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예스24 소설/시 MD 김소정 추천] 슬픔에 기꺼이 다가가는 용기

『훌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훌훌』은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기꺼이 다가가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2022.03.03)

언스플래쉬

점점 타인을 알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타인의 상처와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정현종 시인의 유명한 시, 「방문객」을 인용하자면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일이기도 하니까. 『훌훌』은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기꺼이 다가가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고등학생인 서유리는 엄마 서정희에게 입양되었고, 버림받았다. 자신을 낳은 엄마와 아빠가 누구인지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와는 “일종의 안전장치”로써 거리를 유지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대화만 한다. 그런 유리에게는 확고한 계획이 있다. 2년이 지나 대학생이 되면 이 너절한 과거는 없던 일로 하고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 입양아로 자란 자신도, 자신을 버린 엄마도 모두 잊고 훌훌 떠나버리려고 하던 그때, 엄마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그렇게 엄마가 낳고 혼자 남겨진 9살 아이, 연우와 함께 살게 된다. 유리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연우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런데 연우에게서 엄마 가정폭력 흔적이 발견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할아버지는 암 투병 중인 듯하다. 유리는 2년 후에 이 지긋지긋한 집을 벗어날 수 있을까?



유리는 입양되었다는 사실과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로 뚜벅뚜벅 나아간다. 과거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그 태연함이 좋았다. 유리는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는 일에도, 타인의 상처를 직면하는 일에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연우를 옆에서 살뜰히 챙기고, 입양 사실이 알려진 세윤과 같은 아픔을 나누며, 투병 사실을 숨기는 할아버지의 상태를 관찰하고 곁을 지킨다. 소중한 사람들과 주고받는 이해와 선의를 유예하지 않는다. 그들을 알아갈수록, 비슷한 상처를 발견할수록 마음은 오히려 훌훌 가벼워진다.

타인을 마주한다는 건 그의 일생을 마주하는 일, 가늠도 되지 않는 그 부피와 무게를 상상해 본다. 올해는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들을 가만 더듬어볼 수 있는 바람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훌훌 날아 상처를 가벼이 쓰다듬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릴 것이다. 



훌훌
훌훌
문경민 저
문학동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소정(도서MD)

훌훌

<문경민> 저11,250원(10% + 5%)

“과거를 싹둑 끊어 내면, 나의 내일은 가뿐할 텐데.”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독립을 꿈꾸던 열여덟 살 유리가 곁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 유리의 한 계절을 함께하면서 우리는 자연히 어떤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문경민> 저8,800원(0% + 5%)

“과거를 싹둑 끊어 내면, 나의 내일은 가뿐할 텐데.”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훌훌』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독립을 꿈꾸던 열여덟 살 유리가 곁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 유리의 한 계절을 함께하면서 우리는 자연히 어떤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우리 중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신작. 어느 날 한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녀의 엄마에게 사적 제재를 제공하는 한 단체가 접근한다. 강렬한 서사와 반전 속에 난민, 소셜미디어 등 현대 사회 문제를 녹아낸 노련미가 돋보인다. 그 끝에는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곱씹게 될 것이다.

시간을 사고파는 세상이 온다면?

시간 유전자를 이동하는 기술이 발견되어 돈만 있으면 누구나 시간을 살 수 있게 된 미래. 타임 스토어를 중심으로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자들의 흉악한 음모와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아이들의 아슬아슬한 추격, 그리고 삶의 빛나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열세 살의 걷기 클럽』 김혜정 작가의 신작.

경제의 중심에는 금리가 있다.

국제금융 최전선에서 활약한 조원경 저자의 신간. 금리가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자산 가치 증대와 리스크 관리에 필수적인 금리 이해를 돕기 위해 예금, 대출, 장단기 금리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금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주는 책.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안효림 작가 신작. 화려하고 영롱한 자개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모의 맞벌이로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던 아이가 신비로운 자개장 할머니와 함께 자개 나라를 모험하며 희망과 용기를 되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한 보물은 가족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이다.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