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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로미오의 이야기, GOT7(갓세븐) JB

JB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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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갓세븐의 멤버로 활동하며 무대 위에서의 로미오가 한 가지 모습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해온 사람. 그런 로미오가 그려내는 사랑의 모습은 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20.04.27)

사진1 GOT7_lullaby_ JB.jpg
<Lullaby> 티저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전문 저널리스트 박희아가 아이돌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소개하는 <박희아의 비하인드 아이돌>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저는 그냥 굳이 섹시라는 단어를 안 붙여도 돼요. 저 자체라서.” 갓세븐의 리더인 JB는 지난해 유겸과 함께한 Jus2 활동 당시 ‘HOW TO BE SEXY’라는 키워드 질문에 “(섹시함의) 표본”이라며 위와 같이 답했다. 그 뒤로 “장난이 너무 심했다. 죄송하다”고 웃음을 터뜨린 그는 말을 정정할 듯 보였지만 이내 “(스스로 최근에 섹시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매일 자신의 섹시한 모습을 봐서 “무뎌졌다”는 것이다!


능청스럽게 농담을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JB의 모습은 사실 무대 위에서의 그의 모습만 보던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날카로운 눈매에 진한 눈화장을 하면 그는 히스테릭한 남성의 이미지를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서늘한 인상을 풍기고, 발랄하고 씩씩한 소년 같던 그의 모습은 연차가 쌓이며 이제 ‘Lullaby’와 같이 상대적으로 청량한 곡에서조차 날렵함을 연상시키는 성숙한 모습으로 변했다.

 

무대에서 화려한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하는 아이돌들은 어디서든 자신들이 만든 캐릭터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자신의 셀프카메라를 올릴 때조차 별다른 멘트 없이 이모티콘 하나로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려 하고, 실수로 이모티콘과 멘트를 길게 쓴 사진을 올렸다가 급히 지운 일화는 JB가 팬들 앞에서 지키고 싶은 자신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지키고 싶은 모습이 어떻든 간에, 무대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지면 자신이 철저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섹시한 남성을 연출하다가도 그는 뻔뻔스럽게 자신의 섹시한 모습을 매일 봐서 무뎌졌다고 팬들에게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여유로 현실을 살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최근에 발표한 새 미니 앨범 <DYE>의 타이틀곡 ‘NOT BY THE MOON’은 JB가 그동안 쌓아온 여러 이미지의 총체다. 언뜻 보면 염세주의자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늘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달처럼 매일 변하는 그런 맹세하지 마 / 변치 않을 마지막 입맞춤이 아닐 거라면은”과 같은 가사 속 로맨틱한 고전 소설의 이야기를 2020년에 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는 달의 전설을 믿지 않는 냉소주의자의 얼굴에 더 가깝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하지만 JB는 사랑을 갈구하는 몸부림이 담긴 퍼포먼스를 정확한 각도의 안무가 아닌 절제 없이 자유로운 느낌으로 표현한다. 이 무대에서 JB는 예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NOT BY THE MOON’의 의상에 전면으로 반하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히스테리에 젖은 귀족 청년의 펌 머리는 길게 늘어뜨리거나 묶으면서 마음껏 흐트러지고, 이 소설의 정형화 된 낡은 구석을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모티프가 된 이 곡에서, 달과 연인에게 신경질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NOT BY THE MOON’을 JB가 자신의 식대로 다시 쓰는 고전 소설의 한 장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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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BY THE MOON> 티저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작 3분여의 시간 동안 그는 자기 식대로 이야기를 뒤틀어 소설 속 주인공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차가움, 염세, 냉소, 가끔은 뻔뻔스러움, 능청맞음. 오랫동안 갓세븐의 멤버로 활동하며 무대 위에서의 로미오가 한 가지 모습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해온 사람. 그런 로미오가 그려내는 사랑의 모습은 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늘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자유롭게 써 내려갈 사랑의 모습이기에.

 

 

 

 

 

 

 

 

 


 


 

 

갓세븐 (GOT7) - 미니앨범 : DYE 갓세븐 노래 | 드림어스컴퍼니 / JYP Entertainment
GOT7의 새 미니 앨범 'DYE'는 한 편의 고전 소설을 펼쳐보는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저돌적인 모습을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불안정하게 일렁이는 바다를 환히 비추는 등대를 떠올리게 한다. 사랑의 감정을 다각도에서 바라보며 리스너들에게 강한 이끌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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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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