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더 보게 만드는 홍보마케팅 전문가 안영수

관객들과 소통하는 안영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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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을 비롯해 스태프들 사이에서 재밌는 생각이 나오는데, 이런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걸 제가 추진했을 뿐이에요. (2018.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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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무대 밖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신성불가침에 가까운 작품 깊숙이 파고드는 기발하다 못해 기찬 아이디어들은 마니아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콘서트도 아닌데 관객들도 노래를 함께 부르는 ‘싱어롱데이’를 필두로, 배우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거나 넘버를 바꿔 부르는가 하면 평소와 달리 분장을 하거나 다른 공연에 출연 중인 배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배우들이 직접 관객들을 찾아가는 ‘세상 불편한 사인회’도 진행되고요. 몇몇 공연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이들 이벤트에는 모두 ‘랑댚’으로 불리는 홍보마케팅 회사 ‘랑’의 안영수 대표가 연결돼 있습니다. 공연장에서 배우만큼이나 자주 만날 수 있는 그를 배우들처럼 공연 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뮤지컬 <이블데드>  1막과 2막 시작 전에 안내멘트를 해요. 관객들과 소통의 창구라고 생각하거든요.”

 

안내멘트를 매일 라이브로 한다고요? 설마 무보수는 아니겠죠(웃음)?


“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는 않아요. 작년에는 100회 거의 다 했고, 지난번에 극장용 일반 안내 멘트가 나갔는데 관객들이 왜 안 하느냐고 하셨대요. 안내멘트를 하게 된 계기는 작년에 <이블데드> 를 오랜만에 공연하다 보니 피가 잘못 터져서 너무 많이 뿌려진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다음 공연 때는 조금 뿌렸더니 왜 또 소심하게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안내멘트로 ‘지난번에 많이 뿌렸다고 욕먹고 다음날에는 또 조금 뿌렸다고 욕먹어서 오늘은 알아서 뿌릴 테니 적당히 맞으라’고 했더니 라이브한 느낌도 있고, 관객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나저나 관객이든 기자든 배우나 연출, 음악감독까지는 얘기를 합니다만 홍보마케팅 회사 대표인 안영수 씨는 왜 알고 있는 걸까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기획한 이벤트들은 공연에 영향을 미치잖아요. 작품 안팎을 두루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번에 <이블데드>  스페셜데이 연출은 제가 했고, 과거 <이블데드>나 <난쟁이들>은 아이디어를 내면 연출부에서 정리하는 방식이죠. 로비에서는 뭔 짓을 하든 제 맘이고요(웃음). 사실 20여 년 전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공연과 인연을 맺었어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포스터를 붙이면서 박용호, 신춘수 대표 등 지금 공연계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계속 관련 일을 해오고 있는 거예요. 초창기에는 공연 인터미션 때 극장 안에 들어가서 프로그램 북도 팔았는데, 나름 색다르게 접근해서 잘 팔았어요. 그때 배우는 아니지만 뭔가 자긍심을 느꼈죠. 이후 공연 관련 인터넷 방송도 하고, <난쟁이들> 할 때는 영상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요. 마니아들이 좋게 봐주셔서 힘 받아서 하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기발해서 자연스레 어떤 분인가 궁금하더라고요. 주위에서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제가 기발한 건 아니에요. 배우들을 비롯해 스태프들 사이에서 재밌는 생각이 나오는데, 이런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걸 제가 추진했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난쟁이들>은 재밌는 공연이데, 관객들이 이른바 ‘관크’가 될까봐 팔짱 끼고 숨죽여서 보잖아요. 관객들이 너무 안 웃으니까 배우들은 힘들어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관크 데이 만들어봐?’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영화에서는 싱어롱 버전이 있다기에 우리도 추진해봤는데 관객들이 무척 즐기시더라고요. 그래서 <젊음의 행진>에서도  <이블데드> 에서도 진행하게 된 거죠.”

 

그럼 실행력이 대단한 거네요.


“남들이 하는 것처럼만 하면 ‘어떤 배우가 캐스팅되느냐, 극장이 어디냐’에 따라, 결국 힘 있는 사람들이 다 가져가니까 다른 콘텐츠를 활용해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거죠.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지금 대학로 관람 문화는 너무 조용하고 엄격하고 딱딱하지 않나. 그런데 이런 문화가 잡힌 게 저를 포함해 관계자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일하는 곳이 이렇게 되는 게 싫은데, 뭔가 얘기하면 이른바 ‘꼰대’ 같을 것 같고. 일단 호응을 얻은 뒤에는 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여러분이 좋아하는 배우들이 관크가 될까봐 조용히 관람하는 거 너무 힘들어한다, 좀 웃어라!’ 공연을 즐겁게 봤으면 좋겠거든요.”

