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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니엘의 소년기 종료 선언
강다니엘 <The Story>
여행을 끝마치고 출발점으로 돌아온 소년은 오래도록 찾아 헤매던 '자신'을 단단히 규정한다. (2022.07.20)
얼룩진 색깔 여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목숨을 걸 만큼 간절했던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 시즌 2>와 워너원 신드롬, 파도처럼 순식간에 밀려온 인기와 시기는 삼원색 심연으로 강다니엘을 깊숙이 끌어당겼다. 여행을 끝마치고 출발점으로 돌아온 소년은 오래도록 찾아 헤매던 '자신'을 단단히 규정한다.
음반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것은 도발적인 색채를 배제한 사운드다. <Magenta>, <Yellow>등으로 시도했던 레게톤이나 얼터너티브 대신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었다. 타이틀곡 'Upside down'을 필두로 산뜻한 목소리가 잘 묻어나는 신스 팝과 알앤비 팝으로 선택지를 좁혔고, 풍성한 공간감을 자랑하는 전자 악기 위에서 편안하게 자유를 발산한다.
밋밋함이 감돌긴 하나 이번에도 힙합계의 지원사격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 제시와 함께한 라틴풍의 'Don't tell'은 긴장감 넘치는 리듬으로 조용한 분위기에 균열을 내고, 개성으로는 뒤지지 않을 래퍼 디보와 소코도모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각 트랙에 생기를 더한다. 다소 직관적인 전략임에도 상반된 매력들이 보여주는 합은 정갈한 멜로디를 더욱 유려하게 만든다.
잔잔한 작품에 본격적으로 색채를 불어넣는 건 진중한 노랫말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는 'Loser', 저마다의 살아가는 방식을 응원하는 'How we live' 모두 온기를 머금은 가사로 지친 이들을 포근히 어루만진다. 물론 'Mad'에서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을 향해 '너만 힘들 뿐이니 제발 그만 좀 해'라며 단호한 얼굴로 맞서기도 하지만, 이는 내밀하게 자기 감정만을 표현해 온 소년이 어느덧 진심 어린 충고까지 전할 수 있는 청년으로 성장했음을 상징한다.
TV 오디션 출신 아이돌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와중에 강다니엘은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 그룹의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오래도록 자기 자신을 검증한 그는 비로소 형형색색의 성장통을 갈무리하며 완숙한 자아를 음반 위에 풀어냈다. 홀로서기를 딛고 일어나 외치는 강다니엘의 이야기, <The Story>는 고독했던 소년기를 향한 부드러운 종료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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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