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 “<무한도전> 표지는 5천부 더 찍었어요”
⑤ 홈리스의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 안병훈 편집장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사업이다”
홈리스가 판매하는 잡지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잡지다. <빅이슈코리아>는 지난 2010년 5월에 창간.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에 이어 세 번째다. 홈리스들의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는 서울 시내 지하철역과 거리, 온라인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정기구독도 가능하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입니다. <채널예스>는 ‘책의 날’을 맞아, 특색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와 잡지사를 만나보고, 양서를 추천합니다.
“살아볼 만한 세상이란 걸 알았어요. 이젠 다른 불행이 찾아오면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요.” 숭실대입구역 3번출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의 한 마디다. 일본과 한국에서 정비사로 일하다 사기를 당하고 거리 생활을 시작한 아저씨는 <빅이슈>를 만난 후,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 매일 아침 여의도역 5번 출구를 지키는 ‘빅판’ 서명진 씨는 지난해 말,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빅이슈>를 판매한 지 다섯 달 만에 임대주택 보증금을 모았고 지금은 홈리스 밴드 ‘봄날밴드’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당신이 읽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잡지로, 사회구조를 위한 빈곤 문제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둔다. 매달 2회(1일, 15일), 격주간지로 서울과 대전 지하철역과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재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판매원은 50여 명. 1권당 5천 원에 판매되는 <빅이슈>의 판매 수익금 중 50%(2,500원)가 판매원에게 돌아간다. 6개월 이상 판매하고 꾸준히 저축을 하면 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2014년 4월, 현재 30여 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13명의 판매원이 <빅이슈>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국내 <빅이슈>는 17년 동안 홈리스 자활을 지원해온 비영리민간단체 ‘거리의 천사들’에서 시작한 사회적기업이다. 2008년 초, 한국에 ‘<빅이슈> 온라인 창간 준비모임’이 생겼고, 2년간의 준비과정 끝에 2010년 5월에 창간호를 발행했다. 지난 4월 15일, 배우 하정우가 표지모델로 나선 <빅이슈>가 82호다. 현재는 100페이지 분량으로 1만 부를 발행하고 있다. 81호 <빅이슈>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표지 모델로 나선 까닭에 초기에 매진되어 5천 부를 더 발행했다.
<빅이슈 코리아> 안병훈 편집장은 <빅이슈>의 초기 멤버다. 판매국 팀장으로 일을 시작해 2년 전부터는 편집장 역할을 맡고 있다. 편집국의 일을 총괄하지만 광고, 판매, 홈리스 자립 지원사업 등 <빅이슈>의 다양한 사업을 도모하고 있다.
“처음 <빅이슈 코리아>가 시작될 때는 거리에 계신 홈리스 분들 7명을 모집해 판매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52명 정도가 판매하고 있어요. 대전을 합치면 좀 더 늘어나고요. 사실 판매원이 많이 늘어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에요. <빅이슈> 사업 자체가 홈리스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잖아요. 홈리스 인식 개선 사업이 목적이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자립하는 게 먼저죠. 우선적으로는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걸 도와드리는데, 입주하지 않고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가족관계가 회복되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안병훈 편집장은 <빅이슈> 코디네이터들과 함께 매일같이 노숙인쉼터 등 거리의 홈리스를 만나러 간다. <빅이슈>를 소개하고 판매원이 될 것을 권한다. 처음에는 <빅이슈>를 불신하는 홈리스들이 많았다. 홈리스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브로커들이 많아, 적대심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4년차가 된 지금은 훨씬 수월해졌다. 올해부터는 <빅이슈> 판매원들의 메이크 오버 프로젝트 ‘빅판 가변의 법칙’을 진행하고 있다. 무서운 인상을 가진 판매원이 세련된 옷과 헤어 스타일로 변신하니, 미소가 변했다. 사진과 헤어, 메이크업, 의상 모두 재능기부자들의 도움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빅이슈>는 재능기부자들의 노력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잡지에요. 지금까지 신청해주신 분들이 1천 명 이상이에요. <빅이슈>의 기획 방향과 잘 맞는 분들을 찾는 게 우선이죠. 4월호 표지 사진은 <빅이슈> 초창기 때부터 재능기부를 해주셨던 故 보리 작가님의 유작으로 진행했어요. <무한도전> 멤버들도 초상권을 기부해주셨고요. 배우 하정우 씨도 다시 한 번 표지모델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모두 정말 고마운 분들이시죠.”
故 보리 작가는 <빅이슈>가 알려지지 않은 2011년부터, 선뜻 <빅이슈>로 먼저 연락을 해와 사진 촬영을 자원했다. 아이유, 최강희, 하정우를 표지모델로 섭외해준 것도 보리 작가다. 모델 장윤주도 <빅이슈>의 표지 모델에 자원해 2년째 재능기부자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1월호 한복 화보 모델로 나서면서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 의상도 직접 섭외했다. 소설가 장정일, 음악평론가 차우진, 문화평론가 김작가, 음악작가 배순탁 등도 <빅이슈>의 고마운 재능기부자다. 해외의 경우, 폴 매카트니, 베네딕트 컴버배치, 데이비드 베컴, 조앤 K, 롤링 등 유명인들의 재능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빅이슈>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사업이 돼야 한다는 거예요. 파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잡지가 되길 바라죠. <빅이슈> 만의 시각을 분명하게 갖고 가는 것도 중요해요. 삶의 대안적인 이야기를 <빅이슈>만의 시선으로 다루려고 최근에는 문화와 사회면을 따로 발행하고 있어요. 주요 독자가 20,30대 여성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패션, 뷰티 면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근래에 편집부에 능력 있는 기자 분들이 많이 오셔서 좋은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어요(웃음).”
<빅이슈>에는 글, 사진, 그림, 번역, 영상 등으로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빅이슈>의 판매를 돕는 도우미 ‘빅돔’과 우편봉사 등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동아리 단원들이 ‘빅돔’을 신청해 ‘전량 판매’의 기록을 내기도 했다. <빅이슈>는 정기구독, 온라인서점 구매 등으로도 받아볼 수 있다. 정기구독과 온라인 판매 수익금은 <빅이슈> 판매원의 임대주택 입주 시, 판매원의 생활 개선에 사용된다.
올해 빅이슈코리아는 판매원들을 교육하는 코디네이터들을 대거 모집해, 내년쯤에는 전국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빅판’도 100명쯤으로 늘리고, 홈리스월드컵, 홈리스발레단, 봄날밴드, 민들레예술문학상 등 홈리스 인식 개선사업도 확대해 홈리스의 진정한 자립을 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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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적인 자립(임대주택 입주)을 했지만, 가전제품을 구비하고 생필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중고 가전제품으로 빅판들의 ‘진정한 자립’을 응원해주세요. 홈리스들이 소셜미디어 교육을 통해 SNS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중고 스마트폰 기부’도 받고 있습니다. (문의) 02-2069-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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