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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니엘의 심연 속 자아를 호출하는 Yellow
강다니엘 <Yellow>
팝 트렌드에 대한 예민한 통찰에 앨범을 엮어내는 스토리텔러로서의 기질을 더해 한 발 더 성장했다. 앳된 겉모습 속 가려진 이면을 팝스타다운 '멋'으로 풀어낸 앨범. (2021.05.26)
세 개로 분리되어 있던 원을 하나로 뭉친 속에는 노랑이 들어차 있다. 언뜻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오는 '봄'과 '노랑'의 조합이지만 앨범 소개에서 언급한 대로 강다니엘의 시선 속 'Yellow'는 '경고'와 '불완전한 상태'라는 냉정한 이미지로 재편된다. 밤하늘의 달처럼 어둠 속 빛나는 커버가 예고하듯 음반은 컴컴한 적막이 내내 가득하다. 색깔 3부작의 마지막 장인 <Yellow>는 청량한 <Cyan>과 대비되고 성숙한 <Magenta>보다 깊게 가라앉는, 강다니엘의 심연 속 자아를 호출하는 작품이다.
묵직한 후렴 베이스 리프를 내세웠던 'Touchin''과 뭄바톤의 레게톤 '깨워' 등 데뷔 때부터 이어오고 있는 팝 트렌드 대한 지향은 본작에 이르러 단순 시류 편승 너머의 독자적 영역을 향한 욕망으로 읽힌다. 첫 트랙 'Digital'부터 그 욕구를 드러낸다. 노래는 위켄드, 두아 리파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해진 레트로 신스팝으로, 광기 어린 웃음과 거칠게 왜곡된 코러스(Chorus)의 목소리가 긴장감을 형성하며 음반의 어둑한 무드를 적나라하게 표출한다. 끈적한 분위기 아래 적재적소에 샘플을 조리 있게 배치한 'Paranoia'에서는 '깨워'식 두꺼운 신시사이저 브라스로 전작의 잔향을 남겨놓고, 타이틀 'Antidote'에서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뼈대 위 후렴에는 일렉트로닉 기타를, 2절에는 어쿠스틱 기타를 각각 교차해 록과의 신선한 배합을 꾀한다.
여러 장르의 조립에도 전작만큼의 안정감을 이어가는데, 이는 멜로디의 특징으로 풀이할 수 있다. 'Paranoia' 후렴구와 'Misunderstood'와 'Antidote' 벌스(Verse)가 대표하듯 대부분의 곡이 8비트 중심의 단순한 리듬으로 떨어져 쉽게 귀에 들어온다. 정직하지만, 묵직하고 직선적인 보컬 스타일을 조명하기에 효과적인 작법이며 이 덕에 수록곡 간의 편차가 크지 않다. 중간중간 치고 나오는 바밍타이거 크루 소속 래퍼 오메가 사피엔과 <쇼미더머니 9> 출신 원슈타인의 피쳐링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존재감으로 앨범과의 조화에 대한 의문을 남기지만, 부족한 그루브를 채워주는 것은 분명하다. '짠맛' 속 '단맛'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뜻 찰리 푸스 'One call away'의 친절함이 연상되는 'Save U'가 선명한 멜로디 라인으로 반복 청취를 가능케 한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전곡 작사에 참여해 스스로 저술한 자기 고뇌에는 나름의 '기승전결'이 있다. 중반부까지 '실체 없는 그림자'('Digital')에 헤매다 'Antidote'에서 그 존재를 인식한 듯 구조를 요청하고, 'Save U'에서 치유된 화자가 빛을 향해 손을 뻗는 서사는 한 편의 단편 영화를 연상케 한다. 팝 트렌드에 대한 예민한 통찰에 앨범을 엮어내는 스토리텔러로서의 기질을 더해 한 발 더 성장했다. 앳된 겉모습 속 가려진 이면을 팝스타다운 '멋'으로 풀어낸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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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