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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 2-10] 19화 : 파업은 왜 중요한가?
『마터 2-10』 연재
공장 내 활동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공장 내의 전략전술을 확정한다. 대중적 조사활동을 개시한다. 공장 내의 조직활동을 대중적으로 전개한다. 결정적 직장에 전 주력을 기울인다. (2019. 06. 12)
제4차 공산당 사건. 코민테른 조선공산당 승인 취소하고 재건명령. 12월 테제. 치안유지법 강화, 사상운동 단속강화. 재령군 동척농장의 소작쟁의. 온양 부여 수리조합에서 농민항쟁. 경성 대동당 인쇄공 파업. 개천군 화전민 동맹 일본 산림회사에 항쟁. 봉산 농민 안녕수리조합 습격. 덕원군 유조선 노동자 파업. 영흥광업소 흑연광 광부들 임금인상 요구 파업. 영흥인쇄공조합, 운수노동조합, 전 영흥우차조합, 등등 영흥광부 파업에 동조 파업. 불이 용천농장 소작인 쟁의. 소작쟁의 1590건, 4863명 참가, 노동쟁의 119건, 7756명 참가.
제5차 공산당 사건. 광주학생운동 발발. 신간회와 근우회 간부 검거. 원산부두노동자 라이징선 석유회사 화물 하역거부 파업. 원산노동연합회 총파업. 노동쟁의 103건 8293명 참가. 소작쟁의 423건, 5319명 참가.
광주학생운동 전국으로 확산. 불이 용천농장 소작인 1백호 소작권을 매도하고 만주로 이민. 평북 정평 농민조합 경찰의 저지를 뚫고 대회 강행. 1천 3백여명 참가. 3백여명 피검. 용천 불이농장 쟁의 격화. 함북 신흥탄광 노동자 150여명 동맹파업. 불이농장 소작인 8백여명 연일 시위. 함남 단천 농민 2천여명 경찰과 충돌, 11명 사살, 26명 중경상, 67명 피검. 평양고무 노동자 1천 8백여명 임금인하 조치에 항의 동맹 파업. 소작쟁의 726건, 13012명 참가. 노동쟁의 160건, 18972명 참가.
신간회 해체. 만주사변 발발. 홍원군 농민 지주가에 습격하여 금전관계 서류를 소각, 130여명 피검. 예산 동척 소작인 동척사무소 습격. 영흥군 농조원 면사무소와 주재소 습격. 경남 진영 일본농장 소작인 농성시위. 김해 일본농장 소작인 항의 시위. 전남 강진군 일본농장 농성 시위. 삼척군 농민 2천여명 도로공사에 불만을 품고 면사무소 습격. 노동쟁의 201건, 17114명 참가. 소작쟁의 667건, 10282명 참가.
치안유지법 강화 이래 십개월간 3천여명이 피검되었고 유치장과 감옥은 더 이상 죄수를 수감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가 되었다.
이이철은 불과 오년 동안에 이렇듯 엄청난 사건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영등포의 언제나 똑같은 일상 저쪽에서는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기사 자료 이외에 안대길과 방우창이 전해 준 일본어 책자도 몇 권 읽었다. 이철은 어려운 대목은 몇 번이고 곱씹어 읽었고 일요일에 그들을 만나면 밑줄 친 문장을 묻고는 했다. 이철은 일본어에서 조선어로 번역된 마르크스의 ‘선언’을 필사본으로 읽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로부터 시작되어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로 끝나는 얇은 공책 한 권은 그 자신의 필사에 의하여 세 권의 공책으로 불어났다. 아마도 누군가가 독서하는 동안 그렇게 쓰인 필사본이 자기에게도 주어졌을 것이다.
