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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장식할, 단 하나의 록 앨범, 위저 새 앨범 발매!
점점 경량화 되어가는 시장에서 씬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사색적인 내용을 담았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밴드의 새 앨범은 때문에 생소하게 다가올 공산이 크다. 거칠어진 기타의 질감과 진중해진 분위기에서 어렵지 않게 < Pinkerton >을 연상할 수 있다.
위저(Weezer) < 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 >
위저는 다채로운 밴드다. 하지만 '파랑', '초록', '빨강'의 알록달록한 색의 재기발랄함 속에 숨겨둔 진지함을 떠올리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 Weezer (Blue Album) >의 성공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트린 < Pinkerton > 이후 사색과 고민보다는 유쾌함을 기본 모토로 삼은 위저의 음악이다. 그 상쾌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 성공을 거둔 < Weezer (Green Album) >과 < Weezer (Red Album) >, < Raditude >는 모두가 기억하는 즐거운 앨범이 된 반면 약간의 헤비함을 담은 < Make Believe >, < Hurley >의 인지도는 크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라 하겠다. 심지어 < Make Believe >는 플래티넘 앨범인데도 말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밴드의 새 앨범은 때문에 생소하게 다가올 공산이 크다. 거칠어진 기타의 질감과 진중해진 분위기에서 어렵지 않게 < Pinkerton >을 연상할 수 있다. 리버스 쿼모의 입에서 툭툭 던져지는 가사는 귀가 아닌 뇌를 자극한다. 「Island in the sun」이나 전작의 「(If you're wondering) If I Want You To」를 기대한 이들에겐 여유로우면서도 거친 「Back to the shack」에 몸을 흔들기 쉽지 않다. 유쾌함을 위해 만들어진 앨범이 아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앨범의 방향성은 신보가 결코 즐거운 음악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20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록 밴드의 고백은 2014년의 위태로운 록 음악이 호소하는 외로운 이야기다. 현재 팝 시장은 베테랑 록밴드에게 기꺼이 데뷔 20주년 축하 파티를 열어줄 용의가 없다. 전 세계는 일렉트로닉 비트에 몸을 맡긴 지 오래며 밴드는 라이브 무대 백 밴드 정도나 익숙하다. 「Eulogy for a rock band」에서 리버스 쿼모는 20년 전 동고동락했던 밴드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네며 잊히는 록 음악의 고충을 암시한다. '시간은 흐르고/단어들도 오고 가겠죠/우리는 당신이 먼 옛날 불렀던 멜로디를/부르고 있을게요.' 아디오스(Adios), 록밴드.
'사람들이 우릴 이렇게 원하는지 몰랐어'라는 비아냥거림으로 출발하는 「Back to the shack」은 '1994년처럼 몸을 흔들어봐'라는 가사로 앨범의 메인 기조를 강화하며 베테랑의 노선 변경은 없음을 다시금 천명한다. 메시지를 따라 앨범은 익숙한 팝 펑크 사운드로 일관성 있게 진행된다. 전자음 실험, 여유 있는 진행 등 다양한 시도를 병행해온 그들이지만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로는 역시 익숙한 펑크 사운드와 귀에 감기는 록 사운드가 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자아 성찰적인 고백이나 씁쓸한 회고에도 음악에 적응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Ain't got nobody」나 「Lonely girl」등은 직선적인 펑크 록으로서 익숙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 스타일의 계승과 더불어 다소 무거워진 주제를 유화하는 것은 역시 귀에 감기는 멜로디라인이다. 위저의 멜로디 제조 능력은 이미 그 검증이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뛰어나며, 몇 번 듣지 않아도 금세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머릿속에 새겨진다. 여기에 친숙한 가사까지 더해지니 공감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미국의 인디 밴드 베스트 코스트 멤버 베타니 코젠티노와 함께한 「Go away」는 보편적인 남녀관계의 어려움을 그려낸 위저식 팝송으로 듣는 재미를 더한다. 앨범의 마무리를 짓는 '미래범위 3부작(The Futurescope Trilogy)'의 세 트랙에서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를 앞세운 인스트루멘탈 트랙들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어색함 대신 깔끔한 앨범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한다.
언제나 예상 가능했지만 단 한 번도 물리지 않았다. 시작은 네오 펑크의 무료함이었지만 그 후 위저는 20년 동안 성실한 음악으로 록 시장에 헌신해왔다. 그로부터 20년 후, 베테랑이 된 이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능숙한 진행 속에 녹여 다시금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점점 경량화 되어가는 시장에서 씬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사색적인 내용을 담은 록 앨범은 더욱 그 가치를 발한다.
게다가 여전히 쿨하기까지 하다. 결국엔 모두 다 잘 될 거라니. < Everyt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 >는 2014년을 장식할, 진지하면서도 멋진 단 하나의 록 앨범이다.
글/ 김도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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