 

관객들의 호응은 좋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이블데드>  ‘싱어롱데이’를 위한 교육 영상도 제작하셨잖아요. 그래도 직함이 대표인데, 어떤 면에서는 ‘죠낸 퐝당’하기도 하고요(웃음).


“커튼콜 교육 영상은 각 배역의 분장을 하고 찍었어요. 이게 괜찮으면 1인 미디어를 시작할까 합니다(웃음). 사실 관객과의 소통이 이뤄진 건 뮤지컬 <난쟁이들>부터예요. 대학로는 재입장이 안 되는 공연이 많은데, 여성 관객이 90% 정도죠. 요즘은 혼자 오는 관객도 많고 각종 할인을 확인하느라 매표소 줄은 길어지죠. 여자 화장실은 굉장히 부족하고, 결국 포기하고 입장하는 관객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화장실 다녀오라고 외쳤는데, 나이 든 남자가 그러면 이상할 것 같아서 멘트를 조금 재밌게 했고, 특별한 날에는 난쟁이 옷도 입었더니 ‘랑댚’이라고 제 존재가 알려지게 됐어요.”

 

관객들은 당연히 좋아할 테지만, 배우나 스태프, 랑 직원들은 힘들어 할 것 같은데요(웃음)?


“배우들은 힘든 면이 있지만 관객들이 박수를 많이 주니까 좋아해요. 엄청 고생하는 건 스태프들이죠. 스페셜 데이에는 음향 등 현장에서 변화가 많으니까 자칫 실수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7월 27일 <이블데드>  공연에서는 ‘분장쇼’가 진행될 텐데, 분장팀에서 엄청 고생할 거예요. 다행히 재밌어 해요. 의상 디자이너는 저보다 동생인데 전화해서 ‘안영수, 의상은 거기 있는 걸로 좀 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우리 직원들은 내부에서 기획하거나 그걸 통해 매출이 다른 날보다 좋으면 보람을 느끼죠. 뭘 해도 안 될 때는 지치지만.”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건가요?


“아이디어가 좋거나 추진력이 뛰어나거나 기술 있는 사람들이 공연계로 유입되기 힘든 시장이라는 거요. 빈 객석은 가치가 없잖아요. 객석 외에 다른 부가가치가 생길 수 있어야 배우나 제작진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들어와 일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 한계가 있죠.”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홍보할 수 있는 루트는 굉장히 다양해졌잖아요. 그래서 일선에 있는 분들은 더 힘들기도 할 테고요.


“맞아요. 루트는 다양해졌지만,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거든요. 과거에는 모 백화점과 대기업의 DM에 나오고, 주요 일간지에 기사가 나가면 그 공연은 매진됐어요. 거기만 뚫으면 됐는데, 지금은 여러 곳에 알려도 소비자들이 그 미디어에서 나오는 내용을 맹신하지 않아요. 홍보 채널이 많아졌지만 마케팅적으로 ‘그래서 결국 몇 장 팔렸느냐’라는 면에서는 굉장히 소모적인 거죠. 소비하는 사람들이 제한적이라서 이 시장이 커지려면 정보를 전달하는 루트가 다양해져야 하지 않을까. 공연을 전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곳이 많아져야 대중들도 유입되고 보는 시각도 다양해지고 시장도 커질 것 같아요.”

 

홍보마케팅의 철학,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이벤트를 마지막으로 들어볼까요.


“마케팅 대행사로서의 철학은 저희한테 일을 주는 회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죠. 마케팅이 제가 알기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하는 일련의 모든 것인데, 철학까지는 아니고 요즘 드는 생각은 시장을 바꾸지 않으면, 키우지 않으면 답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가하면 지금까지 진행한 이벤트들이 잘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이블데드> 의 경우 8월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스페셜데이의 결과물을 반영한 거예요. 예를 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찬-애쉬, 서경수-스캇’ 버전의 공연이 있을 겁니다. 과거에 <킹키부츠> 시크릿 파티를 통해 관객들에게 춤을 알려주고 커튼콜 때 함께 춤추게 된 것처럼 스페셜데이가 또 다른 문화로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참, 다른 아이디어들은 아직 공개할 수 없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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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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