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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라면서 연애는 왜 해?

곽민지의 혼자 쓰는 삶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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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다뤄야 할 내 정교한 욕망들이 사회가 주입한 연애신화 때문에 ‘연애하고 싶다’로 눙쳐지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요. (2020.08.18)

일러스트_응켱

안녕하세요 선생님. 얼마 전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비혼주의자라는 사람들은 그냥 이기적인 애들이야. 비혼이라고 떠들면서 연애는 또 하더라. 외로움은 지들이 더 타면서 비혼은 무슨.’이라고 하셨지요. 자리가 자리라 길게 드리지 못한 답변을 글로 대신합니다.

먼저 저는 비혼주의자입니다. 어느 자리에나 비혼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는 당연한 상상력이 없으신 것 같아 알려드립니다. 참 신기하지요? 세상엔 나의 클론 같은 사람들만 사는 줄 알았는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란 게 존재를 한다니요.

외로움, 당연히 탑니다. 연애도 저의 경우 가끔 합니다. 그런데, 연애하는 것이 외로움을 타서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못내 씁쓸한 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연애를 하면 외로움이 채워진다는 공식은 사회가 열심히 주입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미디어는 혼자 밥 먹기 싫은 순간, 성욕이 끓어오르는 순간, 권태로운 주말 낮의 어느 순간 등을 보여주고 ‘아, 연애하고 싶다.’라는 대사를 들이밀기도 하지요. 언제부턴가 우리도 서로에게 ‘야, 연애라도 해 그럼’ 같은 말을 주고받고요.

‘연애하고 싶다’라는 말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게 필요한 게 친구와의 밥 한 끼인지, 마스터베이션 혹은 한 번의 섹스인지, 새로운 취미인지… 소중히 다뤄야 할 내 정교한 욕망들이 사회가 주입한 연애신화 때문에 ‘연애하고 싶다’로 눙쳐지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요.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가, 일상의 헛헛함이 채워지기는커녕 그 전엔 간간히 운영되던 일상마저 파괴되는 일이 얼마나 잦은지요. 

나의 정서적 안정을 타인에게 외주 주는 건 그래서 위험합니다. 내 감정은 보고 받고 피드백 받고 컨펌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직접 실무를 뛰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이미 홀로 있을 때 가진 내면적 허전함이 있었다면, 그건 둘이 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 프로그램에서 김이나 작사가님이 하신 말처럼, 사람은 반쪽짜리가 아니라 온전한 하나거든요. 다른 반쪽이 나타나 날 채워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다른 하나와 어떻게 동행할지를 고민하는 게 연애 아니겠어요? 비혼으로 잘 살 사람이 결혼생활도 잘할 사람인 것은 그래서 그런 거겠지요.

연애는 내 상황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과 연애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시간, 돈을 다 감수하고라도 그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를 때요.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면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끊임없이 확인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연애니까, 외로움을 근거로 시작하는 연애는 그래서 위험한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연애는 무기력, 외로움 같은 결핍의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는 충만한 상태일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도 제가 원할 때 적당히 잘 연애하며 살고 있습니다. 비혼과 비연애, 무성애를 혼동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비혼은 문자 그대로 비혼일 뿐입니다.

비혼자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속을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결혼을 희생과 사회공헌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의 선택을 국민의 의무를 저버린 취급하는 게 아닌지 말입니다. 마음속 한구석에, 나도 저렇게 살고 싶은데 지들만 저렇게 사는 것 같아 화가 나신 건 아닌지요? 결혼이 주는 기쁨도 참 많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비혼자를 공격하며 부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대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시면 어떨까요? 다음 생에는 꼭 비혼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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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곽민지

작가. 출판레이블 <아말페> 대표. 기성 출판사와 독립 출판사, 기타 매체를 오가며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걸어서 환장 속으로』 『난 슬플 땐 봉춤을 춰』 등이 있다. 비혼라이프 팟캐스트 <비혼세>의 진행자, 해방촌 비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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