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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경계에서 만난 거장의 대화 - 뮤지컬 <최후진술>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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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단 한 번도 접점이 없었던 두 사람이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종교 재판 이후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만난다. (2018.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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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세계를 그리다

 

“제목,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 두 가지 주요한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 줄여서 대화, 저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등장인물 세 명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양상을 옹호하고 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은 어리석은 철학이며, 공식적으로 이단이다.”


뮤지컬 최후진술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 재판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이 재판에서 “대화의 속편을 새로 저술해 지동설을 지지하는 듯한 주장을 철회하고 오로지 교회의 영광을 위해 쓰겠다.”라고 말한다. 속편을 쓰는 것을 전제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어딘가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본능과 양심의 대결


1564년은 이탈리아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영국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해다. 살며 단 한 번도 접점이 없었던 두 사람이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종교 재판 이후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만난다.
뮤지컬 <최후진술> 의 이야기는 실제로 두 사람이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작은 실마리로 경계 없는 상상을 펼쳐 보인다. 경계에 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뿐만 아니라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존 밀턴, 신,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딸도 만난다.


본격적인 지동설 체계를 제시한 코페르니쿠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재판에서 지동설을 부정했다고 비난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죽음을 기다렸다며 그를 반긴다. 셰익스피어의 안내를 받아 항구로 가면,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재판을 받는다. 재판 이후에 천국행과 지옥행이 정해진다. 셰익스피어와 헤어져 호텔로 가는 길에서는 천동설을 주장한 프톨레마이오스를 만난다. 택시 운전을 하는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천동설이 옳다고 주장할 테니 증인이 되어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최후 재판을 앞둔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죽 <대화>를 부정하는 속편을 쓸 궁리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옥에 가기 싫다는 본능과 학자로서의 양심이 계속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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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으로 이끈 경계 없는 세계


뮤지컬  <최후진술> 은 2017년 12월 초연 이후 두 번째 공연이다. 등장인물은 16세기 인물들이고, 주제 역시 가볍지 않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최후진술이라는 배경을 두고 그와 주변 인물이 양심에 관해 이야기한다. 설정은 다소 무겁지만, 무대 위는 유쾌하다.


<최후진술> 은 2인극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할을 한 배우가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존 밀턴, 신으로 분장한다. 역사 속에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앉아있을 것 같은 인물을 인간적으로 그려, 관객에게 쉽게 다가갔다. 두 사람이 끊임없이 무대를 채우고, 조명 역시 많은 역할을 했다. 조명은 때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딸이 되고, 객석 천장에 단 알전구가 별이 되기도 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우여곡절 끝에 항구에 간다. 재판장 앞에 선 그는 다시 천동설과 지동설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그의 선택이 천국과 지옥을 결정한다. 마지막 장면이 있기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셰익스피어의 감정선이 조금 더 섬세하게 그려졌다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정신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긴 여행길에서 미처 두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들여다볼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재판대 위에서 마지막 선택을 한다. 이승에서는 만난 적 없는 셰익스피어의 설득에 학자의 양심을 버리지 않는다.


두 사람이 같은 해 태어났다는 작은 실마리가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만들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뮤지컬 <최후진술> 은 8월 26일까지 대명문화공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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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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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제:
    • 장르: 뮤지컬
    • 장소: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 등급: 만 13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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