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달, 이지수 저 | 제철소
그런 책이 있다. 제목 짓기 어려워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저, 표지 시안 잡아야 하는데…” 디자이너의 문자를 받고야 마는 책. 『읽는 사이』가 그랬다. 콘셉트 분명하고 제목으로 쓸 만한 키워드도 많은데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먼저 정해 둔 부제만 째려보는데, 어느 순간 ‘둘만의’란 세 글자가 형압처럼 떠올랐다. 그래, 이 책은 독서 이전에 무언가를 함께하는 ‘사이’에 관한 이야기니까. 관계의 구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동사 ‘읽는’을 붙였다. 두 사람의 독서는 책을 매개로 서로를 읽는 행위에 가깝고, ‘읽는 사이’ 크고 작은 변화를 맞으니 다른 의미로도 연결되었다. 좋은 원고에는 분명한 맥락이 있고, 알맞은 제목은 바로 그 맥락 안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김태형(제철소)
문유석 저 | 문학동네
코로나는 치유되지 못하는 역병으로 남아 있다. 이쯤 되면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쇼크’다. 한껏 자유롭게 활보하던 일상이 이렇게나 소중한 것이었음을, 이제야 절절히 깨닫는다. 세상은 각박하고 흉흉한 소문은 불길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오징어 게임’보다는 지혜로운 공존을 원하리라 믿는다. 최소한의 선의라는 제목은 이런 이야기들 끝에 정해졌다. 이 책은 부족하나마 나누며 타협하는 방법에 대한 인류의 오래된 합의점인 ‘법’에 대한 이야기다. 문유석 작가만의 탁월한 논리와 유쾌한 따뜻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박영신(문학동네)
김경희 저 | 공명
원래 이 책의 제목은 ‘아버지에게 드리는 100가지 질문’이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피디가 어머니의 삶에 대해 묻는 책 ‘어머니에게 드리는 100가지 질문’의 한국판으로 기획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아버지와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2달 동안 10번의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나서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희귀 암 판정을 받았고 정확히 1년 후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때 머릿속을 내내 맴돈 단어는 ‘사라짐’이었다. 아버지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우리가 외면하고 놓쳐버린 아버지의 초상을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버지 인터뷰 책의 제목은 이렇게 탄생했다. 김경희(저자)
곽민지(비혼세) 저 | 위즈덤하우스
팟캐스트 비혼세에는 이미 책 제목으로 뽑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주옥같은 회차 제목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덕질편 제목이었던 ‘남편은 없어도 최애는 있어요’에 매료되어 한동안 이 책은 ‘남없최있’으로 불렸다. 하지만 덕질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아니어서 고심하게 됐고, 그 결과 우리는 ‘질문’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되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다양한 모습 자체가 보편성이 되어 질문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로 마음이 모였고, 이것을 저자만의 화법으로 경쾌하게 푼 것이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이다. 조한나(위즈덤하우스)
최지은 저 | 콜라주
“이런 얘기를 누가 읽을까요?”
작가님과 미팅을 할 때마다 늘 하시던 말씀. 두 권의 책을 냈지만 속내를 드러내는 에세이는 처음이었던 터라, 최지은 작가님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이런 얘기를 (정말) 해도 되는지 되묻곤 하셨다. ‘덕질’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갈래의 주제를 하나로 묶을 문장을 고민하며 작가님과, 또 마케팅팀과 의논을 하다가, 덕질이 일상인 마케터와 덕질을 왜 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마케터의 반응을 보다가, 사내 투표까지 진행했다. 이제야 돌아보니 “이런 얘기, 해도 될까요?”라는 말을 책을 만드는 내내 작가님께 들었으니 이것은 운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배윤영(콜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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