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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배운 노숙자, 아내에게 사랑한다 말하더라” - 『유쾌한 420자 인문학』 최준영

“김진숙, 우리 사회 다양한 문제를 한꺼번에 상징하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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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으로부터 35m. 현재 한국이 매달려 있는 높이입니다. 짐작하겠지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타워크레인의 높이이기도 하죠. 노동자 김진숙씨가 몸을 ‘놓은’(홍세화 선생님의 표현을 빌었습니다) 자리가 그곳입니다.

지상으로부터 35m. 현재 한국이 매달려 있는 높이입니다. 짐작하겠지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타워크레인의 높이이기도 하죠. 노동자 김진숙씨가 몸을 ‘놓은’(홍세화 선생님의 표현을 빌었습니다) 자리가 그곳입니다. 허나 그건, 단순히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가 타워크레인에 올라 시위하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는 지금 이 땅이 품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와 징후와 더불어 꺼지지 않는 희망이 있습니다.


당신은 저 35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있나요? 저는 이 질문이 지금 한국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척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당하고, 어려울 때마다 고통분담이 아닌 고통부담으로 꺾여온 노동자, 우리의 자화상. 뭣보다 그것, 우리 자신을 위해 떠난 버스, ‘희망’이라는 이름의 버스. 더 이상 희생이 아닌 희망으로 말하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

버스 하나가 단순히 오가는 것이 아니라는 건, 정부나 기업의 반응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그들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버스 앞에 안절부절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할까요? 그들은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앞서 폭력적이고 교묘하게 쌓아온 지배와 사고 구조에 틈이 생기고, 언젠가는 허물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혼자 생각하건대, 저는 ‘진숙’이라는 호명에서도 그 징후를 엿봅니다. 그러니까, 振肅(진숙). 쇠한 것을 진작시키고, 해이된 것을 건축시킴, 또는 문란한 것을 엄숙하게 바로 잡음. 쇠한 것, 해이된 것, 문란한 것. 자본이 만들어놓은 이 시대의 초상을 진작시키고, 건축시키고, 바로 잡는 존재, 진숙.

알고 계시죠? 희망버스는 계속 됩니다. 나의 희망을 품은, 당신의 희망을 실은, 우리의 희망을 담은, 우리의 즐거운 희망. 오는 27일 기억하시고요. 이런 35m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 타워크레인 김진숙씨에게서 지금-여기의 사람의 문제, 삶의 문제를 읽는 인문학자가 있습니다.

김진숙씨의 저서 『소금꽃나무』를 지금 이 시대의 노동문제 바이블로 꼽는 그는, 노숙인 인문학자로도 불리는 최준영 교수(실천인문학연구소 ‘사람’ 설립 추진 중)입니다. 최 교수는 성프란시스대학(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과 단체, 기관 등에서 인문학을 강의합니다. 그리고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com/junyeong.choe)을 통해 420자로 이뤄진 세상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채집된 세상사를 묶어 『유쾌한 420자 인문학』(이룸나무 펴냄)를 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신설동 이룸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420자 세상채집자, 페이스북 논객 최준영 교수를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음직한 말씀이 나옵니다. 최 교수에 의하면, 김진숙씨를 다루는 우리 사회의 방식과 시각이 민주화의 척도고, 진화와 문명의 척도라니, 다시 당신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당신에게 35m, 85호 타워크레인은 무엇인가요?

나는야, 사이비다. 학위도 없으면서 교수 명함을 들고 다닌다. 강의는 줄기차게 한다. 수백 만원 등록금 내는 대학생들이 아닌 노숙인, 여성가장, 수형인, 장애여성, 차상위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인문학을 매개로 울고 웃는다.(p.132)


페이스북에 쓴 글로 책을 냈습니다. 앞서 책을 낼 때와 기분이 다를 듯도 한데, 어떤가요?

“책을 낼 목적으로 쓴 게 아니었어요. 느닷없기도 하고, 책을 낼 준비가 돼 있는가, 의문도 있었죠. 그래도 주목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고마운 마음으로 내기도 했는데, 좀 더 치밀하지 못해서 아쉬움도 있어요. 한국사람들이 최초 이런 걸 좋아하는데, 책 나올 시기에 페이스북 무용론이나 단점이 회자될 무렵이기도 했어요. 표피적이다, 가볍다, 프라이버시 침해 당한다 등. 그래? 페이스북이 가벼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게, 짧아도 얼마든지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고, 어떻게 이용하는지 보여줄게. 스스로 의미를 만들고, 노예가 됐어요.(웃음)”

다양한 SNS 가운데,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는 것, 어떻던가요?

