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서울도서관장 “도서관 사서를 괴롭히세요”

서울도서관 관장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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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빌려주는 행위는 서점에서도 가능하잖아요. 왜 도서관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책을 통해 사회를 보는 시선, 자기 삶에 관한 태도가 변화하도록 해야 하는 일이 도서관의 업무거든요.

<월간 채널예스>에서 매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책을 모아둔 건물, 즉 도서관에서 사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에게 책을 전달하는지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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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도서관 사서도 직무와 역할이 세분화됐다. 사람들이 이용하기 쉽게 책, 신문, 잡지, 기타 정보를 분류하는 일을 기본으로 독서 캠페인 기획 및 활동, 정보화 교육, 자원봉사자 인력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한다.


1994년부터 시행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에 따르면 사서는 1급 정사서, 2급 정사서, 준사서 등으로 직제가 구분된다. 문헌정보학 혹은 도서관학을 이수하거나 이에 준하는 경력을 가져야 사서가 될 수 있다. 역할에 따라 ‘시스템 사서’ 또는 ‘미디어 전문사서’ 등 다른 명칭으로도 불린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도서관에 가면 책을 많이 읽겠다고 생각’해 도서관학과를 나왔다. 졸업 후 도서관이 아닌 언론사에서 일하고 대학에서 데이터베이스 정보학 강의를 하다 2005년부터 11년간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 관장으로 일했다. 2017년 서울도서관 관장으로 부임해 새로운 일터에서 도서관장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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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와 실무 사서가 하는 일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관장으로서 지금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서울시의 전반적인 도서관 정책 등을 계획하고 구립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교육청 도서관 등과 연계한 협력 사업, 평가 및 운영 지원 등의 업무를 합니다. 서울도서관은 서울시의 대표 도서관으로 일반 도서관과 달리 정책 업무, 지원 업무, 정보 서비스 등의 세 가지 축으로 돌아갑니다. 도서관 활성화를 이끄는 정책을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해요.


올해 서울시의 도서관 정책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조성 사업’으로 자치구에서 올해까지 172개 도서관을 짓는 게 목표였어요. 작은 도서관은 960개까지 만들었고요. 인프라 목표는 거의 달성될 것 같고, 그다음으로 시민 1인당 2 권 이상의 도서관 장서를 갖추는 게 목표인데 이건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예정이에요.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습관이 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제대로 된 책을 읽고 활동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라는 토론 프로그램도 중점에 두고 진행했어요.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잘못된 생각을 합리화할 수도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는지를 나누는 토론이 중요해요.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해진 목표를 채워야 하거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도 있을 텐데요. 목표와 상관없이 사서로서 지켜야 한다는 기조가 있나요?


성과 관리는 대개 사업을 얼마나 많이 운영했는가, 이용자가 얼마나 많았나 하는 계량적인 평가로 이루어지는데, 사실 도서관을 평가할 만한 수치가 명확하지 않아요. 수치 외에 도서관 사서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책을 읽고 또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죠. 책만 빌려주는 행위는 서점에서도 가능하잖아요. 왜 도서관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책을 통해 사회를 보는 시선, 자기 삶에 관한 태도가 변화하도록 해야 하는 일이 도서관의 업무거든요. 학교처럼 가르쳐주는 게 아니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도서관의 활동이죠. 그런 차원에서 독서 동아리 운영, 토론 프로그램, 각종 인문학 프로그램들을 운영합니다.


사서가 하는 일이 굉장히 다양해질 수 있네요.


도서관법에서는 도서관의 목적을 정보제공, 독서진흥, 문화활동, 평생교육 및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 격차 해소로 보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사서라는 직업은 책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역할인데, 그렇다면 사서는 책도 알아야 하고 이용자도 알아야 하죠. 아기부터 노인, 장애인, 결혼이주여성 등 이용자도 다양하잖아요. 빈부격차와 교육, 지역의 구성원들이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어떻게 도서관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줘야 해요. 독서는 정보가 될 수도, 놀이가 될 수도, 공부가 될 수도 있어요. 각각 필요한 독서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면서 결국 도서관이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직업의 기회를 주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게끔 하는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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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사서 수는 부족하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서울시의 사서 현황은 어떤가요?


