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vs 투애니원! 화려한 대결의 끝에는…
한국 가요계를 세계적인 핫 플레이스로 등극시킨 두 걸그룹
소녀시대와 투애니원, 투애니원과 소녀시대. 어느 한 팀을 먼저 언급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기세가 비등비등한 두 팀의 맞대결은 초미의 관심사로 지금 우리들 앞에 서 있다.
그야말로 두 걸그룹이 한국 가요계를 세계적인 핫 플레이스로 등극시켰다. 소녀시대와 투애니원, 투애니원과 소녀시대. 어느 한 팀을 먼저 언급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기세가 비등비등한 두 팀의 맞대결은 초미의 관심사로 지금 우리들 앞에 서 있다. 라이벌 걸그룹의 역사를 열어 젖혔던 에스이에스와 핑클의 대결구도로부터 15년, 완벽히 구축된 아이돌 시스템과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각국의 대중들이 가세하며 성사된 제2차 라이벌 매치는 가히 매머드급의 규모라 할 만큼 거대해졌다. 단순히 아이돌 가수간의 대결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커져버린 이 마주침이 발생시킨 소용돌이는 과연 무엇을 낳고 무엇을 빼앗아가고 있는가.
두 막강세력간의 조우는 소녀시대의 컴백소식이 연기된다는 소식으로부터 점차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 파일 손실로 인해 예정된 일정을 미룬다는 뉴스가 나오기 바쁘게, 투애니원 측 역시 음원 공개 날짜를 늦춘다는 공지를 띄웠다. 이러한 '밀고 당기는' 기획사간 심리전에 촉각을 곤두세운 건 바로 각종 매스컴이었다. '눈치 싸움', '빅매치' 등의 표현이 각종 포털을 장식해갔고, 스마트폰을 한번이라도 들여다본 이라면 알고 싶지 않아도 두 팀 간의 경쟁구도를 알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돌입했다. 결국 소녀시대가 2월 24일, 투애니원이 2월 27일로 발매를 확정지음으로서 이 '실체 없던 맞대결'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렇게 두 팀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전파된 며칠 후 지금,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분석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TV를 켜도 이들의 비교자료가, 인터넷이나 SNS를 접속해도 이들의 이야기로 타임라인이 장식된다. 이 충격파에 그러려니 하다가도, 이 과하게 끓어오른 열기에 손이 데일세라 황급히 정신을 챙기게 된다. 아무리 화제 만들기에 좋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다른 가수들이나 노래, 공연에 대한 소식들이 보이지 않는 연유다. 마치 이 두 팀만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정상급'이라는 위치적인 측면에서 라이벌로 몰아가기에 적합했을 뿐, 두 팀은 기본적으로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음악적인 스타일도 명확히 다르거니와,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통속적인 성역할에 충실한 활동을 해왔던 소녀시대와 자유분방함과 주체적인 모습을 통해 기존 여성의 관념을 전복시킨 투애니원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정반대편에서 평행선을 그린다. 때문에 팬층도 다르고, 이들이 노리고 있는 타깃도 큰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과도한 시선집중이 노골적인 상업성 지향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점에서 이 두 기획사가 각종 매체의 도움을 받아 VS의 양상으로 끌고 간다는 사실은, 본인들이야말로 가요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욕심을 전면적으로 드러낸 것과 다름이 없다. 그것도 마치 경쟁하는 듯, 실상으로는 서로의 힘을 빌려서 말이다.
아이돌 신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확장을 이루어 왔다. 에이치오티 때부터 출발한 연습생 시스템은 완벽한 체계를 갖추며 '아이돌 고시'라는 이름으로 인재를 독식해 갔고, 이를 넘어 랩이나 연주 등에 재능을 갖춘 이들조차 아이돌 멤버를 자처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조금씩 가시화되었던 해외시장은 카라와 슈퍼쥬니어를 필두로 케이팝이라는 신조류를 만들어 내며 그 파이를 거대한 크기로 키워냈다. 이에 가수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길어진 생명력을 자랑하며 긴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 중심에는 완벽한 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패러다임을 만들어 낸 우리, 바로 SM과 YG가 있다는 것을 이들은 어필한다.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은 어느새 미디어를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 커졌고, 조회 수가 보장된 수많은 기사들을 통해 자사의 아이돌을 계속해서 가십의 중심에 올려놓고 있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이 사이클이 두 그룹이 함께 활동하는 지금 이 순간 명확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스포트라이트의 독점도 불편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불러일으킨 화제를 음악이 전혀 받혀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Mr.Mr.」는 「I got a boy」에 비해 한결 간결해진 구조를 보여주고 있지만 흡입력 있는 멜로디의 부재로 다소 심심한 인상을 남기며, 「come back home」은 레게와 더티 사우스를 서정적인 분위기로 마감질했지만 기존에 해왔던 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를 훑어보아도, 이들에게 수식된 미사여구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아이러니다. 기껏해야 별 두개 내지는 별 두개 반짜리 작품을 두고 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귀중한 시간을 들여 이렇게까지 아웅다웅해야 하는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다.
이렇게 두 그룹이 모든 매체를 흡수해버리고 있는 사이, 다른 음악을 듣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정보는 요원한 상황이다. 우선, 난립하던 중소기획사들의 아이돌들의 활동부터가 자취를 감췄으니 다른 카테고리의 뮤지션들은 안 봐도 블루레이다. 얼마 전 미국 음악웹진 < Indie Shuffle >에서 다프트 펑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던 프롬 디 에어포트가 국내에 첫 앨범을 내기도 했고, 옥상달빛은 일본에서 성공적인 단독공연을 마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상은은 간만에 정규작을 발표했으며,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엔 포털에서조차 중계권을 얻지 못한 한국대중음악상이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이렇게 몇 가지 예시를 든 것처럼, 조명이 비켜간 어둠속엔 '진짜 음악'을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트들과 관계자들의 원치 않는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분명 꽤나 무겁게 다가오는 가요계의 단면이다. 그리고 이는 외부에 늘어놓은 자랑거리만 생각하느라 내부 사정은 뒷전인 우리나라를 정면으로 비추는 적나라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새로움에 대한 대중의 욕망을 거스르기 위한 최종단계는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안겨줌과 동시에 그들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움의 리더십이다. 소녀시대는 자본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의 극대화로, 투애니원은 장르음악의 특화로 이 과정을 이미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자리 지키기를 위한 화제 모으기에만 급급할 뿐, 진짜 정상의 품격이란 게 무엇인지에 대한 대중들의 물음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 아니냐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러기엔 여지껏 이들이 가져간 지분만큼 좋은 음악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한 대중들의 피해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
아이돌 신에서밖에 이슈를 만들지 못하는 케이팝 신의 구조적 취약함이 결국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폭을 좁히고 취향을 평준화시켰으니, 반대로 아이돌 신에서 자기들 방식대로 음악사에 남을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득실관계가 그나마 균형을 이루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웃기게도 이들은 남의 핀조명까지 흡수해 홍보전략을 편 그 대가를 본인들의 음악으로는 조금도 메우지 못한 채 이를 고스란히 대중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다. 왜 그 책임을 나를 비롯한 음악 애호가들이 져야하는지에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미루어보건대, 2014년 2월 가요계는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텅 비어있으며, 지나고 보면 어느 때보다도 황망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건 짐작이 아닌, 확신이자 예언이다.
글/ 황선업([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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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