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을밤을 책임져줄 첼로 소품곡
담담한 슬픔, 이 감정을 첼로만큼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악기가 있을까? 바이올린 같은 경쾌하고 발랄함. 비극의 끝을 보여줄 것만 같은 묵직함 사이에서 감성의 극과 극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첼로 소품집은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무게감 있는 현의 음색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매력도 특별하다. 첼로는 독주 악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역사가 비교적 짧다. 그러다 보니 첼로 소품집은 다른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을 편곡해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우아하고 듬직한 선율의 첼로는 때로 원래 악기보다 더 아름다운 연주를 해내기도 한다.
-포레 <꿈꾸고 난 후에> (Faure : Apres Un Reve)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하는 <꿈꾸고 난 후에>
“나는 꿈꾸었네. 신기루 같은 행복을”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곡은 원래 포레가 스무 살 무렵에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작곡한 가곡 중 일부이다. 낭만적인 멜로디를 가진 가곡이지만, 파블로 카잘스가 첼로로 편곡해 연주한 이후 원래 원곡보다 첼로로 연주한 곡이 더 많이 들리고 있다. (파블로 카잘스는 낯설지 않겠지? ‘바흐 무반주 첼로’를 연주했던 그 첼리스트다!) 최근에는 비올라나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로도 많이 연주되고 있다.
트럼펫 연주
-오펜바흐 <자클린의 눈물> (Offenbach : Les Larmes de Jacqueline)
자클린 뒤 프레가 연주하는 <자클린의 눈물>
작곡가 오펜바흐는 <뱃노래>라는 곡으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그보다 덜 알려졌지만, 그가 작곡한 대단한 인기곡으로 이 곡 <자클린의 눈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OST로도 쓰인 적이 있다. 혹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구성진 선율 탓에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자클린의 눈물>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곡 제목은 오펜바흐가 붙인 것이 아니다. 베르너 토머스라는 음악가가 오펜바흐의 숨겨진 작품을 발굴했고, 거기에 ‘자클린의 눈물’이라는 제목을 붙여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에게 헌정했다고 한다. 위 영상 속의 연주자가 바로 그녀다.
5세부터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는 자클린 뒤 프레는 남다른 천재성을 보이며 20세에 유럽 음악계를 제패했다. 당시 떠오르는 신예 지휘자 바렌보임(그렇다! 당신이 아는 바로 그 바렌보임이다)과 결혼했다. 해맑은 표정으로 거침없이 활을 휘젓는 이 금발 아가씨를 보고 있노라면, 그 애절한 선율과 고도의 테크닉이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불행히도 쟈클린 뒤 프레는 20대 중반, 젊은 나이에 불치병에 걸려 연주를 중단하고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42세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20대 후반까지 녹음한 곡은 불과 몇 곡 되지 않지만, 웬만한 연주자들이 일생을 걸쳐 연주한 곡에 대한 열정이 그 안에 모두 담겨있다. 특히 <엘가 첼로협주곡>은 그녀의 연주를 듣고 나면, 다른 연주자의 연주는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특별하다.
-차이코프스키 <안단테 칸타빌레>(Tchaikovsky : Andante Cantabile)
보로딘 사중주단의 현악 4중주 버전
세련되고 서정미 넘치는 곡을 써온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는 현악 사중주 1번의 일부다. 워낙 선율이 아름다워 첼로 소품으로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는 특별한 의미의 제목이라기보다는 "노래 부르듯이 천천히"라는 뜻을 가진 음악용어다. 보통 4악장으로 구성된 곡의 2번째 악장에서 많이 등장하는 음악 기호인데, 차이코프스키의 이 곡이 유명해지면서 그대로 제목이 되어 불리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Rachmaninov : Vocalise)
미샤 마이스키가 연주하는 <보칼리제>
‘보칼리제’란 가사 없이 모음(‘아에이에오’)으로만 부르는 성악곡이다. 사실 보컬곡으로 분류해야 맞지만, 워낙 첼로와 잘 어울려서 최근에는 첼로 소품으로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곡이다. <피아노 협주곡 2,3번>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났던 라흐마니노프의 서정미는 <보칼리제>에서 절정을 이룬다고나 할까. 우리나라 리스너들 취향에도 정말 잘 맞는 곡이다.
그밖에 꼭 들어봐야 할 유명 소품곡들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Schubert : Ave Maria)
조수미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Ave Maria)’는 성모에게 바치는 기도다. 이 제목을 가진 노래가 여럿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이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다. 원래 종교적인 기도문에 곡을 붙이는 게 정석이지만, 슈베르트는 한 설화 시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한 소녀가 성모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내용을 노래에 담았다. 보컬 외에 많은 악기로 편곡되어서 연주되고 있다. 경건하고 순수한 멜로디가 어떤 버전으로 들어도 가슴에 깊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파바로티와 친구들에서 크렌베리즈 리드싱어와 파바로티가 부르는 버전
조슈아벨의 바이올린 버전
-카치니 <아베 마리아> (Cacini : Ave Maria)
이네사 갈란테가 부르는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는 하나가 아니다. 또 하나 유명한 <아베 마리아>가 여기 있다. 이 곡은 아름답고 순수하게 들리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와는 달리 애절하고 숙연하다. 앞서 소개했던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와 비슷하게 다가오는 노래다.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아베마리아’만 반복된다. 그런데도 간절하게 들리는 것은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다.
이 곡은 조수미 버전도 유명하지만, 이네사 갈란테가 부르는 것이 단연 최고다. ‘다른 버전이 더 필요할까?’ 싶을 만큼 목소리가 곡에 완벽히 녹아든다. 사람들이 잘 모르던 이 곡을 전 세계적으로 빅히트시킨 것도 그녀, 이네사 갈란테의 공이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Albinoni : Adagio)
카라얀이 연주하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관현악으로 주로 연주되지만, 역시나 여러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영화나 드라마, 팝송 등에 사용되어 매우 익숙한 곡이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사용되는 곡들은 여타 클래식 곡들보다 드라마틱하고 구성지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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