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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이선희의 새 앨범을 들으며

신보 이소라 <8>, 이선희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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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선희는 보다 대중적인, 그러니까 보편적인 감수성의 재현과 보컬리스트로서의 이선희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반면 이소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부수는 파격적인 쪽으로 잡은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앨범의 반응이나 완성도를 평가하는 차이가 생길 것 같다.

누군가의 일갈처럼 2014년은 ‘미친 것’ 같다. 이승환, 이선희, 이소라, 바이브, 임창정, 박효신의 새 앨범이 동시적으로 나왔다. 그 중 이선희와 이소라의 앨범은, 실제로 그 둘이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이나 겨냥하는 팬층이 다르다고 해도, 비슷한 시기(2주 정도)에 비슷한 방식으로(젊은 작곡가들과 협업)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비교될 만하다.

이선희는 2009년 14집 <
사랑아>를 발표하고 5년 만에 복귀했고 이소라는 <7>이후 6년 만이다. 이선희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백지영, 2AM, 윤미래 등의 앨범에 참여한 작곡가 MISS KAY와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고 이소라는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선희는 이단옆차기와 박근태, 고찬용, 선우정아,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을 받았고 이소라는 임헌일, 정준일, 이한철, 정지찬, 김민규(델리 스파이스) 그리고 토마스 쿡(정순용)과 함께했다. 비슷한 방식이지만 두 앨범이 뻗어가는 방향은 상당히 다른데, 그 점에서 이 ‘연륜 돋는’ 가수들의 프로듀싱을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이선희는 보다 대중적인, 그러니까 보편적인 감수성의 재현과 보컬리스트로서의 이선희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반면 이소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부수는 파격적인 쪽으로 잡은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앨범의 반응이나 완성도를 평가하는 차이가 생길 것 같다.

 

 


이소라

 

이소라 <8>, 어떤 의미에서 컬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소라의 <
8>은 음악적 외도, 혹은 파격이라고 할 만큼의 변화를 보인다. ‘낯선사람들’이라는 국내최초의 재즈보컬그룹에서 활동하던 그녀가 1995년 솔로로 데뷔한 후 이제까지 큰 변화 없이(부분적인 파격은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건 처음이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 걸 생각하면 확실히 의외의 부분이다. 일단 앨범의 커버도 검은 색이고, 임헌일과 정준일이라는 음악가들을 참여시키며 ‘쎈’ 음악을 선보이며 충격적인 효과를 노린다. 이때 그 강도를 오히려 1번부터 점차 약하게, 디미누엔도처럼 설정한 건 꽤 큰 승부수였을 것 같다. 임헌일과 정준일이 만든 「나 Focus」와 「좀 멈춰라 사랑아」, 「쳐」의 ‘쎈’ 전개는 이한철의 곡에 이르러 서서히 약해지다가 김민규의 곡에서는 일종의 그라데이션 효과를 내며 겹쳐진다. 하지만, 내 관점에서는 1번부터 4번까지 곡의 매력도가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 파격은 무리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반면 정지찬의 곡 「넌 날」과 「난 별」은 다 좋은 편이고, 소품 혹은 에필로그처럼 들어간 정순용의 곡도 꽤 깊은 잔상을 남긴다. 어쩌면 이런 반응이야말로 제작진이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이전 앨범 혹은 이소라의 이미지를 고정화시키고 싶은 욕망(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고압적 태도)과 거리가 있다는 건 분명히 하고 싶다. 이소라 7집이 나왔을 때 나는 <씨네21>에 쓴 리뷰에서 10점 만점을 줬고 그 일을 계기로 이소라의 기획사와도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그때도 기준은 취향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앨범은 이소라라는 가수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좋은 파트너와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구현해 낸 결과물이었다. 프로듀서로서 이소라의 능력을 정점에서 보여준 앨범. 같은 기준에서 이번 앨범은 실망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에 대한 반응과 호응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본다. 이소라는 더 단단한 지위를 얻을 것도 분명하다. 어떤 의미에서 이 앨범은 컬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실패한 결과다.

