 맞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안 들고, 다른 사람의 게시물도 별로 안 읽는다. 그렇게 아까 그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이게 나한테 필요한가? 그만둬야 하나?

이런 때 소설가가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새삼 한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상담하거나 직업적 조언을 구할, 비슷한 경험을 먼저 한 업계 선배를 근처에서 찾기 어려우니. 그런데 한편으로는 거의 모든 직업 분야에 미증유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앞서 간 사람의 지혜로운 조언은 어느 누구도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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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강명(소설가)

기자 출신 소설가. 『한국이 싫어서』,『산 자들』, 『책 한번 써봅시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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