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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사람이 가장 작아질 때, SF9 로운

로운의 뒷모습에 담긴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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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까지 배우 생활을 하며 SF9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 애를 썼던 로운은 오히려 모든 멤버가 말하고 난 뒤에야 입을 뗐다. “저희의 진심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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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1집 ‘FIRST COLLECTION’ 사진. (출처: FNC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SF9의 멤버인 로운의 키는 190cm가 넘는다. 아이돌 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키가 너무 커서 프로필상에 줄여서 표기하는 아이돌 멤버는 로운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올 정도로, 그는 큰 키와 거기에 어울리는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넓고 단단한 어깨를 지녔다. 이러한 신체적 조건, 즉 “연예인으로서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외모의 조건들은 어디서든 그를 눈에 띄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로운이라는 이름이 잘생긴 외모와 동일시될 정도로, 모든 것이 크고 또렷하며 탄탄한 그의 모습은 넘치는 자산이라는 의미다.

 

최근에 그가 속한 그룹 SF9은 데뷔 4년 만에, 아홉 번째 앨범 만에 음악방송에서 처음으로 1위를 거뒀다. 멤버들이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던 그때, 로운은 가장 구석진 곳에서 팔짱을 끼듯 손을 모으고 입술을 꽉 다문 채로 자리를 지켰다. 2019년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속에서 이름조차 없는 엑스트라로 등장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소년의 모습을 음악방송 무대 위로 옮겨온 듯한 모습. 가장 키가 커서 도무지 눈에 안 띄려야 띄기 어려운 사람이자, 가장 최근까지 배우 생활을 하며 SF9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 애를 썼던 그는 오히려 모든 멤버가 말하고 난 뒤에야 입을 뗐다. “저희의 진심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Mnet엠카운트다운-Mpd직캠-1위소감후-로운.jpg

Mnet <엠카운트다운 M> pd직캠의 한 장면

 

 

처음 맞이하는 1위 앵콜 무대에서 멀찍이 무대 뒤쪽을 배회하던 그의 모습을 보며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기만 하면 크게 웃고 떠들며, 말이 많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기까지 한 소년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단해 보이는 외모만큼이나 차분하게 감정을 추스르는 것처럼 보였던 그는 1위 소감을 얘기하면서 연도를 헷갈릴 정도로 사실 긴장해 있었다. 이런 로운의 모습은 지난 시간 동안 그가 가수이자 배우로서 활동하며 보여준 여러 개의 캐릭터와 겹쳐진다. <여우각시별>에서 그가 연기했던 따뜻하고 유쾌한 고은섭은 지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의 옆을 지켰고, <어쩌다 발견한 하루> 속 하루는 엑스트라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끈질기고 치열하게 뛰어다녔다.

 


가장 주인공에 어울릴 것 같은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는 종종 누구보다 작은 사람이 되어 자리를 지켰다. 자신이 주연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그럴 실력이 안 된다며 거절했다는 일화나, 말이 많다는 타박에도 꿋꿋하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이 이제는 좋은 결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순간,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말처럼 “진심은 전해진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명제가 실재가 된다. SF9의 멤버들이 1위를 한 뒤에 벗어놓은 재킷 한 장 한 장을 홀로 말없이 챙겨 무대를 나서던 그의 뒷모습에 담긴 진심 같은 것. 아마 그때, 로운이 집어 든 것은 그저 재킷 더미가 아니라 꿋꿋함과 노력 끝에 얻어낸 새로운 미래였을 것이다. 자신과, SF9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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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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