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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가수만으로는 심심한 남자

가수, 제작자, MC, 심사위원… 안 어울리는 옷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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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삼인회’가 부활했다. ‘부활’이란 거창한 이름이 어울릴 지 모르겠지만, 멤버는 살짝 바뀌었지만 어찌 됐든 재개했다. 어떤 주제로 수다를 풀어나갈지, 5분 정도 고민한 끝에 결정한 주제는 사람 이야기다. 언젠가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에 대한 사견, 혹은 사심이 맞겠다.

[출처_ MYSTIC89]

그를 실물로 본 것은 딱 두 번이다. 평창동 Lob이라는 카페에서, 그리고 <나는 가수다> 호주 편 녹화장에서. 물론 눈을 마주친 만남은 아니었다. 나만 훔쳐봤다고 하기에는 뭐랄까. 억울하니 우연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윤종신이 운영하는 작업실 겸 카페 Lob의 단골이 됐던 때가 있었다. 순전히 레몬티가, 팥빙수가 맛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근처에 괜찮은 카페도 많았지만 유독 마음에 쏙쏙 드는 BGM, 사후에는 분명히 더 대단한 아티스트로 인정 받을 조영남의 작품이 액자로 걸려있었기 때문?! 평창동 주변에서 약속이 생기면, 맛있는 타르트 가게와 분위기 좋은 키미아트, 가나아트센터 카페를 뒤로하고 친구에게 “Lob에서 만나”를 메시지로 보냈다.

‘언젠가 카페 주인 윤종신을 볼 수 있겠지?’ 이런 사심은 카페 방문이 잦아질 때쯤 사그라졌다. ‘바쁘니 뭐, 카페에 자주 들리겠어?’ 간간히 윤종신 아내 전미라를 보면서, ‘참 인상 좋네. 키 커서 좋겠다. 아빠 윤종신은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다’를 생각할 뿐이었다. ‘나는 뭐 팬심으로 그를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작사가 윤종신의 글을 좋아하니까’라는 생각으로, 자꾸만 출입문을 쳐다보던 습관을 버렸다. 그렇게 카페를 여섯 번쯤 갔을 때였나? 팥빙수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앞 자리에 앉아있던 친구가 내게 속삭였다. “야, 윤종신이다” 드디어, 주인장을 목격하는 것인가? 나는 최대한 오두방정을 떨지 않고,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려 옆 테이블을 슬쩍 봤다. 신화 출신 가수 김동완과 윤종신이 굉장히 진지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살짝 듣기론, 군 제대 후 연기자 활동을 시작하는 김동완이 윤종신에게 ‘연예계 상담’을 하는 듯 보였다. 69년생 윤종신, 79년생 김동완. 나는 윤종신의 패션을 살짝 스캔했는데 김동완 못지않은 감각이었다. 특히 운동화가 예뻤던 걸로 기억된다. (윤종신은 언제부터인가, 굉장한 스타일리스트를 두었는지 남다른 패션감각을 뽐내고 있다. 난 그것이 참 마음에 든다. 작은 키를 보완하는 헤어 스타일이나, 파스텔 톤의 큰 뿔테 안경. 내가 패션에는 문외한이라 브랜드는 모르겠지만, 윤종신 안경테가 꽤 검색어에 많이 오르는 걸로 알고 있다)

Lob의 단골로서 인사를 한 번 나눌까, 싶었지만. 나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지켜주자’는 신념을 가진, 예의와 매너가 몸에 배인 사람이기 때문에 모른 척했다. 그리고 몇 달 후, 호주에서 펼쳐진 MBC <나는 가수다> 녹화 현장에서 윤종신을 다시 보게 됐다. 멜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의외로(?) 윤종신의 팬 몇 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길래, 나는 깜짝 놀랐다. ‘윤종신이 이 정도였나?’하며 뿌듯함을 느끼며 ‘나도 셀카 한 번 찍어볼까? 살짝 고민했으나, 당시 나의 신분도 있고 함께 간 사진기자 선배가 나를 창피해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이내 그의 얼굴을 훔쳐보는 걸로 만족했다. (나는 정말이지,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고 싶은 선량한 시민이다)


이런 담백한 가사는 어떻게 쓰나요?

