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저자는 계속 삽니다

『오늘도 계속 삽니다』 이재현 위고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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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셉트로 책을 내도 되겠어요? 저희는 상관없습니다. (2019.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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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이재현 편집자는  『오늘도 계속 삽니다』  를 편집하다가 삭신이 쑤셨다. 편집 강도가 세서? 결코 아니다. 이 편집자는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왜? 매일 ‘갓 체크인한 호텔’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쓸고 닦는 저자의 글을 읽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제가 다 청소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니까요.”  『아무튼, 계속』  에 이어  『오늘도 계속 삽니다』  로 김교석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이재현 편집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월간 채널예스』의 필자이기도 했던 김교석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어쩐지 위고에서 나올 것 같았는데, 역시!

 

한때 김교석 작가와 같은 출판사를 다녔다. 그때 작가는 30대 초 중반이었는데, 젊은 남자에게서 쉽게 보지 못할 뭔가 단단한 살림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살림에 조예가 깊고, 그러다 보니 물건을 보는 안목 또한 매우 좋았다. 좋은 물건을 골라서 열심히 사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언젠가 그런 얘기를 풀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월간 채널예스』에 ‘살림’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재하는 걸 보고 ‘역시 좋은 건 내 눈에만 좋게 보이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당시 칼럼 제목이 ‘김교석의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였다. 여기서 ‘산다’는 물건을 산다는 의미. 이 칼럼을 읽을 때마다 밀려드는 강한 소비 욕구를 억제하느라 혼났다.

 

프랑소와 엄도 영업을 당했다는 말인가?

 

그렇고 말고. 책을 읽고 수건을 여러 장 샀다. 바로 이 문장을 읽고서. “수건은 몸에 닿는 제품인 만큼 최소 30수 이상으로 만든 오가닉 제품을 고르길 권장하고, 바스타월, 페이스타월, 핸드타월을 용도별로 구비해 활용하길 추천한다.”

 

하하. 나 역시 책에 등장하는 25가지 아이템 중 22가지를 바꾸고 싶었다(나무 빨래 건조대, 먼지떨이, 청소기는 다행히 추천하는 제품들로 구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다 바꾸자면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일단 즐겨 찾기에 넣어두기만 하고, 여름이니까 잔을 바꿨다. 책에 나오는 라로쉐 웨상 라인의 롱드링크잔으로 바꿨는데 역시 만족스러웠다. 요즘에는 이 잔에 아이스 커피를 내려서 먹는데, 정말 만족스럽다. 책상에 절로 앉게 된다(일하면서 커피 마시려고).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고 할까.

 

김교석 작가는 책을 낼 의향이 전혀 없었던 걸로 안다. 출간을 제안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

 

출판사를 걱정했다. “출판사 괜찮으시겠어요? 이 원고로 책 내도 되겠어요? 전 상관없습니다.” 『아무튼, 계속』을 제안했을 때도 그랬다. “출판사 괜찮으시겠어요? 이걸로 책 내도 되겠어요? 전 상관없습니다.” 타인의 걱정을 많이 하는데, 자신은 상관없는 스타일이다.

 

“타인을 걱정하지만 자신은 상관하지 않는다”라니. 음. 기록해 둘 문장이다. 아시다시피 프랑소와 엄은 칼마감 신봉주의자다. 김교석 작가는 정말이지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필자셨다.

 

그렇고 말고. ‘성실’은 김교석의 호가 아닐까?

 

소비를 부추기는(?) 에세이답게 표지도 무척 예쁘다.

 

위고와 작업하시는 디자이너분이 굉장히 실력자다. 본인의 디자인 방향도 확실하고. 그래서 어떻게 요청하든지 그분이 옳다고 판단하시는 대로 디자인하신다. 그래도 한결같이 요청은 한다. 이번에는 너무 무겁지 않고 예쁘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런데 조금 무겁게 예쁘게 나왔다. 그래서 만족스럽다.

 

하하하. 재밌다! 나 역시 방향이 확실한 디자이너 분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위고 책은 하나같이 예뻤던 것이군) 그나저나 일러스트를 넣은 이유도 궁금하다. 사진을 넣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 사진이 들어가면 제품을 바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점이 있다. 하지만 단행본으로 만들 때는 사진의 퀄리티가 일정하지 않아 산만하게 보일 여지가 있다. 그래서 사진은 안 쓰기로 했다. 한편 이 책이 구체적인 살림 아이템들에 대한 리뷰지만, 단순한 제품 리뷰와는 다르다. 혼자 사는 삶, 살림, 산다는 것,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재미있게, 의미심장하게 녹아 들어 있다. 그래서 그런 에세이적인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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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계속 삽니다』  를 한 줄 카피로 정리해본다면?

 

혼자라서 물건을 사기도 살림을 하기도 멋쩍은 1인 생활자를 위한 생활 제안. (죄송합니다. 부제입니다.)

 

이 책을 재밌게 볼 거라고 ‘확신’하는 독자층은 어떤 독자인가?

 

이제 막 독립해서 집에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는 사람. 여기 있는 물건들만 갖추면 정말 평생 이 물건들만 가지고 살아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의 비용을 엄청 아껴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책 값이 굉장히 싸다고 생각한다.

 

맞다. 이 책은 에세이인 동시에 실용서이기도 하다. 소비 실수를 줄여주니까! 여기서 잠깐! 뜬금포 질문 하나 해도 되나? 이재현 편집자도 한 패션 하는 걸로 안다. 추구하는 스타일은 무엇인가? (웃음)

 

(진지) 단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추고, 장점은 어떻게든 어필하자.

 

장점이 무엇이냐 묻고 싶지만, 묻지 않겠다.

 

(진지) 실로 고맙다.

 

그럼 이만 인터뷰를 마칠까?

 

뭔가 아쉽다.

 

‘북관리사무소’를 특별히 애정하는 독자님들께 한 마디를 보탠다면?

 

좋은 경험이 좋은 삶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벤트성이 강한 경험도 물론 좋은 것을 남겨주겠지만, 매일의 작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하는 행동, 가령 잠자는 것, 책상에 앉는 것, 청소하는 것, 식사하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대충 하면 안 될 가장 중요한 것이 일상이다.

 

김교석 작가가 3번째 책을 내고 싶다고, 거꾸로 위고에게 요청해오면 어떻게 회신할 텐가?

 

“작가님 괜찮으시겠어요? 이 콘셉트로 책을 내도 되겠어요? 저희는 상관없습니다.”


 

 

오늘도 계속 삽니다김교석 저 | 위고
나만의 공간이 왜 중요하며, 그 공간이 어떻게 삶을 지켜줄 것인지 일깨워줄 것이다. 잘 사고,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공간에 애정을 쏟기 시작한다면 그 공간이 반드시 따스한 온기로 자신을 위로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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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프랑소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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