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소설/시 MD 박형욱 추천] 돌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불펜의 시간』 『달까지 가자』 『그 겨울의 일주일』
여기,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편견을 물리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실패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21.07.23)
우리는 자주 실패하고, 실패했다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끝은 아닐 겁니다. 다들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서서 여기 있으니까요. 무리하지 않고 잠시 그대로 있어도 괜찮고요, 무엇보다 누군가의 ‘실패’라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의 이야기는 언제나 실패의 기록이면서 또 돌파의 역사일 겁니다. 여기,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편견을 물리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실패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유원 저 | 한겨레출판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소설은 크게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돼요. 촉망받는 신인이었지만 이제는 중요한 순간마다 볼넷을 남발하는 것이 익숙해진 투수, 회사의 부조리를 묵인하고 사회의 틀에 적당히 자신을 맞추면서 그저 안정적인 생활이 이어지기를 바라게 된 증권회사 주임, ‘스포츠신문 최초 여자 편집장’을 꿈꾸며 특종을 위해 달리다가 의외의 걸림돌을 만나게 되는 기자. 밖에서 보면 하나같이 그럴듯한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리그에서 치열하게 뛰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 유심히 보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 ‘불펜의 시간’이 아닌지, 소설은 묻는 듯합니다. 승리와 패배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놓쳐보기로 했다. 비열해질 기회까지 잡을 필요는 없다고, 놓쳐도 되는 기회도 있다고 일부러 볼넷을 던지는 사람이 알려주었다.
_『불펜의 시간』 중에서
장류진 저 | 창비
‘직장인 3인방의 코인열차 탑승기'를 그린,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입니다. 인사평가는 늘 ‘무난’을 넘지 못하고, 직장 스트레스는 달달한 디저트로 풀 수밖에 없고, 열악한 월세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을 위해 이사를 거듭합니다. 소설 속 이야기는 곳곳의 설정 하나까지 현실의 우리 모습을 닮아 더 큰 공감을 일으키는데요, ‘떡락’과 ‘떡상’의 풍파를 같이 겪는 세 사람은 책에서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그들의 불안과 좌절, 환희의 순간들을 함께하며 어느새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끝내 개운해집니다.
“야! 니가 그럴 자격이 왜 없냐? 그럴 자격 있다. 누구든 좋은 걸, 더 좋은 걸 누릴 자격이 있어.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너도, 나도, 우리 엄마도. 그건 다 마찬가지인 거야. 세상에 좋은 게, 더 좋은 게, 더 더 더 좋은 게 존재하는데, 그걸 알아버렸는데 어떡해?”
은상 언니가 야광봉을 쥔 한쪽 팔을 허공에 쭉 뻗고서는 내 귀에 대고 속닥였다.
“걱정 마. 우리 저기까지 갈 거잖아.”
노란 빛살을 내뿜는 야광봉의 끝이 밤하늘의 달을 가리키고 있었다. 반쪽은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겨 있고 또다른 반쪽은 시원하게 빛나고 있는, 아주 정확한 반달이었다.
_『달까지 가자』 중에서
메이브 빈치 저/정연희 역 | 문학동네
아일랜드의 국민작가라 불리는 메이브 빈치의 소설입니다. 각자의 문제를 안고 호텔 스톤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의 일주일을 그린, 또 다른 방식의 ‘돌파하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타지에서 온 여행자와 사랑에 빠져 고향을 떠났다가 상처를 안고 돌아온 치키는 낡은 저택을 개조해 호텔을 시작하고, 말 못할 비밀과 감정을 품은 다양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멈추거나 도망치는 선택을 하게 된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뜻밖의 순간에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계기를 맞게 돼요. 특유의 온기로 마음을 풀어주는 책입니다.
말 그대로 낭만적인 감정이나 별빛이 마법처럼 뿌려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좀더 깊은 무엇이었다.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 혹은 기분좋은 평화의 느낌 같은.
_『그 겨울의 일주일』 중에서
추천기사
관련태그: 예스24, 채널예스, MD리뷰대전, 추천도서, 추천기사, 불펜의 시간, 달까지 가자, 그 겨울의 일주일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