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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와 갓세븐, 혹은 JYP의 터닝 포인트

JYP,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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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JYP는 2014년에 어떻게 될까. 앞서 얘기했듯 거기에 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공개된 것들을 통해 어떤 기대는 해볼 만 할 것 같다. 선미의 「보름달」 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레나는 JYP에서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 걸 그룹의 연습생으로 알려졌다. 굳이 예견까지 할 것 없이, 시기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올해 JYP에서는 줄줄이 새 앨범들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예측을 좋아하지 않는다. 요컨대 ‘2014년에 뜰 것 같은 가수는 누구?’라거나 ‘올해 한국 대중음악계는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들은 언제나 당혹스럽다. 작년에 유난히 그런 질문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그 중엔 “JYP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될까?”가 있었다. 글쎄 그걸 어떻게 알겠나. (그걸 척하고 알 수 있다면 내가 이러고 있을 리가!) 하지만 공개된 데이터를 가지고 얘기할 수는 있다. 그건 예측이라기보다는 해석일 텐데, 그 둘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상당히 다른 영역의 것이다. 이를테면 2013년 기준으로 소위 ‘대형 3개 기획사’의 실적을 비교해 그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형변화 같은 것들이 그렇다. SM과 YG, JYP의 실적에 FNC와 큐브, 그리고 유니버설이나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를 각각 비교할 때 이런 구도는 좀 더 선명해질 만하다.


2013년 11월 기준으로 각 회사들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만든 이 표만 봐도 3사의 규모가 사실은 매우 불균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SM의 압도적인 지분과 JYP의 미미한 상태가 단번에 비교된다. 여기에 올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FNC엔터테인먼트와 2013년 상반기 매출을 78억 원 정도로 기록하고 영업이익 4억 8천 만 원을 기록한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부상이 기존의 3대 기획사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일반화된 관점이다. 그 점에서 JYP의 위기를 언급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맞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아마도 그건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수의 기획과 제작의 환경이 변화하는 중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걸 그룹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2012년을 전후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생태계가 아이돌 중심으로 질적 변화를 거쳤다면, JYP는 그때 이미 변화해야할 타이밍을 놓쳤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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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남자 아이돌 그룹 갓세븐과 최근 첫 EP를 발표한 선미의 음악을 보면 JYP가 그리 쉽게 자신의 자리를 내놓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갓세븐은 오랜만에 JYP에서 데뷔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고 힙합과 마샬아츠 트릭킹 퍼포먼스(그냥 과감하고 복잡한 안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한데)를 표방하고 있다. 차트 성적이 좋지 않다거나, 엑소(EXO)를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했다, 노래에 있어서도 2PM과 차이가 없다 등의 부정적인 평도 있지만 나로서는 이들의 퍼포먼스나 음악이 이제까지 JYP에서 데뷔한 그룹들과는 다르게 여겨진다.

무엇보다 갓세븐은 JYP가 처음으로 ‘아이돌’처럼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10년 전이 아닌 바에야, 지금의 아이돌 산업에는 일종의 공식이 존재하는데 이제까지 JYP는 그 공식을 부러 따르진 않았다. 팬클럽 사전 모집이나 데뷔 전 쇼케이스 같은 프로모션(이른바 ‘영업’)을 지양했던 걸 생각하면 갓세븐은 그 모든 공식을 적용했다는 게 기존 그룹들과의 차별점일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음악적 결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이런 부분들이 결국 회사의 의지 같은 걸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선미의 경우는 「24시간이 모자라」 로 먼저 솔로 데뷔를 했고, 완성도나 차트 성적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JYP의 기대주로 지목되기도 했다. 사실 JYP의 입장에서 지금은 별 대안이 없는 상황이기도 할 텐데, 시기적으로도 데뷔한 지 6년이 넘은 원더걸스와 2PM이 아닌 신인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왔기 때문이다(오히려 많이 늦은 편이다).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는 이에 대한 기대를 전하기에 충분한 결과물이었을 뿐 아니라, 남자든 여자든 그룹 중심으로 재편된 가요계에 (그룹 출신의) 솔로 여가수의 등장이라는 모험적인 요소로도 관심을 자극했다.


첫 번째 EP 『Full Moon』 의 면면도 마찬가지다. 이 앨범은 용감한 형제와 JYP의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이자 박진영의 곡이 타이틀이 아닌 앨범이기도 하다. 타이틀은 용감한형제의 곡 「보름달」 인데 이 곡은 기존의 용감한 형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저분한 편곡이 삭제된, 세련된 브라스 세션이 주도하며 재즈힙합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곡이다. 그 점에서 나는 용감한 형제의 의지보다는 JYP의 A&R(Artist & Repertoire)이 강하게 세팅된 결과라고 짐작하고 있다. 이걸 꽤 중요하게 언급하는 까닭은 거기서 JYP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틀 곡 외에 다른 수록곡들의 완성도도 꽤 높은 편이다. 유빈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내가 누구」 는 윤상과의 콤비플레이어로 잘 알려진 East4A의 곡으로 블루스 톤의 기타가 꽤 인상적인 곡이다.

물론 여기선 장르적인 특징보다는 곡의 세련된 분위기를 위해 장르적 특징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방식이 꽤 매력적이다. East4A가 참여했던 걸스데이의 「차차」 나 원더걸스의 「SuperB」 같은 곡들의 인상적인 순간들이 떠오른다. 일렉트로 하우스의 교본 같은 「Burn」 이나 어반 소울을 살짝 비트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멈춰버린 시간」, 예은이 작곡한 「그게 너라면」 등의 완성도도 꽤 만족스럽다. 특히 뮤직비디오로 공개된 「보름달」 의 안무는 우아하다는 인상을 줄만큼 세련된 섹시한 감각을 전달한다. 요컨대 이 앨범은 JYP가 현재 거둘 수 있는 어떤 총력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점에서 비주얼 아트 디렉팅부터 음악적 결과물까지 JYP의 결의를 엿보는 것 같다.

그래서 JYP는 2014년에 어떻게 될까. 앞서 얘기했듯 거기에 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공개된 것들을 통해 어떤 기대는 해볼 만 할 것 같다. 선미의 「보름달」 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레나는 JYP에서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 걸 그룹의 연습생으로 알려졌다. 굳이 예견까지 할 것 없이, 시기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올해 JYP에서는 줄줄이 새 앨범들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갓세븐과 선미의 앨범이 그 신호탄이고, 이만큼의 수고를 그 다음 앨범에도 들일 거라 예상한다면 JYP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환경 변화 속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어떤 성과를 이뤄내도록 자극한다. 바로 그 점 덕분에 현재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가장 유기적이고 흥미진진한 생태계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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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우진

음악웹진 <weiv> 편집장. 『청춘의 사운드』를 썼다. 대체로 음악평론가로 불리지만, 사실은 지구멸망과 부동산에 더 관심이 많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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