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카밀라 카베요, 라틴 팝 시장의 자원

카밀라 카베요 『Camilla』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명맥이 끊긴 여성 라틴 팝 스타의 계보를 이어갈 유력한 자원이 됐지만 라틴 팝에 얽매이기보단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다. (2018. 02. 07)

1.jpg

 

 

니코틴, 헤로인, 모르핀만큼이나 해로운 사랑을 뇌쇄적인 저음과 날카로운 가성으로 절규하는 「Never be the same」은 카밀라 카베요의 첫 솔로 앨범이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와 「Havana」와는 또 다른 궤에 있음을 선언한다. 인기 팝 그룹의 멤버에서 솔로 팝 스타를 꿈꾼 많은 이들의 역사처럼 <Camila> 는 성숙과 성장을 강조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앨범의 원래 제목이 <The Hurting, The Healing, The Loving>이었음을 먼저 숙지할 필요가 있다.

 

「Work from home」에서의 앙칼진 목소리는 보다 차분하게 다듬어졌고 댄스 트랙 대신 정적인 어쿠스틱 트랙과 발라드를 주로 삼았다. 「All these years」와 「Real friends」의 감정선은 어쿠스틱 기타 하나의 미니멀한 구성만큼이나 담담하고, 애절한 이별의 그리움과 고독을 노래하는 메시지도 진지하다. 피아노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한 곡을 온전히 끌고 나가는 「Consequences」 역시 그의 우상 리아나의 「Stay」처럼 의외의 면모를 보여준다. 메이저 여성 솔로 팝의 대세 신스 팝 「In the dark」와 「Into it」의 마무리 역시 결코 흥을 강조한 트랙이 아니다. 아름답지 않았던 결별 과정에서의 속앓이 과정이다.

 

평이한 트랙들은 신인 가수의 새 이미지를 결정하지 못한다. 핵심은 앨범 중반부의 라틴 트랙들이다. 스크릴렉스가 참여한 레게톤 「She loves control」은 흡인력 있는 후렴부와 격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솔로를 교차했고, 이어지는 그 유명한 「Havana」와 그 뒤를 따르는 현대적 트로피컬 살사 「Inside out」의 연타는 기성 팝에서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결코 익숙하진 않은 사운드다. 쿠바에서 태어나 멕시코계 혈통을 갖고 히스패닉 인구가 절대적인 남부 마이애미에서 자란 카밀라 카베요만이 할 수 있는 곡들이다. 「마이애미부터 멕시코까지(De Miami a Mexico)」를 직접 노래하는 「Inside out」의 부분에서 독특한 정체성이 만개한다.

 

「Despacito」의 메가 히트로 탄력 받은 라틴 팝 시장에 힘입어 「Havana」와 <Camila> 는 빌보드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 정상을 동시에 점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무던한 팝 트랙들과 독특한 개성 사이의 조율이 더 필요해 보이긴 해도 과욕 없이 안전하게 시장의 정점에 연착륙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글로리아 에스테판, 제니퍼 로페즈, 샤키라 이후 명맥이 끊긴 여성 라틴 팝 스타의 계보를 이어갈 유력한 자원이 됐지만 얽매이기보단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기도 하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의 피프스 하모니와 아직도 멕시코에 장벽을 쌓으려는 도널드 트럼프만 배 아플 따름.

 

 


김도헌([email protected])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