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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언론이 제 갈 길을 잃었을 때

SBS 드라마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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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홍보사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립적으로 진실을 보도하고 사실을 규명하는 데 힘쓰리라 약속한 곳이기 때문이다. 뻔한 논리지만 그만큼 중요한 기본적 원칙 아닌가. 언론이 달을 가리켜 달이라 하고 별을 가리켜 별이라 할 것임을 대중이 믿기에 그들은 힘을 가진다.

언론사도 돈을 벌어야 한다. 여하간 그들도 자본주의 사회의 일원이니까. 유료 구독이나 보도 외 사업, 독자들의 후원이나 기부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당연히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다. 시청률이나 구독자 수, 주목도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주목도가 높을수록 광고 수익도 올라간다. 문제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될 경우다. 보도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고 권력을 쥐기 위해 보도를 하기 시작할 때, 사실 보도보다 특정 계층의 사적 이익이 앞에 놓일 때, 그리고 대중들은 호도된 진실을 알지 못할 때. 과연 그들을 사실 보도에 앞서는 ‘언론’이라 말할 수 있을까? 편집된 진실과 의도된 의혹은 죄가 아닌가? 언론이 짜 놓은 판에서 대중은 어떻게 호도되는가? 가십과 여론은 어떻게 마녀사냥을 시작하는가? SBS <피노키오>는 그 끔찍한 수라장을 가정한다.
 

송차옥,-최달포.jpg

출처_ SBS


주인공 기하명(이종석)은 자극적 보도에 의해 가정이 박살난 언론 보도의 피해자다. 인명 구조를 위해 폭발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소방관 아버지는 억울한 오명을 썼다. 어머니는 언론의 난타와 손가락질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재명(윤균상)과 하명은 신분을 숨긴 채 십수 년을 떨어져 살아야 했다. 뿐만 아니다. 재명은 추악한 진실이 밝혀진 순간 개인적 처단을 결심한다. 아버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공장 직원들을 살해하고 그 죄를 공장주에게 뒤집어씌운다. 이 수라장은 묘하게 전작 <너의 목소리와 들려>와 비슷하다. 거짓말을 못 하는 소녀는 타인의 마음속을 읽을 수 있는 소년과 닮아 있고, 언론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입은 재명ㆍ하명 형제는 선량했던 시절의 민준국(정웅인)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보다 눈에 띄는 것은 모든 사건의 중심, 태풍의 눈에 서 있는 송차옥(진경)이다. 이 캐릭터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두 인물을 생각나게 한다. 수하의 아버지 박주혁 기자와 살인범 민준국. 펜의 힘으로 타인을 상처 입힌다는 점에서는 박주혁 기자를, 자신의 그릇된 신념에 대한 확신은 민준국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청자들한테 먹히는 건 팩트보다 임팩트야. 소방대원이 아홉이나 죽었어. 그 원망을 들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게 무리한 화재진압을 실시한 기호상이야.”


일갈하는 송차옥의 말은 두렵다. 중립적 보도를 우선해야 할 언론에서 ‘대중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하면서도 죄책감이 없기 때문이다. “99%라… 팩트가 되기에 1%가 모자란 거 너도 인정하는 거네. 기호상이 살아있다고 단정하지 마. 파렴치범이라고 매도하지도 말고. 기호상이 경찰에 잡히고 모든 게 밝혀질 때까지 아무 것도 예단하지 말고 팩트만 내. 안 그럼 분노가 엉뚱한 데로 튀어.” 언론의 역할은 사실 규명과 공정 보도임을 잊지 말라 말하는 YGN 이영탁(강신일) 보도국장의 말과 대비되지만, 여론은 쉽게 호도된다.


게다가 기자로 뼈가 굵은 이 분, 쉽게 꼬투리도 잡히지 않는다. “난 의혹을 제기한 거지 단정하지 않았어. 그게 문제가 되나?” 제기된 의혹은 이미 단순한 가능성 이상의 힘을 가짐을 알면서도 송차옥은 당당하다. 반쯤은 본인의 신념 때문이지만, 반은 특정 계층의 권력을 위한 것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신념도 양심도 저버린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차옥은 오히려 후배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다. “난 최소한 CCTV라는 증거를 가지고 따지고 있는데 니들 증거는 뭐야! (…)그러니까 그 얄팍한 증거라도 가지고 와서 따지라고! 친구라고 일방적으로 두둔하지 말고 기자로서, 제대로 된 증거로 의혹을 제기해 봐!”


송차옥의 당당함 뒤에는 박로사(김해숙)가 있다. 초반부터 암시된 박로사과 송차옥의 밀월관계는 정치권의 이익을 위한 언론과 정경의 합작이었다. 박로사는 언론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13년 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렇다. 가방 도난 사건에서 드러났듯 언론을 적절하게 이용해 이득을 취하면서도 그것이 전혀 문제라 생각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근데 막말로 아들 말처럼 내가 뉴스를 이용했다고 쳐,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아들은 뉴스 났고, 난 물건 팔았고, 사고 싶은 사람들이 원 없이 샀어. 나쁜 게 없잖아, 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대중이 언론에 기대하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이용해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찾는다. 교묘하고 영리하지만 그만큼 두려운 논리다.

 

진실을 호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사는 필히 엉뚱한 피해자를 낳는다. 13년 전에는 소방관 기호상이었고, 지금은 경찰 안찬수(이주승)다. 두 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일반폐기물 공장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났다는 점, 화재 원인에 대해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전 특정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보도가 튀어나왔다는 점, 그에 잘못된 방향으로 여론이 호도됐다는 점, 그 흐름의 중심에 MSC 송차옥이 있다는 것까지. 송차옥은 폭파사건의 진원을 숨기기 위해 박로사의 지시대로 엉뚱한 피해자를 제조한다. 언론이 제 갈 길을 잊고 정재계의 충실한 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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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SBS


언론을 홍보사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립적으로 진실을 보도하고 사실을 규명하는 데 힘쓰리라 약속한 곳이기 때문이다. 뻔한 논리지만 그만큼 중요한 기본적 원칙 아닌가. 언론이 달을 가리켜 달이라 하고 별을 가리켜 별이라 할 것임을 대중이 믿기에 그들은 힘을 가진다. 언론을 굴러가게 하는 것은 돈이되 그 돈을 벌게 만드는 것은 대중인 셈이다. 대중의 신뢰를 잃은 언론은 보도에 힘을 잃고, 기껏해야 가십지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게 될 터다. 제 갈 길이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좋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기사는 돈이 될 테고, 홍보라고 부를 법한 기사도 타인의 권력을 위한 조작 보도도 당장은 언론사의 무기가 된다. 허나 본질을 잃은 언론은 결국 허울뿐인 이름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피노키오>는 꿋꿋이 말한다, 송차옥 본인의 입으로. ‘정확한 진실에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서 진실을 왜곡하면 안 된다’고, ‘그 거짓말들 위로, 진실은 물 위의 기름처럼 떠오르는 법’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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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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