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책, 재미없다고요?
⑧ 채널예스 운영진이 뽑은 ‘책을 말한 책’
책의 주제는 무한하다. 어떠한 사소한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다. 책을 가장 풍성하게 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 또한 ‘책’일지도 모른다. <채널예스> 운영진이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에 대한 책’을 소개한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입니다. <채널예스>는 ‘책의 날’을 맞아, 특색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와 잡지사를 만나보고, 양서를 추천합니다.
<채널예스> 운영자들에게 ‘책에 대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명사의 독서법을 다룬 책, 양서를 소개한 책 등 ‘책’을 주제로 한 책이라면 무엇이든 좋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답장을 받아보니, 과연 비슷한 선택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사람의 생각, 선호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채널예스>를 총괄하고 기획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편집을 하는 사람들이 고른 ‘책에 대한 책’. 한 번 들여다보실래요? 2014년 4월, ‘책의 날 특집’ 마지막 기사입니다.
그래, 책이야!
레인스미스 저/김경연 역| 문학동네어린이
돌도 안 된 아기에게도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손가락으로 아래 위, 좌우로 손가락을 훑는 그런 세상이다. 이처럼 전자기기에 익숙한 ‘동키’는 스크롤도 안 되고, 게임도 할 수 없는 낯선 물건 ‘책’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대체 이 물건은 어디에 써야 하는 거람? 책의 가장 큰 경쟁자는 스마트 기기라고들 하지만, 책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귀여운 우리의 친구 몽키와 동키, 그리고 마우스가 들려주는 책의 매력에 귀를 기울여 보라. (조선영)
책인시공
정수복 저 | 문학동네
‘책에 대한 책’, 사실 이런 책은 재미없다. 남들이 읽은 책의 감상문을 읽는 것만큼 지루한 일이 없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소설 한 편을 읽는 것이 훨씬 낫다고, 나는 자부한다. 책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곤혹스럽다. “1년에 300권을 읽었다”고 자랑하는 사람에게 나는 묻고 싶다. “그래서 당신의 삶이 어떻게 변하셨나요?” 자랑하고자 책을 읽는 사람치고, 담백한 인간이 없다. 사회학자 정수복이 2013년에 펴낸 책 『책인시공』을 손에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또 책 자랑이신가?” 하나, 서문을 읽자마자 매혹됐다.
저자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에서 초안안 ‘독자의 절대적 권리 선언’을 보완한 ‘독자 권리 장전’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이끈다. 책을 읽을 권리부터 읽지 않은 권리,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은 권리 등을 소개한다. 헛헛! 이런 권리를 누려도 된다면,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책인시공』은 양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닌,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파리 체류 시절, 저자가 책을 즐겼던 도서관과 서점, 수많은 카페, 부엌, 거실 소파 등의 이야기가 마치 단편영화처럼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런 독서, 질투가 치밀었다. 정수복 저자는 최근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을 펴냈다. ‘책에 대한 책’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없애준 저자이기에, 속는 셈 치고 또 한 번 읽어 볼까? (엄지혜)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황석영, 성석제 김연수 등저 |문학동네
얼마 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어릴 때 만화책을 통해 가진 짧은 만남 이후 10여 년만의 ‘진짜 만남’이었다. 사랑에 미친 가여운 베르테르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괴테의 필력에 감탄하면서, 나는 뒤늦게 고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고전을 더 많이, 더 깊게 알고 싶은 갈증이 생겼다. 쟁쟁한 한국작가 100여 명이 자신이 읽은 고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은, 그런 나의 갈증을 채웠다. 수많은 고전을 알게 된 기쁨과,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감상을 읽는 즐거움 또한 안겨 주었다. 덕분에 막 고전의 세계에 입문한 나는 방황하지 않고, 천천히 그 세계를 파헤쳐 나가고 있다. (임수빈)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저/송태욱 역 | 자음과모음(이룸)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문학의 종언’을 이야기했다. 고진 외에도 많은 사람이 문학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보기란, 대도시에서 은하수 보기 만큼이나 어려운 시대니. 이런 시기에 문학의 건재를 이야기하고 독서라는 행위가 지니는 불멸의 의미를 다룬 책. 문맹 비율이 높았던 19세기 러시아에서 문학은 활짝 꽃피웠고,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게 사사키 아타루의 주장이다. (손민규)
웃음의 과학
이윤석 저 | 사이언스북스
우리는 <개그콘서트> 같은 TV 프로를 보면서 왜 배꼽을 잡고 웃을까? 말도 잘 못하는 아기는 왜 엄마 앞에서 깔깔 웃을까? 개그맨이자 신문방송학 박사이기도 한 이윤석은 ‘웃음’에 관한 국내외 수많은 책과 논문을 분석하여 『웃음의 과학』을 집필했다. 남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저자의 책이지만, 동료 개그맨 이경규가 “너는 책도 안 웃긴다”고 말할 정도로 유쾌한 도서는 아니다. 하지만 이윤석은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 기반하여, 수많은 관련 도서와 논문을 인용하여 한 권의 멋진 책을 만들어냈다. 『웃음의 과학』에는 방대한 참고도서가 등장한다. 6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인과 심부름꾼』, 『오래된 연장통』,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무지개를 풀며』 등의 전문서적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분명 이윤석은 과학자가 아닌데도, 이 책에 신뢰가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뒷편의 참고 도서를 보면, 평소 이윤석의 독서량과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마치 수십 권의 과학서적을 읽은 기분이랄까? 평소 진화심리학이 궁금했다면, 『웃음의 과학』을 통해 시작해보면 어떨까? 요즘처럼 우울하고 퍽퍽해진 일상에 웃음이 얼마나 유익한 행위인지 깨닫는 것도 큰 묘미가 될 것이다. (최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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