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전화는 1577-0199

우리 모두 서로 힘내도록 합시다. 죽지 맙시다. 죽이지 맙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쳇바퀴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또 들려오고, SNS에 불이 붙게 하지 말자. (2021.03.05)


누군가의 사망 소식이 들려올 때, SNS를 보는 게 힘들다. 그저께는 변희수 하사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SNS에서 누군가는 울고, 그를 죽인 사회를 비난했다. 뭘 해도 죽지는 말자는 다짐도 올라왔다. 이전에 돌았던 누군가의 자살 소식과 자살예방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계속 피드를 확인하는 게 내 건강이나 사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화면을 끄자 싶었지만, 한 번 봤던 내용은 계속 머릿속에 남아 다시금 핸드폰을 집어 들게 했다. 

죽음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 이미 자살에 취약해진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자살 소식을 듣는 것 자체가 커다란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저들도 저렇게 죽었는데, 내가 살아서 뭐 하나 싶은 마음. 우리는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소식을 듣고 그만큼 세게 정보에 두들겨 맞는다.

그중 제일 아픈 건 육군의 소식이었다. 전차조종수로 복무하던 변희수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받자 육군본부는 그를 전역시켰고, 사망 소식에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 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변 하사는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고”  했을 정도로 뼛속까지 군인이었는데, 육군은 그를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라 불렀다.

별일 없이 하루가 흘러가고 자기 전 조금 울었다. 유튜브에서는 샤이니가 컴백해서 종현을 언급하는 콘텐츠가 추천 영상으로 올라왔다. 

이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말이 소용이 있을까. 


우리 모두 서로 힘내도록 합시다. 죽지 맙시다. 물론 저조차도 이게 매우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죽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어리잖아요? 꼭 살아남아서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숙대합격생 A씨에게 남겼던 변희수 하사의 편지 중


죽지 말자고 다짐했던 사람도 떠나게 할 만큼 여기에는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공고한 분위기가 있다. 사회의 차별이 그를 죽인 거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 글을 쓰는 게 괜찮은 걸까.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사회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뭐라도 말한다. 

죽이지 말자. 투쟁이 힘들어 우는 사람을 때리지 말자. 댓글로 죽이지 말자. 차별해서 죽이지 말자. 논리도 의미도 설득력도 없는 차별로 죽이지 말자. 쳇바퀴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또 들려오고, SNS에 불이 붙게 하지 말자. 또 다른 소식을 만들지 말자. 가장 힘이 센 방아쇠를 당기지 말자. 제발 그러지 말자. 

뭘 하든 죽지 말자. 투쟁이 힘들어도 죽지는 말자. 죽는 것 빼고 아무거나 다 해도 되니까 죽지 말자. 논리도 의미도 설득력도 없지만 죽지만 말자. 쳇바퀴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또 들려오고, SNS는 다시 불이 붙겠지만 그래도 제발 죽지 말자. 또 다른 소식으로 찾아오지 말자.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