윤종신이 내게 매력적인 이유는 그의 노랫말, 뛰어난 창작력 때문이다. 나는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가사가 좋은 노래는 오랫동안 애정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윤종신 노래는 가사도 가사지만, 노래 제목이 예술이다. 2010년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에 수록된 6월 곡 「넌 완성이었어」 에는 이런 노랫말이 나온다. “너에게로 가는 길이 내게 어떤 의민지, 나의 입 꼬리는 볼을 찌르네.”, “이어폰 없이도 흐르는 멜로디. 넌 내게 완성이었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면 이런 가사를 쓸 수가 있지? 그것도 애 아빠. 유부남이 된지 한참인데도 말이다. (아마 내 남편이 결혼 후에도 이런 가사를 쓴다면, 나는 추궁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누구를 생각하며 쓰는 것이야? 라고) 윤종신 11집 <동네 한 바퀴>에는 「무감각」 이라는 노래가 있다. 아, 무감각이라니. 아 무감각이라니! 어찌 가요에 이렇게 멋진 제목을 쓸 수 있단 말이지? 내 마음에 밑줄을 친 노랫말은 “보고 싶던 날들이 폭풍처럼 지나가면, 견뎌온 그 날 들에 길들여진 나 어느 샌가 아프지 않아. 그냥 살아갈만해 하루하루 가긴 가거든.”, “이내 바로 깊은 밤 나를 재워줘 현실이라는 마취제로.” ‘현실이라는 마취제’라니, 이런 비유는 도대체 어떻게 떠오르는 거지? 당시, 예능 늦둥이로 활약하던 때라 ‘가수 윤종신’의 감이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역시 그의 감성은 그대로였다. 아, 10집 <Behind The Smile>에 수록된 「너에게 간다」 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이다. 추억하는 가사는 “너와 헤어짐에 자신했던 세월이란 믿음은 나에게만은 거꾸로 흘러.”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문을 열 면 네가 보일까.” 언젠가부터 나는 연인과 이별하고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윤종신 앨범을 선물하기에 이르렀다. 「환생」, 「오래 전 그날」 등 윤종신의 초기작은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지만, 아이돌 스타가 장악한 2000년대 가요시장에서 윤종신 앨범은 빛을 보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았다.




2010년 3월부터 시작된 <월간 윤종신>, 아티스트의 남다른 행보

왜냐, 윤종신의 역작은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3월부터 윤종신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새로운 아티스트와 곡을 작업해 발표하기 시작했다. 작사가, 작곡가, 가수가 아닌 ‘편집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참신한 기획인가? <월간 윤종신>이 처음 나왔을 때는 기존 팬들의 반응만 있었지만, 이제 정기구독자가 꽤 늘었다. 2013년 <월간 윤종신>은 그동안 윤종신이 만들었던 곡을 다시 부르는 ‘리페어(Repair)’ 콘셉트로 음원을 발표하고 있다. 1월호 ‘사랑의 역사’, 2월호 ‘내일 할 일’에 이어 10월에는 ‘Annie’를 발표했다. 11월호는 자우림 김윤아와 길과 작업한 ‘그댄 여전히 멋있는 사람’이다.

윤종신의 또 다른 재미있는 행보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monthlyjs)이다. 윤종신은 연예인치고 매우 일찍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팬 수가 15만 명을 넘어섰다. (예스24 공식 페이스북 팬이 곧 12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으니까, 여하튼 대단한 수치다!) 발표된 곡 홍보를 위주로 글을 올리지만, 간간히 올라오는 윤종신의 일상 이야기, 사진도 여간 재밌지 않다.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감각적일 수 있구나’를 윤종신 페이스북을 보면서 깨닫는다. 특히 <월간 윤종신> 앨범 재킷과 각종 디자인. 어떤 프로와 작업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TOP 수준이다.


심사위원 윤종신 VS 제작자 윤종신

윤종신은 과거 예능인들을 주로 포섭한 한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지만, 최근 ‘미스틱89’라는 회사를 꾸렸다. 초기 멤버는 윤종신과 함께 ‘신치림’ 활동을 했던 조정치와 하림. 이제는 박지윤, 김예림, 김연우, 김정환, 뮤지 등 13명의 아티스트가 소속되어있다. 재밌는 것은 방송작가 김은희와 장항준 감독이 미스틱89 소속이라는 것. 윤종신은 장항준 감독과 오래 전부터 절친인데 이제 소속사 사장과 직원 관계가 됐다. (개인적으로 장항준 감독의 후속작을 진심으로 고대하고 있다. 미스틱89 소속 가수들이 출연하는 시트콤을 제작해보면 어떨지? 위험한가?!)

