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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3월 대상 – 요가,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

나, 요즘 이것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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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생각 없이 시작한 요가에 나는 푹 빠져버렸다. 길게 느껴지는 1시간 수업을 끝내고 차가운 공기를 맞을 땐 오늘 하루 내 몸을 살뜰히 돌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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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채널예스가 매달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공모하여 ‘에세이스트’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대상 당선작은 『월간 채널예스』, 우수상 당선작은 웹진 <채널예스>에 게재됩니다.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은 매월 다른 주제로 진행됩니다. 2020년 3월호의 주제는 ‘나, 요즘 이것에 빠졌다’입니다.

 

 

“요가는 해 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그럼 다른 운동은?”


“아니요, 없어요.”   

 

대답하고 민망해서 웃음이 나왔다. 나는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운동을 꾸준히 해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체력도 근력도 없이 이렇게 살다 간 골로 가겠다 싶었다. 게다가 주변에 요가를 하는 친구들이 거의 종교 수준으로 요가를 찬양했다. 퇴근하고 너무 피곤해도 요가를 다녀와야 몸이 편안해지고 정신도 맑아진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어지는 간증(?) 때문에 더 궁금하기도 했다.   

 

“그럼 처음에는 좀 힘들 수 있어요. 너무 힘들 때는 무리하지 마시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따라 하시면 돼요.”   

 

실장님이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리하지 않는 것은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부턴 될 수 있으면 화장은 하고 오지 마세요. 매트에 묻을 수 있거든요.”    

 

실장님의 마지막 말에 나는 살짝 당황했다. 등록하고 바로 운동을 할 생각이라 피부 화장과 입술만 간단하게 칠하고 나왔기 때문에 문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요가복을 갈아입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는 수강생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거의 대부분이 맨얼굴이었다. 여자들의 맨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다들 자연스럽고 생기 있어 보였다.

 

나도 옷을 갈아입고 뒷줄에 엉거주춤 자리를 잡았다. 요가복은 몸에 딱 달라붙어 군살을 여실히 드러냈다. 나는 괜히 처음 온 사람티를 내며 주변을 살폈다. 스튜디오 안은 고요했다. 시험지를 받기 전에 느껴지는 긴장감 있는 정적이 느껴졌다. 어쩐지 경건해지기까지 했다. 다들 저마다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나도 눈치를 보며 다리를 쭉 뻗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좀처럼 발에 손이 닿지 않았다.   

 

그때 문을 열고 요가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냥 걸어와서 앉았을 뿐인데 몸짓이 가볍고 앉은 자세가 바르고 단단해 보였다.    

 

“나마스테”   

 

합장을 하고 모두가 인사를 했다. 생전 처음 내뱉는 다른 나라 인사말이 어색하고 신기했다. 그 뒤로 간단한 설명 뒤에 동작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몸을 푸는 동작에서 점점 따라 하기 힘든 자세가 늘어났다. 초보자는 많지 않은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자세를 다들 흔들림 없이 유지했다. 나는 동작을 따라 하기에도 바빴다. 다리는 얼마나 벌려야 하는지 고개는 어딜 향해야 하는지 힘은 어디에다 줘야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선생님이 돌아가면서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끙’하고 앓는 소리가 절로 났다.

 

혼자서 동 떨어진 채 잘 따라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계속해나갔다. 나를 기죽이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자기 자세에만 집중하고 호흡을 유지하려고 신경 썼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그 공간이 왠지 뭉클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눕고 웅크리고 뻗으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에 누워서 몸에 있는 모든 힘을 빼고 눈을 감을 때 왜 그리도 친구들이 요가를 추천한 건지 알 것 같았다.   

 

요가를 시작하고 1주~2주 동안은 요가를 한 다음 날에 두들겨 맞기라도 한 듯 온몸이 뻐근했다. 특히 평소 쓰지 않던 허리와 다리 근육이 뭉친 것처럼 아팠지만 3주째부턴 신기하게도 그런 통증이 싹 사라졌다.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 하면서 몸이 풀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단순히 동작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자세로 좀 더 길게 유지하려는 욕심이 생겼다. 아무도 다그치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조용히 나와 마주하는 일은 작은 성취감까지 주었다.   

 

아직도 몸이 뻣뻣해 제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은 많지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내 몸의 구석구석에 닿는 통증들을 느끼며 견뎌낸다. 왜 요가를 ‘수련’이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고요하게 호흡을 유지하며 인상도 쓰지 않는다. 얼굴의 근육은 풀고 최대한 자신의 몸에 집중한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요가에 나는 푹 빠져버렸다. 길게 느껴지는 1시간 수업을 끝내고 차가운 공기를 맞을 땐 오늘 하루 내 몸을 살뜰히 돌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제 나 역시 주위 사람들에게 요가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돌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요가는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좋은 운동이다.

오늘도 나는 요가를 하며 머릿속의 잡념을 밀어내고 흐트러진 자세와 호흡에 집중한다. 중심을 잡기 위해선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비워내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야 한다. 아무래도 나는 요가의 매력에 쉽사리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 이제 막 요가에 입문해 놓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지만 한 달이면 충분히 느낌이 온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야 비로소 내 몸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조금 더 소리 높여 인사한다. 내일이 좀 더 안녕하기를 바라며.

 

나마스테-

 

이수연 부산에서 상경해 동생과 불편한 동거 중.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페이지
//www.86chu.com/campaign/00_corp/2020/0408Essay.aspx?Ccode=000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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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부산에서 상경해 동생과 불편한 동거 중.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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