자본은 일본어로 된 것을 읽었지만 무슨 뜻인지 조금만 알 수 있었고 일본 학자가 해설한 ‘유물론’은 처음부터 너무 어려웠다. 오히려 자본을 발췌하여 해설을 붙인 글이 훨씬 읽기 쉬워서 그것만 따로 필기했다. 자본의 해설은 누군가 연필 글씨로 까맣게 달아 놓았는데 문장이 끝나는 끝 부분에 조그맣게 류, 라는 연필 글씨가 보였다. 마르크스의 자본 보다는 레닌의 국가와 혁명 발췌본이 보다 이해하기 쉬웠다. 특히 무산자의 임무 부분이 심장을 찌르는 듯했다. 이철은 몇 달 사이에 마른 종이가 습기를 흡수하듯이 이들 새로운 사상의 개요를 파악해 나갔다. 무엇보다도 그 자신이 노동자였으며 일본 제국주의의 점령 아래 있는 조선의 인민이었기 때문에 모든 말들은 그 자신을 향해서 외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가 안대길 방우창과 만나고 돌아온 어느 날 저녁이었다. 집에는 두 식구뿐이라 이미 안방에 불이 꺼졌고 빈집인 것처럼 조용했다. 아버지의 나직하게 코고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건넌방은 일철 이철 형제가 쓰는 방이지만 형은 용산의 철도학교 기숙사에 들어있던 때라 이철이 혼자 기거했다. 그가 발소리를 죽이고 마루 위로 올라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이백만이 기침소리를 내고는 물었다.
“두쇠 오냐?”
“예에 저……왔습니다.”
“좀 보자.”
이백만은 불을 켜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었다. 이철이 윗목에 쭈그리고 앉을 때까지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너 요즘 뭘하구 다니냐?”
“뭘하긴요, 퇴근해서 동무들 좀 만나구 오는 길인데요.”
“술 먹었냐?”
이철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머 막걸리 한 잔 했습니다.”
“어떤 녀석들이야?”
이백만의 느닷없는 질문에 이철은 잠시 대답을 못한다.
“내 가만 보아허니 니 작업장에 이놈 저놈 기웃거리고 너두 제 일터를 비울 때가 많더구나. 니 형은 이제 양성소를 졸업하면 어엿한 철도국 직원이 될 터인데, 너는 기술이라도 부지런히 연마해야 인부를 면하고 고원 조수라도 될 게 아니냐?”
이백만의 말에 이철은 고개를 돌리고 중얼거렸다.
“제 살길은 제가 알아서 찾을 테니까 염려 마세요.”
“머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날품팔이로 인생을 끝낼 작정이냐?”
“저두 다 생각이 있습니다.”
이철이 일어나려는데 이백만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일렀다.
“앉아있어! 내가 할 말이 있으니까.”
이백만은 소리를 질러 놓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두 요즘 세상 돌아가는 소문은 다 들어서 알구 있다. 조선 전국에서 쟁의질하구 동맹 파업하구 난리라는데, 그러면 우리나라가 독립할 거 같냐? 일본놈들이 처먹은 이 나라를 만만하게 내줄 거 같냐구. 너희들 사회주의 놀음하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우리나라가 독립해야 된다는 걸 모르는 조선 사람이 어딨냐? 우선 이 세월을 살아 남아야지. 나는 그래두 운이 좋아 직장을 얻어 오늘날까정 먹구 살아왔지.”
“아부지가 운이 좋긴 머가 좋아요? 왜놈들이 상전이구 주인이잖아요 아부지한테는. 제 말씀은요 일본놈이든 조선놈이든 그냥 목숨만 부지할 정도루 주는대루 먹구사는 종놈이 아니라, 일한만큼 대우를 받으며 살자는 거예요. 그런 사회가 오면 나라도 독립이 되겠지요.”
이철의 말에 이백만은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니 말이 일리가 있다 치자. 근데 우리가 무슨 힘이라두 있어야 그런 세상도 이루고 독립도 하지. 우리 집안이 첨부터 땅이 있었냐 배가 있었냐? 조선 백성의 팔 할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었다. 느이 형을 봐라. 그 애는 너보다 생각과 이치가 모자라서 공부만 열심히 했겠냐? 먼저 지 몸을 일으켜서 생활 기반을 만들어야지.”
이철은 형의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울컥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버지 이젠 형 얘기 좀 그만하세요. 옛날부터 막음이 고모두 그랬구요 인천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그러구 아버지가 맨날 입에 달구 사시는 게 우리 한쇠 아닙니까? 통지표 들고 오면 형만 칭찬 받구 우등상장 받아온 날은 닭도 잡았지요. 저야 형 덕분에 얻어먹기나 했잖아요. 저는 아버지 공방에서 일두 도와 드렸구요, 뭐든 잘 해볼라구 했건만 한번두 칭찬 받아본 적 없어요. 형이 있으니 아버진 걱정 없으시지요. 저 하나쯤 없는 셈 치세요.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아버지의 격노한 태도가 급변하면서 목소리는 나직하게 변했다.