“블로그는 한지 좀 오래 됐고, 그러다 트위터가 센세이션 일으켰었죠. 뒤늦게 트위터를 했는데,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망가야 팔로우가 많으니까 널리 퍼지지만, 새로 시작한 사람에겐 후속 반응이 없어요. 이거 뭐하는 건가 생각이 들었고,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는데, 트위터보다 다채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통의 측면에서 용이하지 않나 생각했고요. 처음엔 가벼운 글, 유머, 일상을 올렸는데, 한 달 정도 하니 싫증이 났어요. 그만둘까 하다가, 이 속에서 글 써보는 거 어떨까 해서 페이스북의 글자 수 한계인 420자에 맞춰 단상을 써보자고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며칠 안 돼서 호응이 오는 거예요. 그 호응이 동기 부여가 돼서 오늘 아침까지 157회를 썼어요. 하루도 안 거르고.”

서문에 책을 낸 이유들을 제시했습니다. 인문학도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인문학의 재미는 어디서 나온다고 보세요?

“인문학 특강을 요청하는 기관, 단체가 많은데, 가서 보면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해요.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면, 고전읽기부터 시작한대요. 물론 의미가 있는데, 좀 안타까운 면도 있어요. 인문학하면, 동서양 고전부터 시작한다든지, 그것만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고전은 공부가 병행돼야 하고, 의미 있는 만큼 노력도 많이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인문학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역사도 인문학이고, 문학도 인문학이예요.

나는 문학에서 인문학 정신을 끌어내는 게 쉽고 재밌게 인문학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학텍스트를 인용해서 인문학을 강의합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삶을 견주어 보면서, 수준 높은 깊이 있는 것만이 인문학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인문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인문학의 재미는 문학, 사회현상, 이런 것들 속에서 충분히 끌어낼 수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인문학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발랄하고, 짧게 읽고, 편안하게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게 바로 책을 내는 이유입니다.(p.6)

노숙인 인문학자, 길거리 인문학자 등으로 불립니다. 최준영에게 인문학이란 뭔가요?

“사람이 사람인 이유를 알게 해 주는 것! 사람이 왜 사람인지, 사람이라서 갖춰야 할,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잊고 삽니다. 어떻게 하면 이길까, 어떻게 하면 좋은데 취직할까, 그런 노하우에만 신경 씁니다. 인문학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어 살까, 가 아니고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거예요.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아는 것이 진정으로 사는 것의 의미죠. 우리 사회가 복잡다기해지면서 다양한 계층이 생겨났고, 소외된 사람도 나왔습니다. 내치고 차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같이 살아갈까 고민하는 것. 나는 그게 인문정신이라고 봅니다.”

질문은 계속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묻는다면요?

“20세기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떻게 더 풍요롭게 살 것인가를 강요받으며 살았습니다. 물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경도된 삶을 살다보니 성과도 있었다. 경제발전, 생활의 윤택함. 그러나 외부적 조건이 바뀌었다고 행복해 졌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인간의 행복은 경제나 문명의 이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던 거죠 마침 20세기 말에 들어서, 우리는 왜 사는 건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런 것에 본격 고민하게 된 거죠. 물론 그것은 현재진행형이고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 질문을 던지면서 살고 있는 거죠.”

6월11일 김진숙씨를 만나러 가는 희망버스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난달까지 3차례 희망버스가 갔고, 이달 27일 4차 희망버스가 예정돼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희망버스 이전에 김진숙이라는 분에 대해 깊게 관심을 가졌어요. 내가 노동운동을 하진 않아도 문학을 수단으로 한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낭만적 선에 머문 관심을 부끄럽게 만든 책이 『소금꽃나무』였어요. 이 책이 발행되기 전 증정본을 받았는데, 울면서 읽었습니다. 이 책 이전의 노동문제 바이블이라면 『전태일 평전』이었어요.

그런데 『소금꽃나무』는 그것을 능가합니다. 물론 정신이나 내용을 뜻하는 게 아니에요.『전태일 평전』은 지식인이 대신 쓴 거라, 한 번 걸러진 것이죠. 문장도 세련되고. 그런 한계가 있으나 『소금꽃나무』는 날 것 그대로에요. 노동자가 노동운동가로 변하는 과정들, 수많은 노동현장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죽음을 바라보며 쓴 추모사들, 정말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전태일 평전』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이 타워크레인이 올라갔다고 했을 때, 나는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반성도 하게 되고. 그래서 김진숙씨가 크레인에 올라간 것을 페이스북에 기록하고 표현한 거죠. 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씨를 알리고, 정신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잊을만하면 꼬박 써요. (웃음) 글쟁이로서 소박하게 실천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싶어서.

