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 & 노브레인 합작 앨범 <96>

한국 펑크록의 쌍두마차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합작 앨범 <96> 발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한국 펑크록의 쌍두마차 크라잉 넛과 노 브레인이 합작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제목은 < 96 >, 1996년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막 음악을 시작하던 시기였기 때문이죠. ‘말달리자’, ‘넌 내게 반했어’ 등 대중에게도 친근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서로의 곡을 바꿔서 연주하고 불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크라잉 넛 X 노 브레인 <96>


노브레인.jpg


여전히 1990년대 한국 펑크록의 추종자를 자처하고 있는 당신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울 작품이다. 이번 스플릿 앨범의 두 주인공은 크라잉 넛과 노브레인. 숱하게 클럽 드럭의 링 위에 올랐던 두 파이터가 한 음반에 모였다. 그러고 보니 그 모양이 여러 스타를 탄생시켰던 드럭 레코드의 컴필레이션 '아워 네이션' 시리즈와도 닮았다. 크라잉넛은 옐로우 키친과 함께 했던 1996년의 < Our Nation 1 >에서, 노브레인은 위퍼와 함께 했던 1997년의 < Our Nation 2 >에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마침 앨범의 제목도 '96.' 이들이 막 음악을 시작했던 1996년으로 시점을 돌린다. 이에 대한 회고는 두 밴드가 함께 부른 음반의 맨 마지막 트랙 「96」에 실려 있다. 나머지 여섯 곡은 서로의 대표곡을 세 곡씩 정해 바꿔 부른 커버들이다.


선곡서부터 나름 재미가 보인다. 과거에 쌓아놓은 1990년대의 기록과 현재를 달리며 남긴 2000년대의 기록이 반씩 목차를 나눈다. 노브레인의 곡들을 보자. 2004년의 히트곡 「넌 내게 반했어」가 먼저 들어올 테지만 무게가 실리는 지점은 「아름다운 세상」과 「바다사나이」와 같은 훨씬 이전, 폭도 시절에 날렸던 펀치들에 있다. 크라잉 넛의 리스트는 이와 대칭을 이룬다.

 

1990년대를 빛낸 한국 펑크의 송가 「말달리자」 뒤에 나오는 두 곡은 2000년 이후에 낸 「비둘기」와 「룩셈부르크」다. 반대되는 비율로 앨범의 균형을 맞췄다. 내용도 좋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만큼, 원곡의 분위기와 자신들의 스타일 사이에서 접점을 잘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넌 내게 반했어」는 로큰롤 사운드를 품어 강렬해졌고, 「룩셈부르크」는 새로운 편곡을 통해 간편해졌다. 오리지널과 크게 다르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담은 「말달리자」와 차승우 시절의 노브레인을 연상시키는 기타 솔로가 담긴 「바다 사나이」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크라잉 넛.jpg노브레인.jpg


아쉽게도 신곡 「96」에서는 소구력이 떨어진다. 텍스트에 담긴 자전(自傳)과 두 밴드의 협업에서 발하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는 크라잉 넛과 노브레인이 공유하는 모먼트의 집합임과 동시에 같은 시간을 걸어온 팬들과의 교차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감격을 연출하는 도입부의 피아노 연주와 곡 전반에 놓인 평범한 펑크 사운드는 어딘가 심심함을 낳는다. 추억이라는 기획을 여실히 증명하나, 나름 강성의 태도를 몰고 나온 앞의 여섯 곡과는 맥이 다소 어긋난다. 텐션이 크게 감소하는 부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앨범 전체에까지 영향을 끼칠 문제는 아니다.

 

시각을 넓혀 음반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콘셉트와 콘텐츠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 하고 싶다. 창작욕을 과시하거나 대단한 획을 그어 나온 결과물은 아니다만 수준은 보통의 위치를 넘는다. 여기에 한국 인디 신의 태동기를 이끈 두 밴드의 조합과 이들이 내건 숫자 「96」의 상징성까지도 더해보면 그 무게감 또한 한층 오른다.


글/ 이수호 ()









[관련 기사]

- 샤이니 태민, 남자로 돌아오다
- 김사랑 “콤플렉스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 진짜 '장범준'표 앨범
- 소녀시대 태티서, Holler로 다시 돌아오다
- 형돈이와 대준이, 갱스터랩이라고 들어봤니?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10,400원(20% + 1%)

Crying Nut X No Brain - 스플릿 앨범 [96] 1996년. 한국 대중음악사의 격변기였다. 그 해 초 김광석이 죽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했다. H.O.T.가 데뷔했다.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가 열리는 교차로 같은 해였다. 그 뿐 만이 아니었다. 그 이전까지 신촌의 곁가지처럼 여겨졌..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시인 김겨울의 첫 시집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왔던 김겨울 작가가 시인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본래 시인일지도 모르겠다. 김겨울 시인은 우화라는 이야기의 형태를 빌려, 담대하게 불가해한 인생의 의미와 슬픔이 가져다주는 힘을 노래한다. 다 읽고 나면, 이 시인의 노래를 가만히 서서 듣고 싶어질 것이다.

수사학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

‘설득을 위한 기술'로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인 수사학.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28가지 대화법을 담았다. 대화와 설득에 번번이 실패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싸우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매사가 귀찮은 사람이라면 필독

무기력. 전 세계를 뒤덮은 감정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3년이 결정적이었다. 매킨지 조사로는 세계 직장인 42%가 무기력한데 한국은 51퍼센트로 높은 편이었다. 희망은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가 무기력을 극복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어린이들이 던지는 유쾌한 한 방

궁금한 건 뭐든지 파헤치는 '왜왜왜 동아리' 제대로 사고쳤다?! 반려견 실종 사건을 파헤치던 동아리 아이들, 어른들이 이익을 위해 선택한 일들이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후 행동에 나서게 되는데... 세상을 바꿔나가는 개성 넘치고 활기찬 아이들의 반짝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