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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에스만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한 K팝
트리플에스(tripleS) 'Assemble'
<Assemble>은 걸 그룹의 산발적인 역사를 요즈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하나로 묶어낸다. (2023.03.29)
누구나 쓰지만 그 뜻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세대'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했던 트리플에스가 새로운 EP를 발매했다. 앨범의 제목은 'Assemble'. 유닛 활동을 주로 하는 이들이 그룹 멤버들을 이전보다 더 모았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다. 작지만 진지한 화두를 가요계에 던졌던 팀 치고는 평범한 제목처럼 보이나 재생을 시작하면 멤버들만 집합한 게 아니라서 멈칫하고 들여다보게 된다. 음악적 역량, 비주얼 디렉팅, 트렌디한 마케팅도 한 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Assemble>은 걸 그룹의 산발적인 역사를 요즈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하나로 묶어낸다. 레드벨벳의 그루비한 사운드를 떠올리게 하는 'Beam', 트와이스의 상큼한 분위기가 스치는 'Colorful'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선배들의 음악적 시도를 트리플에스만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한다. 숏폼 콘텐츠에 유리한 구성 등 요즈음의 감성을 살린 전략이 도드라진다. 아티스트의 개성이 해석의 중심에 있기에 이는 고민 없는 복제가 아니다.
트랙의 모든 구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알뜰하게 배치한 편곡이 근사하다. 날카로운 비트와 부드러운 화성을 교차하며 구조적인 안정감을 만드는 시도들이 앨범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전작 'Generation'의 중심 모티브와 비슷한 발음을 되뇌는 'Rising'에서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바로 전 트랙 'Before the rise'와 음악적 서사가 연결되는 섬세한 이음새는 이 곡의 앨범 내 역할이 세밀하게 조정되어 있다는 걸 방증한다.
좋은 음악의 중심엔 프로듀서의 노력이 있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이는 결국 가수다. 욕심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곡 'The baddest'와 복고적인 댄스 트랙 'New look'에서 속도감 높은 보컬 기술들이 교과서적으로 깔끔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연주법은 한국의 걸 그룹들이 가장 많이 쓰지만 보통은 그래서 더 미숙함이 쉽게 드러나는 기술이다. 트리플에스는 이를 너끈하게 표현해내며 음량을 기계적으로 통일하지 않은 감각적인 믹싱에 힘입어 곡의 매력을 떠받친다.
크레딧을 확인하지 않은 채로 음악만 들어도 K팝 걸 그룹의 역사를 밀도 있게 경험해온 이들이 제작한 음반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아직은 아티스트가 증명한 바가 별로 없기에, 잘 만든 음악이란 평가 이상의 찬사를 이 앨범에 가져다 붙이는 건 이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사운드와 완성도라면 트리플에스의 다가올 미래를 지켜보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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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