“니가 정 하겠다면 좋아, 우리 식구 중에 너 같은 사람도 하나쯤 나와야겠지. 하지만 내가 찬성은 안 할 테고 이제 와서 반대두 안할 거다. 어차피 제 밥벌이는 지가 알아서 해야 될 나이니까 니가 알아서 해라. 그 대신 니들이 공장에서 무슨 짓을 벌이든 나는 모르는 일이다. 차라리 니가 애비와 다른 일터에서 밥벌이를 했으면 좋았겠구나.”
그러고는 아버지 이백만은 더 이상 말을 않고 보통 때의 무뚝뚝하고 표정 없는 얼굴로 돌아갔다. 이이철은 벌떡 일어나 안방을 나왔다. 그는 불 꺼진 건넌방에 누워 아버지의 나지막한 코 고는 숨소리로 그가 잠들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전등 대신 촛불을 켜고 엎드려서 공책을 폈고, 짤막한 해설 위에 붙인 소제목에다 연필로 진하게 줄을 치며 다시 읽었다.
공장 내 활동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공장 내의 전략전술을 확정한다. 대중적 조사활동을 개시한다. 공장 내의 조직활동을 대중적으로 전개한다. 결정적 직장에 전 주력을 기울인다. 중심적 슬로건을 결정한다. 인원을 적정하게 배치한다. 미조직 공장은 위와 같은 원칙으로 착수한다. 안내단 및 위원을 조직한다. 공장 내 보조조직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묶는다.
맨 아래 파업투쟁의 방법 대목에서 그는 해설 부분을 쓰기 시작한다. 그것은 안대길 방우창 등과 그 동안 몇 번이나 토론했던 과제들이었다.
조직활동의 구체적인 방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즉 자신이 소속된 일터에서 각각의 개인이 동지를 획득하는 것이며 상대를 끊임없이 교양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확인 시킨다.
선전활동은 양서에서 주요한 대목을 쉽게 풀어 써서 돌려 본다든지, 필기한 삐라를 돌리고, 휴식 시간에 구두로 선전 선동을 한다.
조사활동은 공장측의 착취방법과 노동시간 임금, 안전설비와 대우개선 문제, 기숙사와 합숙소 상태, 나이별 남녀별 직공 수와 의식 수준, 감독과 통제의 규율과 제도, 공장 각 일터의 상황과 구조, 직공의 문화 수준, 투쟁 경험, 직공의 주소와 가족관계, 공장의 위치와 부근의 자세한 지리, 공장주와 연관된 유사 자본과 일제의 관공서, 등의 여러 측면에 대하여 조사한다.
파업은 왜 중요한가? 우리 측에서는 노동자의 의식수준을 높이고 실천 투쟁의 전술을 숙달 시키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느슨했던 공장 내 인간관계를 혁명적인 노동자 조직으로 단숨에 전변시킬 수 있다. 파업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공장 내의 종업원들로 종업원대회를 열어 일반적 요구조건을 결정하고 그 다음 파업투쟁위원회를 조직한다. 파업투쟁위원회는 공개적으로 또는 그들 속에 일반화되지 않은 활동가를 비공개적으로 국한시킬 수 있다. 각 공장 별로 적게는 4, 5인에서 많게는 십여 명 내외의 인원으로 조직 되었던 독서 또는 친목회를 파업으로 돌입하는 순간 바로 파업투쟁위원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 위원회는 곧 각자의 분담 부서를 정한다. 선전부서는 공장에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노동자 대중에 대하여 소극적으로는 취업하지 말 것과 적극적으로는 파업 참가자들과의 단결을 격려한다. 조직부서는 파업 참가원들을 일반 노동자 조직으로 구성한다. 공장 내에서 직장별로 반을 만들거나 지역별 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철도원 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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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장길산』… 소설의 제목만 들어도 역사가 그려지는 한국의 대표 작가.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나 4.19와 5.18, 방북과 망명, 수감을 거쳐 한국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받아낸 시대의 증인이다. 2000년대 이후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 『손님』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해질 무렵』 등과 자전 『수인』을 잇달아 펴내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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