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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기획으로 기반을 착실히 닦은 엔하이픈
엔하이픈(ENHYPEN) <Border : Carnival>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도출한 엔하이픈은 이 두 번째 EP로 팀의 기반을 착실하게 닦았다. 이제부터는 때를 기다린다. (2021.05.26)
CJ ENM과 하이브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I-LAND>는 시청자의 기대에 못 미쳤지만 여기서 데뷔한 엔하이픈은 해외에서 관심을 받으며 케이팝 스타의 꿈을 향해 전진했다. 덕분에 이 신인 그룹은 소속사 하이브의 선배 방탄소년단의 후광뿐만 아니라 그 비결까지 집약적으로 전수받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목받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구성해 서사성을 내세운 <Border : Day One>이 대표적이다.
<Border : Carnival>은 방시혁, 원더키드와 함께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쓴 멜라니 폰타나와 미셸린드 그렌슐츠가 작곡자로 올인했다. 인트로의 섬뜩한 합창과 로킹한 사운드는 몽롱한 느낌을 자아내는 사이키델릭 록 'Drunk-dazed'로 이어진다. 이 퇴폐적인 이미지는 소속사 선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록 넘버 'Wishlist'나 'Ghosting'의 청량함과 대비되며 자신들의 입지를 부각한다.
음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은 선배로부터 받은 두 번째 유산. 죽음의 축제를 묘사한 타이틀곡에 이어 관능적인 'Fever'가 뱀파이어 컨셉트를 표현하고 '별안간'의 SNS 용어와 청소년의 내면 갈등은 실제 멤버와 세계관 속의 캐릭터를 연결한다. 엠비언트 넘버 아우트로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43>을 인용한 내레이션으로 다음 앨범을 예고한다.
소속사의 성공 공식이나 다름없는 탄탄한 기획과 능숙한 작곡진은 이 음반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그 틀이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신인 특유의 역동성은 그 진부함마저 상쇄하며 사이키델릭 록, 엠비언트 같은 새로운 시도는 발전가능성을 제시한다.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도출한 엔하이픈은 이 두 번째 EP로 팀의 기반을 착실하게 닦았다. 이제부터는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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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