윤종신이 Mnet <슈퍼스타 K> 출신 투개월(김예림, 도대윤)을 식구로 맞이했을 때, ‘이야! 투개월 복 터졌네’ 싶었다. 투개월이 YG, SM으로 갈 경우의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슈퍼스타 K> 심사위원이었던 윤종신이 그들을 거둘 것으론 예상치 못했다. 이 둘의 계약은 윈윈으로 보인다. 김예림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All right」 를 발표했을 때, ‘이거 윤종신이 쓴 곡 맞아?’라며 살짝 놀랐지만, ‘신의 한 수’였다. 김예림이 기존 투개월 스타일의 노래를 발표했더라면, 이 무서운 가요시장에서 쉽게 묻혔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윤종신은 가수 박지윤을 캐스팅했다. 박지윤은 아니라고 하지만, 난 박지윤이 박진영을 만난 건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색 꿈」 을 부르던 박지윤이 「성인식」 을 부르며 섹시한 춤을 출 때, 나는 리모컨을 꺼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눈엔 젖은 헤어 스타일로 다리를 벌리고 춤을 추는 박지윤이 무척 슬퍼 보였다) 이후 박지윤은 오랜 침체기를 갖다가 2012년 7집 <꽃, 다시 첫 번째>를 내면서 복귀하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박지윤이 진짜 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작곡까지 했지만, 마케팅 능력이 없었던 제작자를 만난 탓으로 보인다. 그리고 박지윤이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에 출연했을 때,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배우 박지윤의 모습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필시, 그녀의 선택이 아닌 타의에 의한 출연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박지윤은 윤종신을 만나게 됐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제작자, 윤종신을 만난 건, 기도를 열심히 한 까닭이 아닐까? 재밌는 것은 박지윤의 복귀작, 「미스터리」 가 윤종신이 아닌 프라이머리의 작품이라는 것. 윤종신은 두 번째 타이틀곡 「목격자」 를 작곡했다.

윤종신은 욕심쟁이지만, 무턱대고 욕심을 부리는 욕심쟁이는 아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어울리는 것들만 건드린다. 박지윤을 캐스팅하고 분명, 본인의 곡을 타이틀로 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곡가이기 전에 제작자 윤종신의 선택은 프라이머리의 곡이었다. (운 좋게 박지윤의 컴백은 MBC <무한도전> 가요제 ‘프라이머리’ 출연과 절묘한 타이밍을 이뤄, 이슈가 됐다)

미스틱89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가 한 명 더 있다. 지난해 <슈퍼스타 K4> TOP 6였던 김정환. 윤종신은 지난해 <슈퍼스타 K> 심사위원으로 출연하지 않았지만, 김정환을 눈여겨봤나 보다. (나 역시, 가장 뛰어나게 봤던 출연자였는데 미스틱89로 가다니! 정말 기대된다) 윤종신은 김정환의 데모곡을 듣고 한 번에 계약하자고 했을 정도로 김정환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김정환은 자작곡을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오되, 편곡은 윤종신이 하지 않을까? 궁금하다)

현재 생방송 중인 <슈퍼스타 K5>는 예전만 못하다. 눈에 띄는 출연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청률, 이슈성 또한 최저 수준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나지만, 금요일 밤 11시가 전혀 기다려지지 않는다. 다만 가끔 채널을 돌리는 건, 윤종신의 탁월한 심사평을 듣기 위해서다. 윤종신은 독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 다만 냉정하고 객관적이고, 기본적으로 애정을 밑바탕에 두고 평가한다. 그래서 귀에 거슬리는 심사평이 없다. 이승철의 쓴 소리, 이하늘의 어처구니 없는 심사평을 듣고 윤종신의 심사평을 듣노라면 ‘내가 슈스케 출연자였더라면 필시 윤종신 소속사로 들어가고 싶어서 애원할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간혹 카메라에 비치는 윤종신이 출연자들을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 애정 어린 시선은 그를 참 신뢰하게 만든다. (팬심 아닌 객관적인 사견임을 밝히는 바다)

유희열이 곧 방송 예정인 SBS <K팝스타 시즌3>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단다. 유희열의 잦은 예능 행보가 다소 놀랍다. <무한도전> 출연은 반가웠지만, <SNL 코리아>에 나왔을 때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상상만 하고 싶었다. 그의 변태적 매력을!) 여하튼 유희열의 심사 실력은 윤종신과 비교할 만하지 않을까, 기다려진다.

그나저나, 윤종신은 나의 인터뷰 요청 메일을 읽어 보았을까? 수신 확인이 되지 않는 메일로 보낸 것이 차라리 다행인 걸까? 언젠가, 이 바닥에 있다 보면 인터뷰어, 인터뷰이로 만날 수는 있겠지. (그가 얼른 책을 내야 만날 수 있을 텐데. 출판사 편집자 여러분들! 윤종신에게 기획안 좀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ㅠㅜ)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뻔한 음악 이야기 말고 그냥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스스로 ‘촉 있는 둔재’라고 말했다지? 내가 보기엔 천재인데, 물론 ‘노력하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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