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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가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속죄 Atonement』 이언 매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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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영국,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딸 세실리아는 시골 저택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집사의 아들이자 명문대 의대생 로비와 마주친다.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던 이들은 그날 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본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오니의 오해로 로비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는데…

현대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언 매큐언. 오늘은 그의 대표작 『속죄』 를 이야기 하려 합니다. 한 소녀의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여인들의 비극, 그리고 그 비극에 대한 소녀의 평생에 걸친 속죄의 노력.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줄거리를 가진 소설인데요, 영화로도 만들어졌었죠. 하지만 521페이지에 이르는 작품을 두 시간 안에 담아내는 건 아무래도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영화보다 훨씬 아름답고 가슴 아프고 섬세하면서도 또 장중한 이 작품. 오늘 함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속죄』 이언 매큐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

1) 책 소개

천진함으로 저지를 수 있는 범죄는 ‘어린아이’에서 끝나야 한다. 문제는 이런 ‘어린’ 욕망이 한층 더 교활하고 치밀해진 어른의 욕망으로 자라날 때다. 매큐언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집단 무의식’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작가 중에서 단연 탁월하다. 1998년 『암스테르담』 으로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기 전까지도 신체절단과 근친상간 등 소재의 선정성과 거침없는 전개 때문에 그의 이름 뒤에는 ‘불온함’이라는 빨간 딱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번 작품 『속죄』 로 그는 명실공히 영국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랐다. 매순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서스펜스의 완급 조절 능력, 여기에 다른 문학작품에서 얻은 영감이나 캐릭터의 인상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독자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요령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에서는 ‘생의 음모론’이랄까, 불편하지만 한편으로 속이 후련해지는 전복이 있어서 좋다. 멀쩡해 보이던 삶의 이면을 살짝 뒤집어서는 "네가 이렇잖아, 맞지? 별 것 아니지?" 하고 묻는 예리함.

이번 작품 『속죄』 는 한 소녀의 천진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여러 수위를 다루고 있는 수작! 1930년 영국의 어느 시골 저택. 감수성 만큼이나 예민한 결벽증을 가진 주인공 브리오니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에 내려와 있는 언니 세실리아는 생의 권태로움에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하는 영국 상류층 아가씨. 의대생이라는 전도유망한 미래를 앞둔 가정부의 아들 로비 터너와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지만 최근 들어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으로 오히려 오해와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사이다. 이 저택에 브리오니의 사촌언니인 롤라와 쌍둥이 동생이 찾아오고 이어 오빠의 친구이자 초콜렛 재벌 2세인 마셜이 손님으로 초청된다. 그리고 농밀한 여름 저녁, 쌍둥이 동생들을 찾아나선 롤라는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하고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한 소녀 브리오니는, 단편적인 사실과 자신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작해서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느날 들이닥친 한 사건이 그들을 어떤 이해관계로 결속하고 내밀한 욕망과 타협하게 하는지, 그것이 또 얼마나 천진한 허울을 쓰고 나타날 수 있는지 파헤친다. 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전쟁에 징집된 로비 터너의 행보를 통해, 개인의 뒤틀린 욕망이 야기하는 비극 뿐 아니라 그것이 집단 광기로 드러날 때 나타날 수 있는 폭력의 더 큰 수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2) 저자 : 이언 매큐언

동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이언 매큐언은 1948년 영국 서리 지방 알더샷에서 태어났고,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 독일 북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1970년 서섹스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후,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소설가 말콤 브레드베리의 지도하에 소설창작을 공부했다. 1975년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 으로 문단에 데뷔했고, 같은 책으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다.

이후 1987년 『차일드 인 타임 The Child in Time』 으로 휘트브레드 상, 1998년 『암스테르담 Amsterdam』 으로 부커 상, 2002년 『속죄 Atonement』 로 W. H. 스미스 문학상, 영국 작가협회 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상, 산티아고 상 등을 수상했다. 1998년 부커상을 받은 이후로는 인간의 내면과 인생을 진지하고 깊게 고찰하는 작품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이런 사랑 Enduring Love』 『토요일 Saturday』 『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등이 있으며, 영화화되어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속죄(어톤먼트)』 등 여러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고, 『첫사랑, 마지막 의식』 단편 중에서도 3편이나 영화화됐다.

<따라하기 놀이> <농부의 점심식사> <새콤달콤> <착한 아들> <결백한 자> 등 여러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1998년에는 『암스테르담』 으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여성학자인 페니 알렌과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지만 이혼하고, 1997년 기자인 아날레나 매카피와 재혼하여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다.

『체실 비치에서』 『속죄』 『토요일』 『이노센트』 『암스테르담』 『시멘트 가든』 『몽상가』 『사랑의 신드롬』 등 열한 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2000년 영국 왕실로부터 커맨더 작위를 받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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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0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인터뷰 1



열두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미국의 저명한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 이 책에는 우리가 즐겨 읽고 익히 들어본 20, 21세기 대표 소설가들인 움베르트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포스터.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음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에서는 12명의 작가를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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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속죄

<이언 매큐언> 저/<한정아> 역9,900원(10% + 5%)

누구나 인생의 말미엔 이런 속죄거리 하나쯤 안고 서리라. 그렇지 않다면 그는 교만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어두운 욕망'에 관한 한 단연 돋보이는 영국 작가 매큐언. 이번 작품『속죄』는 한 소녀의 천진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어이없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여러 수위를 다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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