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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자유로워지는 거야, 오마이걸 유아
확장하는 유아의 세계
오마이걸이 그랬듯이 유아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가 꾸었던 꿈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숲의 아이’는 언제고 끝나지 않고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일 때마다 길을 잃을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2020.09.17)
오마이걸의 멤버 유아의 첫 번째 솔로 앨범 타이틀곡 ‘숲의 아이(Bon voyage)’는 ‘숲의 아이’라는 본래의 제목과 ‘Bon voyage’라는 부제가 조화롭게 맞아떨어지는 독특한 트랙이다. ‘숲의 아이’라는 동화 같은 제목과 프랑스어로 “좋은 여행 되세요” 내지는 “여행 잘 다녀오세요”라는 뜻인 ‘Bon Voyage’는 언뜻 보기에 확실한 연결고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뮤직비디오와 무대 위에서 유아가 보여주는 나풀거리는 움직임은 곡의 반주와 가사에 담긴 의미를 또렷하게 전달하며 자유롭게 내 안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여성들의 삶에 행운을 빌어주고 있다.
퍼포먼스에 능한 아이돌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를 만들면서, 유아에게서 가장 강하게 전달받은 키워드는 ‘자유로움’이었다. 하지만 유아가 말하는 자유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오마이걸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깨부수고 새로운 것을 해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안에 다소 갇혀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걸그룹 노래에 흔히 쓰이는 특유의 창법을 사용하던 시절을 지나서 조금 더 자신의 본래 보이스 톤에 가까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유아가 되기 전에 유시아로 지내던 시절의 꿈을 여러 퍼포먼스 영상들을 프로듀싱하면서 대중 앞에 선보이겠다는 꿈은 ‘돌핀(Dolphin)’ 속 허스키한 보이스와 ‘라이츠 업(Lights Up)’ 커버 영상을 통해 실재가 되었다.
그리고 유아가 이렇게 꿈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이 ‘숲의 아이’에 모두 담겨있다. ‘숲의 아이’는 오마이걸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다시피 한 작사가 서지음의 손을 빌려 쓴 한 편의 소설이지만, 이제 유아는 오로지 자신의 여행을 떠나는 소녀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이제는 소녀가 아닌 나이라고 해도, 소녀였던 시절에 한 번쯤 상상해보았을 “조금 낯선 곳에 눈을 떴던” 나에 관한 이야기. “온몸엔 부드러운 털이 자라나고 / 머리엔 반짝이는 뿔이 돋아나는 / 그런 곳 이상한 곳” 말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유아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느끼는 설렘을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MOANA)’의 주인공처럼 두 팔 벌려 마주한다. 이 세계는 낯설지만, 유아는 곧 떠날 여행에 채비를 마치고 “가장 높은 절벽에 올라가 소리쳐 / 멀리 세상 저편에 날 기다리는 숲”을 찾아 길을 나선다.
이 곡은 오마이걸의 ‘윈디 데이(Windy Day)’처럼 수많은 비유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곡이다. 하지만 “길을 잃으면 키가 큰 나무에게 물어야지 / 그들은 언제나 멋진 답을 알고 있어”라며 “이제 난 가장 나 다운 게 무엇인지 알겠다” 고 카메라를 또렷하게 응시하는 유아의 눈 속에서 대중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마주했을 과거에 그린 미래를 본다. 과거에 그린 미래는 아름다웠고, 빛이 났고, 비현실적이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나이고, 길을 잃으면 나를 인도해줄 키가 큰 나무도 곁에 있으니 말이다. 유아는 ‘숲의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여전히 헤매기도 하지만, 갈림길에서는 누군가에게 답을 물어가되 “가장 나다운” 방향을 정해두고서.
오마이걸이 그랬듯이 유아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가 꾸었던 꿈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숲의 아이’는 언제고 끝나지 않고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일 때마다 길을 잃을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또한 그 아이의 얼굴이 어떻게 변해가든, 광활하게 펼쳐진 숲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힘을 주던 유아의 모습도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자유를 꿈꾸던 소녀 시절의 얼굴이자, 자유를 얻은 지금도 자유롭기를 원하는 어른의 꿈꾸는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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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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