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핑크 스웨츠의 분홍빛 낙원, Pink Planet

핑크 스웨츠(Pink Sweat$) <Pink Planet>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앨범은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분홍빛 사이를 자유롭게 채색한다. 색깔의 확장이자, 역량의 증명이다. (2021.03.31)


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Pink Sweat$)는 첫 시작부터 성공적이었다. 2019년 발매된 데뷔작이자 첫 번째 미니앨범 <Volume 1 EP>를 발매하자마자 수록곡인 'Honesty'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무려 4,589만 회를 기록,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 입성하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Pink Planet>은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의 정체성인 분홍빛으로 사방이 칠해진 도시를 건설한다.

핑크 스웨츠는 이름처럼 분홍색 옷을 즐겨 입고,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 곳곳에도 분홍빛을 더한다. 언뜻 분홍색은 시각적 요소로 음악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단순히 캐릭터 구축을 위해 색채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세상은 너무 어둡다. 서로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상상해봐.”라고 이야기하듯, 핑크 스웨츠는 음악을 통해 자신이 받은 긍정적 에너지를 다시 표출하고자 한다. '너를 위해서라면 어떤 최악의 일도 한다'고 말하던 'At my worst'나 사랑을 믿지 못하는 연인에게 확신을 이야기하는 'Honesty'의 정서가 그렇다.

앨범은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분홍빛 사이를 자유롭게 채색한다. 색깔의 확장이자, 역량의 증명이다. 세 장의 미니 앨범과 한 장의 정규 앨범 사이 간극은 좁아 보이지만, 분명 이전의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전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미묘한 변화가 핵심이다. 어쿠스틱 기타 기반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사운드 소스의 폭이 넓어졌다. 가벼운 질감의 오르간과 합창으로 가스펠과 알앤비를 적절히 조합해낸 'Pink city'가 그 예. 진득한 6/8박자의 전형적인 알앤비에 스트링을 더한 'Heaven'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와 함께할 때 마치 천국같이 느껴져'라는 가사로 로맨스를 더한다.

미니앨범 <The Prelude>에서 보였던 일렉트로닉 성향 또한 유지한다. 나지막한 속삭임이 담긴 'Interlude'로 분위기 전환을 유도한다. 강렬한 신시사이저가 시작을 알리는 'Beautiful life', 그루브 있는 비트의 힙합 알앤비 'Pink money'', 묵직한 신스 베이스로 감각적인 리듬감을 선사하는 'Icy'는 따지자면 채도 짙은, 강렬한 분홍빛에 가깝다. 밝고 잔잔한 어쿠스틱에 한정되지 않고 본인의 색깔 안에서 영역을 넓혀간다.

기분 좋은 음향 사이로 그려내고자 하는 건 앞서 언급했듯 긍정의 언어, 분홍빛 에너지다. 'When we are ninety-two, the same as seventeen(우리가 92살이 될 때에도, 17살일 때와 같을 거야).'라는 사랑의 순수가 담긴 '17', 'Just know forever, I'll be there for you(이것만은 평생 알아줘, 내가 네 곁에 평생 있을 거라는 걸)'라는 고백의 'Lows'는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랑의 정의다. 잠시라도 마음 편히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핑크 스웨츠의 낙원이 바로 <Pink Planet>이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Pink Sweats>33,800원(0%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끝나지 않는 오월을 향한 간절한 노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 간의 광주,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철저한 노력으로 담아낸 역작. 열다섯 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그 당시 고통받았지만, 역사에서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꺼내 보이면서 그 시대를 증언한다.

고통 속에서도 타오르는, 어떤 사랑에 대하여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23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이자 가장 최근작. 말해지지 않는 지난 시간들이 수십 년을 건너 한 외딴집에서 되살아난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지극한 사랑”이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오른다. 작가의 바람처럼 이 작품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전세계가 주목한 한강의 대표작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이자 한강 소설가의 대표작. 보이지 않는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섬세한 문장과 파격적인 내용이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무가 되고자 한 여성의 이야기.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소설가의 아름답고 고요한 문체가 돋보이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작품.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를 넘나드는 소설이다. ‘흰’이라는 한 글자에서 시작한 소설은 모든 애도의 시간을 문장들로 표현해냈다. 한강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