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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K팝을 향한 선례
몬스타엑스(MONSTA X), <The Dreaming>
모든 염원의 해결책을 보존한 타임캡슐 <The Dreaming>은 훗날 글로벌 K팝을 위해 우수한 선례를 전승한다. (2022.02.03)
몬스타엑스의 야성은 영역의 한계를 거부한다. 싱글이 아닌 앨범, 한글이 아닌 영어로 노래한 <All About Luv>는 지구 반대편에 본격적으로 K팝이 상륙했음을 알리는 선봉대의 신호탄이었다. 비록 코로나 여파가 팝 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긴 했지만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쟁취하겠다는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원대한 꿈을 단발적인 이력 한 줄로 남기지 않기 위해 그룹은 온갖 제약을 뚫고 재차 해외 무대를 조준한다.
전작이 언어의 장벽을 넘는데 집중했다면 두 번째 미국 정규작 <The Dreaming>은 그들 스스로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페르소나를 제시한다. 우선 정체성과도 같은 랩의 흔적부터 말끔히 지운다. 발라드 인트로 'One day'의 첫 소절부터 멤버 아이엠의 중저음을 부드러운 보컬로 정제하고, 메인래퍼 주헌 역시 'Whispers in the dark'의 후렴구를 허스키한 가창으로 채우며 운용 변화를 꾀한다. 톤을 낮춰 문화 차이를 수용하고 침투 가능한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사나운 공격성만 잠재운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기획을 주도하던 것과 달리 누구 하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이 또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 외국 작가들의 감성을 덧입힌 트랙들이 한껏 무르익은 도발을 감행한다. 'Tied to your body'는 라틴풍 리듬에 몸을 엮여 상대에 집착하고, 베이스와 트럼펫이 어우러진 'About last night'는 술에 취한 어젯밤의 기억을 되짚으며 농염한 매력을 흘린다.
한국에서 육성으로 듣기 힘든 'Better'의 F 워드처럼 해석에 있어 오해의 소지는 존재한다. 그러나 차분한 어조로 던진 방황의 텍스트는 민망함보다 진정성을 일깨운다. 매일같이 전 애인의 몸을 떠올린다는 'Blame me'가 영롱하게 빛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힘을 뺀 목소리가 웅장한 악기들의 에너지를 받는 순간 낯 뜨거운 고백에 거짓이 없음을 피력하며 진심 어린 호소를 담는다.
폭넓은 팬층 유입을 위해 과거로 회귀하기도 한다. 비지스처럼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You problem'은 방탄소년단의 'Dynamite'를 작곡한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합심해 만든 또 하나의 디스코 넘버다. 마냥 시류에 편승하지도 않는다. 'Blow your mind'의 어쿠스틱 기타 리프는 2000년대 히트곡인 보아의 'My name'이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Like I love you'를 연상케 한다. 엔 싱크를 비롯한 당대 보이밴드의 질감을 세련되게 다듬은 곡은 국내외 모두에게 친근함을 안기며 색다른 리바이벌 트렌드를 제시한다.
탄탄한 기본기와 꾸준함에 기반한 태세 전환이다. 재계약과 군 복무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도 몬스타엑스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월동을 준비한다. 팬데믹이란 사회적 분리 속 무대를 향한 절실함, 그리고 팀의 존속과 팬덤 몬베베와의 운명적 재회. 그 모든 염원의 해결책을 보존한 타임캡슐 <The Dreaming>은 훗날 글로벌 K팝을 위해 우수한 선례를 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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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