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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비, 청춘 앞에 펼쳐진 활주로
트라이비(TRI.BE) 'W.A.Y'
이토록 해맑게 젊음의 에너지를 제창하는 노래가 근래 또 있었나 싶다. 타이틀곡 'We are young'을 듣고 들은 생각이다. (2023.03.15)
이토록 해맑게 젊음의 에너지를 제창하는 노래가 근래 또 있었나 싶다. 타이틀곡 'We are young'을 듣고 들은 생각이다. 걸그룹 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초점이 '너와 나의 관계'에서 온전한 '나'를 조명하는 식으로 대거 옮겨갔지만, 대부분 남다른 특별함에 근거를 두고는 했다. 상투적일지라도 공동의 소유인 '젊음'을 외치며 노래하는 트라이비의 목소리가 신선한 울림을 자아내는 이유다.
데뷔곡 '둠둠타'부터 직전 활동곡 'Kiss'까지 트라이비의 음악은 대체로 뭄바톤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 중심이었다. 'We are young'은 그보다는 지난 싱글의 수록곡 'In the air (777)'를 계승하며 시원한 전자음에 귀에 쉽게 안착하는 멜로디를 탑재했다. 물론,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 본인의 말처럼 현아의 2011년 히트곡 'Bubble pop!'의 새 버전은 맞다. 그러나 과거 숱하게 지적 받은 작곡가의 단순 자가 복제보다는 시의적절한 복각과 재해석에 가까워 호의적 반가움이 앞선다.
수록곡도 타이틀곡의 테마를 나눠 가진다. 아련한 보컬 연출과 선율이 돋보이는 'Stay together', 반짝거리는 이펙트의 'Wonderland'는 푸르른 새 계절의 심상을 공유하며 콘셉트 변화에 따른 마찰감을 최소화한다. 통일된 분위기 조성에만 그치지 않고 각각 어쿠스틱 기타와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확실한 포인트로 삼아 몰입도와 균형감까지 잡아냈다. 이음새를 빼곡히 메꾸는 현빈의 랩도 주목할 요소다. 많지 않은 분량에도 이목을 끌어당기며 팀의 분명한 강점 역할을 수행한다.
2021년 활동곡 '우주로(Would you run)'에서 스펙터클을 걷어낸 오리지널 버전은 과거와 새 지향점을 연결하는 곡이다. 딥 하우스 편곡이 일부 밋밋하긴 하나 장르에 대한 높은 소화력을 보여주며 향후 트라이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그나마 아쉬운 트랙은 궤도를 이탈해 겉도는 'Witch'인데, 시네마틱한 구성과 명료한 훅 덕분에 곡 자체는 썩 나쁘지 않다. 짧은 분량에 다각적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아이돌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어도 그 안에서의 대응만은 필사적이다.
불가피한 변신을 위해 기존의 색깔을 일부 포기했고, 그 수단 또한 일종의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W.A.Y>는 아직 많은 과제를 남긴다. 그래도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것은 일관적인 콘셉트를 맴도느라 필연적으로 매니악해질 수밖에 없던 그룹의 상황을 타개했기 때문이다. 대중과의 접점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EP가 지니는 의미는 크다. 대책 없이 외치는 '젊음' 앞에 펼쳐진 드넓은 활주로, 일곱 비행기가 곧 이륙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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