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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밀스가 쏘아올린 깔끔한 클린 슛, F.O.B.
던밀스(Don Mills) <F.O.B.>
청자에게도 완성도 높은 즐길 거리를 마련한 소포모어작. 커리어의 고점을 당당하게 쏘아 올린 깔끔한 클린 슛이다. (2021.04.07)
군 복무를 마친 VMC 소속 래퍼 던밀스가 컴백 싱글 'OKGO2'를 발표했을 때 리스너들은 복귀 소식만큼이나 달라진 실력에 주목했다. 초창기 '88' 활동부터 고수해 온 재치 있는 노랫말과 캐치한 훅 메이킹, 그리고 타이트한 랩을 소화하는 안정된 호흡은 래퍼로서의 뚜렷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F.O.B.>가 돋보이는 이유도 동일 선상에 위치한다. 2016년 첫 정규작 <미래> 이후 5년 만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과 싱글 'OKGO2'가 가져온 기대감을 모두 만족한다. 게다가 그 성취는 다른 부가적 요소를 제외한 순수한 랩의 매력만으로 이뤄진다. 전작이 던밀스라는 아티스트가 행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한데 규명하며 방향성을 구축했다면, 집중과 발전을 거듭한 본작은 그가 꿈꿔온 '미래'가 어느덧 선명한 현재에 도달했음을 알린다.
움직임부터 노련함이 묻어난다. 808 베이스 기반의 '돈이 밀려오는 스타일'은 가볍게 몸을 풀듯 여러 속도의 래핑을 유연하게 넘나들고, 정직한 라이밍을 구사하는 노스페이스갓(northfacegawd)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와의 합작 '대박인생'은 피처링 진과의 패스가 두드러지는 'Ye I need'의 폭발적 기세보다 세 명의 조합이 지니는 독창성에 집중한다. 일관성을 지향하는 비트가 간혹 단조로운 단상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화자의 존재감을 전면에 부각하는 장치로 보인다.
독특하게도 이야기의 중심은 장소다. 출국 장면을 그리는 'F.O.B. Interlude'와 '다시 서울'에서 제시하듯 앨범은 던밀스의 캐나다 유학 시절과 한국에서의 에피소드를 구분 지어 호출한다. 훅을 통해 지명을 각인하는 'George Brown College', 집이라는 세트장 위 결혼 생활을 풀어낸 'Home sweet home' 등 장소의 지엽적 성질이 강조되며 생동감을 부여한다. 이는 릴 우지 버트의 'Silly watch'가 연상되는 간결한 피아노 반주 위 상당량의 소재를 빽빽하게 채워내며 쾌감을 극대화한 '망나니 Freestyle'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짜임새 있는 서사를 바탕으로 트랙 간 완급을 부드럽게 주조해 지루하지 않은 작품을 완성한다. 에너지를 응축한 'MVP'는 분위기가 늘어질 즈음 관성에서 벗어나 공연장의 열기를 가져오고, 독특한 디보의 음색이 두드러진 '영 노래방'과 로킹한 사운드 가운데 넉살과의 추억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다이나믹 듀오'는 서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참여진의 특색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신선함을 부여한다.
<미래>의 소비적인 면만을 강조한 <Mills Way>가 트랩이 지닌 장르적 몰개성에 부딪혔다면, <F.O.B.>는 진중함과 소모성의 균형에 집중하여 단점을 극복한다. 향상된 실력 기반의 퍼포먼스는 물론 의도적인 유머를 곳곳 투입하여 환기의 역할까지 우수하게 수행하기도 한다. 던밀스 고유의 키치한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청자에게도 완성도 높은 즐길 거리를 마련한 소포모어작. 커리어의 고점을 당당하게 쏘아 올린 깔끔한 클린 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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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