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뭐길래] 보기 좋은 표지의 책이 내용도 좋다 – 허남웅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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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르인지, 작가가 누구인지, 내용이 어떤지 만큼이나 저는 표지가 얼마나 예쁜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표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읽을 맘이 사라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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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영화평론가 허남웅은 웹진 <채널예스>에서 ‘허남웅의 영화경(景)’을 연재하고 문학 팟캐스트와 영화 GV를 진행한다. 대한민국에서 개봉한 영화를 가장 먼저 보는 사람, 그리고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영화평론으로 등단을 하진 않았다. <FILM 2.0>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영화계에 입문, 영화에 관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2015년에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그 영화의 꿀팁』 을 집필했다.

 

최근에 읽은 책들을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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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을 좋아합니다. 특히 스티븐 킹의 왕(?) 팬입니다. 출간되는 족족 읽습니다. 최근에는 『고도에서』 를 읽었습니다. 스티븐 킹은 ‘호러의 제왕’으로 유명한데 <고도에서>는 결이 다릅니다. 성격도, 성향도 전혀 다른 이웃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는지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흐뭇하다가 마지막 순간 찡해집니다. 스티븐 킹의 작품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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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는 장르 소설에 편중한 책 읽기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요. 올해 저의 베스트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입니다. 엇! 이 작품도 장르물이네요. 취향은 어디 가지를 않나 봐요. 고인의 살아생전 기억을 데이터 형태로 모아둔 미래의 봉안당을 도서관 개념으로 풀어가는 「관내분실」이 어제 읽은 것처럼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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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독서클럽’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1월의 책은 『캐롤』 입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입니다. 예, 맞습니다. ‘리플리’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장르물에 능한 작가였죠. 이번에도 장르물이네요! 아닙니다. 『캐롤』 은 러브스토리입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자전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보수적인 1950년대 미국에서 두 여성이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가 창가에 서린 멍에를 조심스럽게 긁어내는 듯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영화로도 소개돼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비교해서 보고,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어느 장르인지, 작가가 누구인지, 내용이 어떤지 만큼이나 저는 표지가 얼마나 예쁜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표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읽을 맘이 사라질 정도입니다. “보기 좋은 표지의 책이 내용도 좋다”가 저의 책 구매 철학입니다. 요즘은 웬만한 책은 다 예쁘게 나와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기분입니다. 한국 젊은 작가들의 세련된 문체처럼 표지가 돋보이는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구매해 서가에 두고 눈으로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습니다. 나가이 히로시의 시티팝 음반 커버가 표지에 실린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보는 작품입니다.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존재도 몰랐던 작가입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를 읽고는 인물을 따뜻하게 보듬을 줄 아는 작가의 태도에 반했습니다. 마음에 깊게 파인 검은 우물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이들의 아픔에 주목하면서 결국, 삶에 대한 애정을 길어내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그야말로 대가였습니다. 시리 허스트베트도 그랬습니다.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 은 입구와 출구가 동일한 미로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던 M.C. 에셔의 작품을 글로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이런 작가를 이제야 알았을까, 라기보다는 이제라도 알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독자들의 발굴을 기다리는 작가는 많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됐을 때는 뭐랄까, 기대하지 않았던 미팅 자리에서 맘에 드는 파트너를 만나 연락처를 주고받은 기분이랄까요.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권여선 작가의 작품에는 늘 술 마시는 혹은 무언가를 먹는 장면이 있죠. 먹고 마시는 설정이라 하더라도 『레몬』 같은 작품은 일종의 스릴러로, 『안녕 주정뱅이』 에 실린 ‘삼인행’은 로드무비로 분위기와 성격이 천변만화해서 도대체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심지어 저는 음식 산문집 『오늘 뭐 먹지?』 도 읽은 권여선 작가의 팬입니다. 신간이 나오면 바로 사려고 백 미터 경주에 나서는 스프린터의 자세로 출발 신호만 기다리는 중입니다.

 

 


 

 

레몬권여선 저 | 창비
삶의 불가해함을 서늘한 문장으로 날카롭게 그려내며 특유의 비극적 기품을 보여주었던 권여선이 이번에는 작품세계의 또다른 확장으로 장르적인 솜씨까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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