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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만으로도 감정을 뒤흔들 줄 아는 가수, 김동률 정규 6집 발매

거대하고 웅장한 매력을 갖고 있지만 때로는 재치 있는,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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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에 충실하게 잘 만든 곡은 다른 어떤 실험적인 작법의 곡보다 손쉽고 강력한 감동을 가져온다는 방식 아래 이번 앨범 < 동행 >은 흐름을 쫒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찬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1990년대의 감성이 맞물리면서 익숙함과 호감을 창출한다.

김동률 < 동행 >


김동률은 선율만으로도 감정을 뒤흔들 줄 안다. 멜로디에 충실하게 잘 만든 곡은 다른 어떤 실험적인 작법의 곡보다 손쉽고 강력한 감동을 가져온다는 방식 아래 이번 앨범 < 동행 >은 흐름을 쫒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찬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1990년대의 감성이 맞물리면서 익숙함과 호감을 창출한다. 




평범한 팝 발라드를 그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스트링의 마력, 루트를 벗어나지 않는 안전한 동행이 편안한 동시에 너무 무난하다는 비판적도 존재한다. 김동률하면 연상되는 웅장함이 감동을 넘은 작위적인 압도로 이어져 다소 고루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내 마음은」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한두 번 만에 즉각적으로 귀에 꽂히는 파괴력이 감소되었으며 특히 「고백」은 가창에 지나치게 힘을 줘 이질감까지 느껴진다. 수록곡 내에서 가장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큰 「동행」을 말미에 배치한 것 역시 웅장한 결말을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동률의 음악이 사랑 받는 이유는 클래식 구성을 향한 집요함 때문이다. 좋은 멜로디 외에도 그가 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곡 전체를 하나의 큰 구도로 풀어낸다는 데에 있다. 일반적인 발라드의 경우 브릿지부터 결말 사이에서 급격히 올라가는 반면 그는 악기의 편성을 이용하여 처음부터 흐름을 쌓아 보다 큰 스케일의 곡을 만든다. 건반으로 시작해 드럼과 현을 한 꺼풀씩 덧입힌 「내 사람」은 위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풀어낸 팝 발라드이고 타이틀곡 「그게 나야」 역시 이와 같은 섬세한 구도를 감상할 수 있다. 쓸쓸하고 잔잔한 도입부의 기운을 고조시킨 후에 오케스트라 변주와 보컬의 흐느낌으로 채워나가며 후반부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후렴으로 내달리면서 힘차게 부르는 가창은 무뎌졌던 이별의 아픔을 건드리며 감정을 팽창한다. 


그는 특별한 기교나 파괴력은 없지만 중저음의 따뜻한 음색은 「Advice」에서 허스키하고 재지스럽게 부르는 존 박과 함께 해도 어울린다. 음악 선생님 김동률의 작곡이나 창법을 충실히 받아들여 자신의 스타일이 무뎌졌던 존 박은 그루브를 저음으로 표현하며 단순한 제자 역할을 넘은 듀엣 파트너로 자리한다. 앨범 내의 유일한 업템포 곡 「퍼즐」 역시 멜로딕하게 흘러가는 건반을 배경으로 스트링과 보컬이 함께 내달리며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 두 트랙은 악기가 만들어내는 풍성한 공간감을 통해 트랙 간의 균형을 맞춰주며 「출발」, 「아이처럼」과 같은 가볍고 밝은 곡으로 그를 기억하는 층이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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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라는 주제에 수록곡들이 밀착해있다. 사랑하다 이별하는 과정을 독백의 형식으로 풀어놓아 각각의 가사보다 앨범의 이미지가 더 선명하게 와 닿는 이유다. 여유로움과 불안이 공존했던 때를 회상하는 베란다 프로젝트의 작사 방식은 「청춘」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활용되고 감성적인 노랫말 역시 내용을 바꿔가며 반복과 변형에 동참한다. 


< 건축학개론 >< 응답하라 1997 >에 삽입된 김동률의 노래가 '90복고' 문화를 선도했다. 첫 사랑에 대한 막연한 설렘, 차분히 앉아서 오랫동안 곡을 듣고 가사를 곱씹었던 1990년대 그 시절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회상한다. 방송 출연이나 홍보를 하지 않는 와중에도 차트에서 그가 가진 파괴력은 여전하고 대중적인 소재를 진실한 독백으로 표현하는 연주와 가사 역시 다른 많은 가수들과 차별화된다. 1분 미리듣기와 음원 중심 소비 시대인 현재 오케스트레이션과 시적인 노랫말로 가득한 4분 이상의 대곡을 내세운 것 역시 그만의 접근법이다. 김동률 카드는 대중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글/ 정유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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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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