인문학을 배운 뒤 처음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남자의 이야기가 인문학을 가장 잘 드러낸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인문학은 사랑이다”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본문의 가장 앞에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고요.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에서도 앞에 내세웠었어요. (웃음)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내 나름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돼 있어요. 그런데, 준비한 모든 답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화였던 거죠. 노숙인 인문학강좌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 MT를 갔는데, 거기서 누가 ‘인문학이 뭔가’라는 질문을 했어요. 당시 한 재학생이 손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 거예요. 그 분은 인문학강좌에 참여한 이유가 밥을 준다고 해서 왔대요. 그런데 강의가 재밌었고, 인문학 때문에 변한 게 있다면서 그 얘길 한 거예요.

그 분은 제주도에서 살다가 노름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돈 벌어오겠다고 무조건 상경했다가 노숙생활을 해오셨대요. 제주도 집에는 온갖 거짓말을 하면서. 그러다 강좌에 왔고, MT오기 일주일 전, 집에 전화를 해서, 이젠 이런 말씀을 하셨대요. 이젠 거짓말 안 할게, 나 노숙자야, 인문학 강의를 듣는데 참 좋아, 열심히 살 거야, 그리고 여보, 사랑해.

16년 동안 아이 4명을 낳으면서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분이 인문학강좌를 듣고 난 뒤, ‘여보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더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나오게 만든 게 인문학이에요. 소름 돋지 않아요? 그날 부끄러워서, 몰래 밖으로 나와 아내에게 해보려고 했는데, 나는 차마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진실한 답은 삶의 현장에 있어요. 인문학의 정수도 거기 있고요. 내가 인문학에 관심 있다고 표방하고 다니는데, 깊이가 깊질 않아요. 그러나 현장을 다니면서 대화하면 그런 대답이 나와요.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가장 수혜를 받은 건, 인문학이에요. 어렵고 딱딱한 게 아니라, 현장의 모든 영역에서 인문학적 요소가 담겨 있다는 걸 확인한 거죠. 사람은 모두 인문학적 사유의 흔적을 갖고 있어요. 뽑아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해내지 못해서 인문학강좌가 부추기고 건드리고, 절망 아닌 희망의 씨앗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러는 거죠.”



인문학을 배운 뒤로 그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고도 한다. “평소 표현하지 않던 것, 쉽게 지나쳤던 것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 그것이 인문학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뒤 그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p.195)

“공부를 한다는 건 염치를 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인문학 공부를 계속 하면서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전파하는 입장에서 ‘염치’에 대해 좀 더 말해준다면요?

“그 말은 내 것이 아니에요. (웃음) 성프란시스대학 1기 졸업생이 동문회를 만들었다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이전에는 내가 늘 술값을 냈는데, 그날 회비를 걷는데, 1만원을 내니, 오늘은 내게 안 받는다는 거야. 그렇게 밥과 술을 얻어먹고, 당구까지 하고, 돈 한 푼 안 쓰고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수업할 때만 해도, 뭐 하나 안 사주나, 하고 바라던 분들이 내게 돈을 내지 말라고 할 정도가 되니, 뿌듯해지기도 하고.

뭉글했던 이유 중 또 하나가 13명이 졸업했는데, 12명이 취직을 했어요. 남에게 손을 벌리던 분들이 일을 하면서 구릿빛 피부로 변한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한 분이 그래요. 염치가 있지. 어떻게 내 삶에 대해 성찰했던 사람이 무료배식소에 줄을 서겠습니까. 제 밥은 스스로 해결해야죠, 이러는 거예요. 자신을 안다는 것은 염치를 안다는 것이구나. 성찰은 그런 거구나. 노숙인이었던 분이 내게 가르쳐 준 말이에요. 배운다는 건 염치를 아는 거다.”


내 알기로 공부 좀 했다는 사람치고 뻔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강기갑 의원에게 “공부 좀 하라”고 호통을 쳤다니 어이없다. 공부 좀 했나 보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으니…(p.75)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현안이 있다면?

