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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카베요, 라틴 팝 시장의 자원
카밀라 카베요 『Camilla』
명맥이 끊긴 여성 라틴 팝 스타의 계보를 이어갈 유력한 자원이 됐지만 라틴 팝에 얽매이기보단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다. (2018. 02. 07)
니코틴, 헤로인, 모르핀만큼이나 해로운 사랑을 뇌쇄적인 저음과 날카로운 가성으로 절규하는 「Never be the same」은 카밀라 카베요의 첫 솔로 앨범이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와 「Havana」와는 또 다른 궤에 있음을 선언한다. 인기 팝 그룹의 멤버에서 솔로 팝 스타를 꿈꾼 많은 이들의 역사처럼 <Camila> 는 성숙과 성장을 강조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앨범의 원래 제목이 <The Hurting, The Healing, The Loving>이었음을 먼저 숙지할 필요가 있다.
「Work from home」에서의 앙칼진 목소리는 보다 차분하게 다듬어졌고 댄스 트랙 대신 정적인 어쿠스틱 트랙과 발라드를 주로 삼았다. 「All these years」와 「Real friends」의 감정선은 어쿠스틱 기타 하나의 미니멀한 구성만큼이나 담담하고, 애절한 이별의 그리움과 고독을 노래하는 메시지도 진지하다. 피아노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한 곡을 온전히 끌고 나가는 「Consequences」 역시 그의 우상 리아나의 「Stay」처럼 의외의 면모를 보여준다. 메이저 여성 솔로 팝의 대세 신스 팝 「In the dark」와 「Into it」의 마무리 역시 결코 흥을 강조한 트랙이 아니다. 아름답지 않았던 결별 과정에서의 속앓이 과정이다.
평이한 트랙들은 신인 가수의 새 이미지를 결정하지 못한다. 핵심은 앨범 중반부의 라틴 트랙들이다. 스크릴렉스가 참여한 레게톤 「She loves control」은 흡인력 있는 후렴부와 격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솔로를 교차했고, 이어지는 그 유명한 「Havana」와 그 뒤를 따르는 현대적 트로피컬 살사 「Inside out」의 연타는 기성 팝에서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결코 익숙하진 않은 사운드다. 쿠바에서 태어나 멕시코계 혈통을 갖고 히스패닉 인구가 절대적인 남부 마이애미에서 자란 카밀라 카베요만이 할 수 있는 곡들이다. 「마이애미부터 멕시코까지(De Miami a Mexico)」를 직접 노래하는 「Inside out」의 부분에서 독특한 정체성이 만개한다.
「Despacito」의 메가 히트로 탄력 받은 라틴 팝 시장에 힘입어 「Havana」와 <Camila> 는 빌보드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 정상을 동시에 점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무던한 팝 트랙들과 독특한 개성 사이의 조율이 더 필요해 보이긴 해도 과욕 없이 안전하게 시장의 정점에 연착륙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글로리아 에스테판, 제니퍼 로페즈, 샤키라 이후 명맥이 끊긴 여성 라틴 팝 스타의 계보를 이어갈 유력한 자원이 됐지만 얽매이기보단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기도 하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의 피프스 하모니와 아직도 멕시코에 장벽을 쌓으려는 도널드 트럼프만 배 아플 따름.
김도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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