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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메시지 안에 담긴 샘 스미스의 의도
샘 스미스(Sam Smith) 'Gloria'
샘 스미스의 복귀작 <Gloria>는 그가 지금까지 들려준 완성도 높은 기술과 섬세한 감성을 더욱 조밀하게 표현해 낸 음반이다. 다양한 종류의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는 연주력의 측면에선 그동안의 인상적인 전작들과 비교해도 두각을 드러낸다. (2023.02.28)
샘 스미스의 복귀작 <Gloria>는 그가 지금까지 들려준 완성도 높은 기술과 섬세한 감성을 더욱 조밀하게 표현해 낸 음반이다. 다양한 종류의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는 연주력의 측면에선 그동안의 인상적인 전작들과 비교해도 두각을 드러낸다. 음악적 혁신은 부족하나 그의 시도들을 집대성하여 샘 스미스가 가장 잘 연출하는 감정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가장 먼저 도드라지는 점은 역시 가창력이다. 앨범의 이름과 같은 제목의 곡인 'Gloria'에서는 기독교적인 편곡과 그와 대비되는 가사가 대비를 이루면서 긴장감을 일으킨다. 이러한 대조를 통한 스릴은 그의 연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거칠어 보이면서도 섬세하고,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이다. 가수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의 목소리는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드문 재능이다.
혼란스럽고 모호한 메시지가 눈에 띈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상을 받은 'Unholy'의 가사에는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단순한 불륜을 그려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성적 지향을 숨긴 사람을 비추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마치 누군가의 성향을 단순하게 재단하는 이들에게 조롱의 메시지를 보내는 듯한 이 의도된 모호함은 아티스트의 개성적인 캐릭터와 강하게 결합한다.
2014년 첫 앨범 발매 이후 샘 스미스는 그가 이미 잘하는 것들을 기술적으로 더욱 세심하게 다듬는 방향으로 노력했다. 이 일방향적인 발전은 그의 행보를 예측 가능하게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음악적인 측면에선 자신이 만들어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자신감과 실력은 더욱 견고해졌지만 음반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의 다음 시도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흔들려는 그의 노력이 마돈나의 전례보다 혁명적이지 않은 건, 이처럼 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어떤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노력을 예술적인 고민의 결과가 아닌, 시장에서의 승리를 지속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바라볼 여지를 제공한다. 의심은 생기지만 그의 연주력이 절정을 달리기에 우선은 실력으로 방어에 성공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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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