“거두절미하고, 85호 크레인이에요. 얼마 전 프레시안에 기고를 했었어요. 모 경제학자가 한진중공업 사태를 경제적 관점에서 정리를 해놨더라고요. 요약하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하지 말자는 건,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 얄밉게 그런 글을 써서 반박했어요. 경제학자라는 분이 현실을 모르냐. 수주가 많아지면 기업은 노동자를 늘리지 않고 기존 노동자 고혈을 더 빨아들이려 하고, 수주가 떨어지면 무조건 노동자부터 자른다, 이런 내용의 기고였어요.

객관적인 사실을 알리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인데,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면서 진실인양 알려서 반박한 거죠. 김진숙씨는 경제의 문제를 넘어섰어요. 사람의 문제고, 삶의 문제입니다. 김진숙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방식, 우리의 시각이 민주화의 척도고, 진화의, 문명의 척도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다루는 문제니까, 인문학적 수준의 척도라고도 생각하고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한꺼번에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실천인문학연구소 ‘사람’ 설립 추진 중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곳인가요?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에 소속하면서 군포시에 겸직하게 됐어요. 그런데 경희대에서 나온 정규 강의는 안 하니, 소속이 묘하잖아요. 그래서 경희대 이름을 안 쓰겠다고 한 거고. 인문학을 하고, 사람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표방해서, 경희대 울타리를 넘어서 뜻 맞는 사람과 모여서, 실천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인문학 강의라면 강의료 수준이 아니라 부르면 달려가야 한다고 봐요. 그런 뜻을 가진 인문학자들이 모여서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로 다가가서 울고 웃을 수 있는 인문학 난장을 펼칠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나도 여러 사정 때문에 못 가는 강의도 많거든요. 그걸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웃음)”


중학생 시절부터 소설가를 꿈꿨다고 했고, 신춘문예(시나리오 부문)로 등단도 했습니다. 소설가를 꿈꾸는 이야기가 책에도 종종 나오는데, 어떤 소?가가 되고 싶으세요?

“2005년 노숙인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 신춘문예에 등단했어요. 그런데, 강의를 하면서 말했어요. 나는 학위도 없고, 책도 한 권 없다. 여러분들 만나는 이 자리 자체가 대표작이 될 거다, 라고 소개도 했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소설을 쓴다면 인문학 강좌를 하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고 싶어요. 지금은 감상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점이 있어서 그걸 묵혀서,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는, 척박하지만 기층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꼭 소설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다시 소설가를 꿈꾼다.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방향을 찾은 듯하고 그 방향대로 밀고 나갈 뚝심도 생긴 듯하다. 그러나 섣불리 덤비지는 않겠다. 아직 문학행 급행기차에 몸을 싣기엔 부족한 것이 많다.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물론 용기다.(pp.93~94)


딸 다정이가 아빠 책을 읽고, 리뷰도 썼던데요. 아빠가 페이스북에 중독돼 산다고 얘기도 하고, 책이 대박 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적었고. 특히 아빠가 술, 담배를 줄였으면 하는 소원도 있던데, 들어줄 의향은 있으세요? (웃음)

“지금 휴가 기간인데, 어제 평창에 물놀이를 갔어요. 튜브 사주고, 보트도 사주고. 아이들이 별명을 붙여주겠대요. ‘돼아꾀’래요. 원래, ‘돼악괴’인데, 무슨 말인지 아세요? 돼지, 악마, 괴물이래요. (웃음) 그래서 내가 왜 돼아꾀냐 그랬더니,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얘길 했더니, 애들한테 그런 별명 얻은 걸로 만족하래요. 그게 다 관심이라고. 술, 담배… 술은 끊을 생각이 없는데, 담배는 끊어야겠단 생각은 하죠. 그런데, 안 돼요. (웃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념이 아니라 실천이다. 어느덧 가슴에 심은 한 그루 나무를 올곧게 키우기 위한 실천 말이다.(p.121)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독 저서로는 두 번째, 공저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인데, 아직 자랑할 만한 책이 없어요. 두 번 다, 책을 서둘러 얼떨결에 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많은 분들이 책 낼 때마다 관심을 가져주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관심만큼 좋은 책을 써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써서 선사하고 싶어요. 아직 역량이 부족해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숨으려 하지 않고 당당하게 계속 쓸 겁니다. 노숙인 인문학에 관심 가져주고, 부족한 길이지만, 계속 써 가면서 독자들께 도움이 되는, 와 닿는 책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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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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