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티비 점심신간] Ep.4 궁궐 산책, 개의 세계, 초성 퀴즈 그림책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외
여러분도 이 책 읽고 나면, 분명 궁궐 나들이 계획을 세우게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2021.06.09)
쓰다듬고 싶어지는 복슬복슬한 등, 살짝 방심한 엉덩이...
진짜 동물 이야기는 아니고요, 궁궐에서 볼 수 있는 해치 이야깁니다. 오늘 소개할 책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에 나온 표현인데요, 귀엽고 신선한 시각 아닌가요?
저는 산책하려고 궁궐을 가 본 적은 없어요. 궁궐과 산책은 뭔가 어울리지 않잖아요. 이 책을 쓴 김서울님도 궁궐에 대해서는 거리감이 있었대요. ‘조선 왕들이 사용하던 공간을 21세기의 내가 좋아해야 할 이유가 있어?’ 하고요. 그런데 궁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고 산책을 나갔다가, 궁궐과 사랑에 빠져버린 거죠.
저자인 김서울 님은 독립출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박물관 유물을 어렵지 않게, 예쁜 물건으로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 『유물즈』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번엔 그 시선을 궁궐로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경복궁, 덕수궁, 경희궁 이렇게 역사적 이름에 불과하던 곳이 비로소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공간이 되어가죠. 궁궐의 돌에서 나무로, 또 물건으로 디테일한 시선을 옮겨가면서 귀엽고 신선한 시각으로 그것들을 바라봐 주는데요.
창덕궁을 '초심자도 마니아도 궁며드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도 재밌었어요. 여러분도 이 책 읽고 나면, 분명 궁궐 나들이 계획을 세우게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더 더워지면 못가요. 지금이 딱 궁궐 제철입니다.
저는 산책하는 강아지가 너무 좋아요. 앞에 강아지가 가고 있으면 일부러 느리게 걷거든요? 개 엉덩이 바라보는 게 좋아서... 너무 변태같나요?
산책이 너무 신나서 방방 뛰는 개도 있고, 차분하고 의젓하게 주인의 곁을 지키는 개도 있는데요. 개를 키워본 사람들은 모두 개도 생각한다, 개마다 개성이 있다, 개바개다 하는 말에 동의하실 거예요.
개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요? 인간은 개를 좋아한다지만, 개도 과연 인간과 함께 사는 걸 바랄까요?
이 책의 저자는 무려 열일곱 마리의 개와 평생을 함께했는데요. 인류학자로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개를 관찰한 기록이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에 담겼습니다. 저자가 키웠던 개들은 집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른 개들과 서열을 정하고, 자기가 낳지 않은 강아지를 입양하기도 해요. 동료 개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되자 밤새 울기도 하죠.
TV 속 동물 프로그램에서 흔히 성우가 개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처럼 녹음할 때가 있는데요, 이런 걸 보면 '개도 사람 사는 것과 똑같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개는 인간과 분명 다른 종이에요.
어쩌면 다르기 때문에 인류도 2만 년 동안 개와 함께할 수 있었나 봐요. 내 강아지가 인간이었다면, 그리고 개의 입장에서 내 주인이 같은 개였다면, 우리는 서로를 싫어했을지도 몰라요.
산책하는 강아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면, 분명 이 책도 좋아하게 될 거예요.
다들 훈민정음 놀이 한번씩 해보셨죠?
초성만 가지고 단어를 알아 맞추는 게임인데요. 그 아이디어로 멋진 이야기를 완성한 그림책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그림책 『내 마음 ㅅㅅㅎ』입니다!
이 책은 제1회 사계절 그림책상 대상을 받았는데요. 표지만 봐도 핑크와 파랑 컬러가 아주 톡톡 튀죠? 왜 옛날에 ‘짝꿍’이라는 추억의 과자 있었잖아요. 한번씩 다 먹어보셨죠. 그 짝꿍도 포도맛, 딸기맛 이렇게 나뉘어져서 먹으면 아주 상큼하고 톡톡 튀잖아요. 이 그림책의 맛이 꼭 그 ‘짝꿍’ 같아요.
핑크와 파랑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한 어린이가 있어요. 혼자 있으니 갑자기 너무 심심한 거예요. ‘심심해’, ‘섭섭해’라고 하는데, 이 말이 다 ㅅㅅㅎ으로 이루어진 말인 거죠. 그렇게 시작된 초성놀이가 점점 ‘상상해’로 이어지더니 정말 사탕처럼 달콤한 세계가 팡 하고 터집니다. 그 환상적인 장면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세요!
김지영 작가님은 실제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3~4살 무렵에 ‘시시해’ ‘심심해’ 같은 말을 많이 하는 걸 관찰했대요. 아무것도 재미가 없는 순간에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마음껏 뛰놀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해요.
자음 세개로 이토록 다채로운 세계를 만들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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