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미국 동부 힙합 스타일의 효시 - 블랙 문(Black Moon)

미국 동부 힙합의 명작 중 하나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블랙 문(Black Moon)이 산출한 내용물은 동부 힙합이 지닌 묵직함, 단도직입의 언사, 다이내믹한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거시적으로는 동부 힙합의 전형성을 규정하는 데 한몫했다. 이들이 점화한 불꽃은 금방 꺼진 것이 아니라 방대한 흐름을 일군 기폭제가 되었다.

1990년대 초중반, 미국 동부 힙합은 다른 지역 및 장르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성격을 확보하게 됩니다. 1993년에 발표된 블랙 문의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지라도 미국 동부 힙합을 규정하는 데 한 몫을 하면서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명반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드러나는 그들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어떤 것들을 꼽고 있는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세요. 이 주에 소개해드릴 명반, 블랙 문의 <Enta Da Stage>입니다.


블랙 문(Black Moon) <Enta Da Stage> (1993)


미국 동부 힙합, 특히 하드코어 랩은 보편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갖는다. 그것은 단순하면서도 둔중함이 전면에 부각되는 드럼 루프, 때로는 고함으로 느껴질 만큼 혈기 왕성한 래핑, 공격적인 콘텐츠를 거리낌 없이 담아 낸 노랫말 등으로 요약된다. 일련의 중심 성분은 199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동부의 랩 음악을 타 지역, 또는 다른 장르와 구분 짓는 성질로 자리 잡아 왔다. 견고한 방법론은 새천년이 지나서도 여러 아티스트가 이와 같은 요소를 자기 음악에 투입함으로써 길이 보존되는 중이다.

블랙 문(Black Moon)의 데뷔 앨범 <Enta Da Stage>는 그러한 구성의 압축인 동시에 효시 격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이 산출한 내용물은 동부 힙합이 지닌 묵직함, 단도직입의 언사, 다이내믹한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거시적으로는 동부 힙합의 전형성을 규정하는 데 한몫했다. 이들이 점화한 불꽃은 금방 꺼진 것이 아니라 방대한 흐름을 일군 기폭제가 되었다.

강건한 흡인력을 발휘하며 독보적인 스타일이 된 부분은 우선 악곡에 있었다. 프로듀싱을 전담한 그룹 멤버인 디제이 이블 디(DJ Evil Dee)와 그의 형 미스터 월트(Mr. Walt)는 재즈, R&B에서 소스를 구하되 원본이 되는 부분을 대놓고 앞에 배열하지 않고 거의 효과음, 배경음 정도로 사용하면서 절제된 곁들임을 가했다. 이 덕분에 드럼 소리가 나서서 전면을 주무르는 듯한, 건조하고 성긴 느낌이 풍겨 난다. ‘여백의 미’라는 수식은 이 음반에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브라스 샘플을 삽입한 「Shit iz real」, 「Who got da props?」, 「Niguz talk shit」 은 단출함과 조절력 있는 구성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노래들이다.

프로듀싱 팀 비트마이너즈(Da Beatminerz)의 두 멤버 디제이 이블 디와 미스터 월트가 만든 비트를 타고 다니듯 유려한 래핑을 펼친 벅샷(Buckshot)의 능력도 앨범의 흥미와 진가를 상승시키는 요소다. 기교 부리기에 열을 올리지는 않지만 침착함과 여유를 유지하는 플로우는 청취자들로 하여금 그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사실적 묘사보다는 상상을 통해 구성한 적대적인 감정을 담은 노랫말은 센 것을 좇는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그는 총기나 마약, 온갖 범죄를 들먹이면서 공공을 향해 계획된 협박을 날린다. 과거에 갱단에 몸담았거나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후회하는 종류의 랩은 여기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다. 벅샷에 비해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또 다른 래퍼 파이브에프티(5ft) 역시 하드코어에 충직하다.

앨범은 또한 ‘블랙 문 훅(Black Moon hooks)’이라는 용어를 양산하며 그들만의 훅 스타일을 완성했다. 팀 멤버를 비롯해 이들과 친분을 맺은 래퍼들이 모두 모여서 코러스를 제창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역동성을 자연스럽게 내세운 것이었다. 턴테이블로 간주를 대신하는 「Powaful impak!」 이나 훅이 아예 없는 「Slave」 같은 노래를 제외하고는 절반 이상의 곡이 단체로 부르는 훅으로 구성되었다. 블랙 문보다 먼저 나온 오닉스(Onyx)의 데뷔 앨범도 멤버들이 다 같이 훅에 참여하는 유니슨 방식을 띠고 있긴 하지만 이 그룹은 콜 앤 리스폰스를 병행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블랙 문에 필적하는 집단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허니 패밀리(Honey Family)의 「우리 같이해요」, 브로스(Bros)의 「Winwin」, <2000 대한민국>에 수록된 「비상」 등 2000년도를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많은 인원이 합창하는 방식의 힙합은 모두 블랙 문으로부터 음악적 차관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시하지 못할 독자성은 앨범을 동부 힙합의 명작 중 하나로 추앙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같은 해 나온 우 탱 클랜(Wu-Tang Clan)의 <Enter The Wu-Tang (36 Chambers)>나 1년 터울을 두고 출시된 나스(Nas)의 <Illmatic>, 몹 딥(Mobb Deep)의 <The Infamous> 등 동부 힙합의, 더 나아가서 힙합 역사상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걸작으로 꼽히는 앨범들에 비해서는 상업적인 성과나 차트에서의 기록이 변변치 못했다. 블랙 문의 데뷔작은 예술적, 역사적 가치와 대중의 호응이 꼭 붙어 있지만은 않는다는 걸 알려 준, 조금은 소외받은 명반이었다.

글/ 한동윤([email protected])

[관련 기사]

-랩으로 아내와 어머니한테 손가락질한 ‘백인 쓰레기’ - 에미넴(Eminem)
-힙합 신에 탄생한 또 한 명의 거물 -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런 디엠씨(Run-DMC), 랩의 메인스트림 입성을 공표하다
-이보다 더 미칠 순 없다! - 카니예 웨스트 <Yeezus>
-갱스타 랩의 표본 -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Black Moon>34,300원(0%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디아노의 신작 소설

‘우리 시대의 프루스트’ 파트릭 모디아노.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정의한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주인공 보스망스는 놀라울 만큼 작가의 실제와 닮아 있다. 유년시절 추억의 장소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발견하면서, 그 사이사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삶의 미스터리를 목도하는 소설.

AI와 공존하는 시대

IT 현자 박태웅이 최신 AI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담은 강의로 돌아왔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인공지능 6대 트렌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잠재적 위험과 대처 방안까지 담았다.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할 미래를 앞두고 우리는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할까? 이 책이 해답을 제시한다.

일본 미스터리계를 뒤흔든 최고의 문제작

『명탐정의 제물』 이후 일본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시라이 도모유키의 신작. 독보적인 특수설정 1인자답게 이번 작품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기괴한 죽음 속 파괴되는 윤리성, 다중추리와 치밀한 트릭 등이 복잡하고도 정교하게 짜여 있다. 보기 드문 매운맛 미스터리.

우리가 먹는 건 독이었다

초가공식품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대개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떠올릴 텐데, 초가공식품의 범위는 훨씬 방대하다. 유기농 식품도 초가공식품일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식탁 위를 점령한 초가공식품을 정의하고 그 위험성을 고발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실은 독이었다.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