 

 


이선희

 

 


이선희 <세렌디피티>, 불균형이 아쉽다

이에 비하면 이선희의 새 앨범에 대한 반응은 기존 팬덤의 호응을 넘어서는 이슈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오랜만의 앨범이라는 점, 그럼에도 이선희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졌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앨범에 대해서는 1번과 2번으로 나란히 수록된 이선희 작사 작곡의 「Someday」와 이단옆차기가 만든 「동네한바퀴(꽃다운 나이)」의 이질감이 전체를 관통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니까 에피톤프로젝트가 만든 「너를 만나다」와 박근태와 김이나가 만든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너무 무난해서 쉽게 잊힐 것 같은 곡이고, 선우정아가 만든 「이뻐 이뻐」도 곡은 재미있지만 선율의 재지(jazzy)한 진행이 너무 말끔하게 깎여 나간 믹싱 때문에 어색하게 들린다(그렇다고 만약 재지한 분위기를 살렸다면 다른 곡들과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선희가 작곡한 「꿈」, 「나에게 주는 편지」, 「솜사탕」같은 곡들이 더 좋게 들린다. 그걸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싶을 만큼 이런 불균형이 앨범을 관통한다. 이승환의 새 앨범을 접하면서도 생각했던 거지만, 올드 미디어에 익숙한 가수들의 귀한은 환영할 만하지만 그들이 전개하는 방식은 걱정도 되고 안타깝기도 하다. 어떤 불안이 작동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젊은 감각을 가져가야한다는 강박, 혹은 동시대와 소통해야한다는 강박 같은 것으로 작동하고, 어울리지 않는 젊은 작곡가의 곡을 사용하거나 음악에 요즘 유행하는 요소들을 집어넣는 식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그 점에서 이선희의 앨범은 일단 곡이 너무 많고, 기존의 이선희 음악이 가진 장점을 부각시키지도 못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하지도 못한 어중간한 결과가 되었다는 인상을 남긴다.

사실 이런 평가가 두 앨범에 대해 야박하거나 몰이해한 태도로 읽힐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비평은 결국 주관적인 것이라고 믿는다. 여러분은 이런 글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음반을 사고, 공연을 보고, 여러 채널로 응원하면 된다. 나도 그렇게 하고 있으므로 ‘쌤쌤’으로 쳐도 좋을 것이다(만약 이 ‘주관성’이 거슬린다면 같은 방식으로 응대하길 바란다, 그래야 비평적 긴장이라는 것도 생기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뭔가 좋은 것은 결국 청자의 몫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얘기는 덧붙이고 싶다. 이 글에 대한 부연 설명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선희와 이소라의 새 앨범은 모두 2009년 이후에 나온 앨범들이다. 그런데 2009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는 한국 대중음악의 격변기라고 할 만한 때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고, 해외 페스티벌이 늘었으며, 갤럭시와 아이폰 시리즈를 필두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음악을 듣는 방식이 급변했다. 음원 유통에 음악 포털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도 이 즈음이다. 요컨대 2009년이 미디어(텔레비전)와 디바이스(휴대폰)와 플랫폼(음악 포털)의 혁신이 교차하는 산업적 전환이 깔린 시기라는 맥락에서 이들의 복귀가 이뤄지는 ‘방식’과 대중의 ‘반응’을 겹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음악과 무관한 것 같지만 어떻게든 연관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거장’으로 불리는 가수들 뿐 아니라 아이돌과 신인들이 취하는 태도를 통해 한국의 지난 5년을 복기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음악 비평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런데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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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우진

음악웹진 <weiv> 편집장. 『청춘의 사운드』를 썼다. 대체로 음악평론가로 불리지만, 사실은 지구멸망과 부동산에 더 관심이 많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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