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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 판사의 공부가 되는 법과 재판 이야기

『사회, 법정에 서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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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숨어 있는 ‘리걸 마인드’를 깨운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법적인 논리와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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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고등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허승 판사라고 합니다. 재판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고교 군사 모의재판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대본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창의력과 논리력을 갖춘 대본이 많았지만, 많은 참가자들이 법에 대해 적지 않은 오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의재판 경시대회에 참여할 정도라면 법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일 텐데, 그런 학생들조차 이처럼 오해를 하고 있다면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죠.

 

법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법을 적용한 결론은 명확하다”는 오해입니다. 이는 법 공부가 단순 법조문과 판례의 암기에 불과하다는 오해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법조문과 판례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실제 사례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들도 맡은 사건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합니다.

 

“허 판사님, 여기 콘센트 한번 봐보세요”

 

야근을 하고 있는데 옆방에 계신 판사님이 판사실 문을 열고 들어와 벽에 있는 콘센트를 가리키면서 “판사님은 여기 콘센트를 열어서 안을 청소하신 적 있어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콘센트를 왜 열어요? 오히려 열었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해요? 그런데 그걸 왜 물어보세요?”


“고민되는 사건이 있어서요. 한번 들어보세요.”

 

서울의 한 5층 건물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고 세입자들과 건물주는 수억 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영희 씨도 이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세입자 중 한 명입니다.

 

김영희 씨는 5년 전 친구들과 함께 건물 1층을 임차하여 작은 커피 숍을 열었습니다. 오랜 노력 끝에 이제 막 커피 맛이 좋은 가게로 알려져 언론에도 몇 차례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화재가 나서 오랜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영희 씨는 다른 세입자들과 함께 불을 낸 사람을 반드시 찾아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결의했습니다.

 

몇 달 후 경찰의 수사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화재는 김영희 씨 가게의 냉장고와 연결된 전기 콘센트에서 시작되었고, 화재 발생의 원인은 콘센트 내부에 쌓인 먼지로 인한 누전이라는 것입니다. 김영희 씨는 수사 결과가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자 건물주와 세입자들은 김영희 씨에게 손해액인 5억 원을 모두 배상하라고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김영희 씨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콘센트 내부까지 먼지가 쌓이지 않게 청소를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으며, 무엇보다 임차인인 자신이 콘센트 내부까지 청소해야 할 의무가 있냐는 것이었죠. 거기다 잘 보이지도 않는 콘센트 내부 먼지를 청소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책임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죠.

 

“김영희 씨가 책임을 져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손해를 모두 부담하는 것은 잘못에 비해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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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정

 

법조문은 “물건을 잘 관리하지 못한 사람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과연 임차인 김영희 씨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콘센트 내부까지 청소를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건물 콘센트 내부를 주기적으로 청소할 의무가 세입자 혹은 집주인에게 있는지, 아니면 집주인이 처음부터 내부로 먼지가 잘 들어가지 않는 콘센트를 설치해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은 법조문이 답을 주지 않습니다.

 

만약 이 사례에서 임차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면 이와 유사한 사례들은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만약 건물을 빌린 날 콘센트에서 불이 났다면? 과연 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임차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콘센트 안에 쌓인 먼지는 전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할 때 쌓인 것일 텐데 새로운 임차인이 책임을 져야 할까요? 하루 만에 건물에서 불이 났다면 애초에 건물 임대 인이 위험한 건물을 빌려주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분쟁에는 대립하는 주장이 있고,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재판의 어려운 점은 양측 주장이 모두 타당해도 한쪽의 주장이 더 옳다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A의 주장도 맞고, B의 주장도 맞다’는 판결을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판사는 재판을 통해 양측의 주장을 경청하고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판결을 선고하게 됩니다.

 

대법원 판결은 1, 2심을 거친 치열한 논쟁의 결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결론을 아는 것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론이 나오게 된 배경과 양측의 논거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의 원인을 알고, 갈등이 해결되는 모습, 그리고 그와 같이 해결한 이유를 두루 살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가치관에 비추어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에 대한 자신만의 결론을 내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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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의 여신

 

이 책에서 저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분쟁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외국의 사례나 법률이 아니라 현재 국내법에 근거하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분쟁 사례를 소개하고 법원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법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고 우리가 알건 모르건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판례는 현재 사회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대의 거울입니다. 이 책을 통해 사회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해보고, 여러분이 어렵게만 생각하는 ‘법’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 법과 함께 소통할 준비가 되셨나요? 그럼, 이제부터 법정에 선 우리 사회에 판결을 내려볼까요? 함께 법정으로 들어가봅시다.

 


 


 

 

사회, 법정에 서다허승 저 | 궁리출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들 혹은 앞으로 살면서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일들, 뉴스와 신문에서 자주 보거나 듣는 일들이 ‘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들을 ‘법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는지를 이 책은 잘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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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승(판사)

사회, 법정에 서다

<허승> 저16,200원(10% + 5%)

“우리는 일상에 얽혀 있는 수많은 법률관계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법과 제도의 기원, 민/형사소송의 기본원리로부터 손해, 상속, 권리금, 영업비밀, 고용과 해고, 퍼블리시티권, 저작권과 유전자 특허 등 최신의 쟁점까지, 2016년 대전지방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허승 판사가 들려주는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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