전국 평균에 비해서 적지는 않아요. 다만 현재 도서관법의 사서 배치 기준을 충족하는 도서관은 한 군데도 없어요. 휴일에도 밤 10시까지 운영하고, 하는 사업도 다양하다 보니 사람이 적으면 근무시간이 길어지고 서비스 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죠. 도서관은 단시간 내에 성과가 드러나는 곳이 아니다 보니 호흡을 길게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도서관에 사서를 많이 배치해야겠다는 생각은 잘 못 하거든요. 그래서 급한 대로 계속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사서들이 배치되고요. 사서가 조금 더 보강된다면 도서관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서 도서관이 주로 독서실 기능으로만 운영되기도 합니다. 도서관 본연의 기능과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서대문구도서관을 처음 개관했을 때도 공부방이 따로 없어서 민원이 많이 들어왔어요. 도서관의 다양한 활동 중에 공부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공간을 제공하는 게 크게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도서관이 아무 서비스 없이 독서실 제공으로만 가는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 문제인 거죠. 지금은 도서관에 관한 이해도 높아지고 도서관 서비스를 누리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도서관에 요구하는 서비스도 훨씬 다른 쪽으로 많아지는 상황이에요.


정보화 시대, 4차 산업혁명 등 시대가 바뀌면서 도서관이 새롭게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도서관에서 현재의 정보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무난하게 운영할 수 있지만, 변화에 대비하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찾아서 부가가치를 올리는 게 정보사회라면, 도서관에서 조금 더 사람들에게 정보 활용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개인이든 사회든 과거의 흘러간 역사를 축적해 나가는 작업도 필요해요. 서울에 관한 정보는 서울자료실에서 찾을 수 있듯이 지역 도서관에 가면 그 지역의 역사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도서관을 찾아가게 되거든요. 개인의 역사, 지역과 사회의 역사를 발굴하고 담는 작업을 공공도서관에서 할 필요가 있어요.


궁극적으로 정보를 담는 그릇이 다른 매체로 바뀌면, 책이 없는 도서관도 생겨날까요?


없어지진 않죠. RFID 인식으로 로봇이 책을 서가에 꽂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전자책이 나왔을 때도 종이책이 없어질 거라고 말은 많았지만 오히려 지금은 전자책에서 종이책으로 가는 추세로 바뀌기도 하고요. 결국 전자책은 종이책을 닮으려고 하거든요. 어디에 정보를 담아서 어떻게 이용하는 게 편하냐를 따질 수는 있어도 책 자체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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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위기 상황에서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도서 구입 예산을 늘리면 출판계에 도움이 되겠죠. 다음으로는 도서관이 신진 작가와 중소출판사를 발굴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어요. 책이든 저자든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공공도서관이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해요. 저자 강연회를 할 때 사람이 많이 오고 적게 오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요.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뿌듯하거나 자부심을 느끼는 때가 있나요?


평생학습 차원에서 장기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걸 꾸준히 참여한 분들이 변하면서 아이들 교육도 달라지더라고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이용자가 도서관에 와서 그냥 정보를 받는 게 아니라 도서관과 같이 성장하면서 발전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곳에서도 자원봉사로, 강사로 활동하기도 하고요. 지역 사회에서 함께 도서관을 기반으로 선순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게 큰 보람이었어요.


사서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학생들이 ‘비정규직 되려고 문헌정보학과 들어왔나’라고 생각한다는 걸 들었어요. 굉장히 가슴 아프죠. 하지만 정책적으로 학교 도서관에도 사서를 배치하려고 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이야기도 나오니 넓게 볼 필요가 있어요. 사서가 전문직이라는 걸 드러내려면 사람들이 정보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서비스 질이 높아져야 하고, 사서들도 그만한 역량을 키워야 해요. 자기만 가질 수 있는 전문성을 고민하고 역량을 개발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어려운 취업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도서관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사실 도서관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좋은 정보가 많아요. 회원증을 안 들고 왔을 때 임시회원증 발급받는 법, 희망도서 신청 방법 등도 대부분 홈페이지에 있으니까 꼼꼼히 보실 필요가 있어요. 두 번째는 사서를 괴롭혀야 해요. 어떤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면 사서는 모른다고 끝내지 않아요. 자기가 공부를 해서라도 당연히 서비스해야 하거든요. 그러라고 사서가 있는 거니까요. 활용하시다 보면 도서관에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가 많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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