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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데호, 현란한 연주에서 오는 짜릿한 손맛
까데호 <Freebody>
현란한 연주에서 오는 짜릿한 손맛. 까데호에게서 들을 수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음악이다. (2020.12.30)
3인조 밴드 까데호는 자유롭게 문법을 아우르며 활동해왔다. 이들은 펑크(Funk)와 소울을 근간으로 록, 힙합, 재즈 등의 요소를 폭넓게 담는다. 2018년 결성했지만 그룹의 멤버들은 그 이전에도 각각 윈디 시티, 세컨 세션 등의 팀에서 활동했고 서사무엘, 넉살 등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 크레딧에서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는 이름들이다. 이 세 엘리트 연주자가 뭉쳐 발산하는 강한 협력작용이 까데호 음악의 큰 매력이다.
정갈한 음향과 빈틈없는 연주는 이전 작들에서도 보여준 이들의 음악이지만 1년 만에 돌아온 두 번째 정규작 <FREEBODY>가 무엇보다 놀라운 건 길이다. 코로나로 공연이 멈춰버린 탓에 늘어난 작업량으로 19곡 2CD 분량의 음반을 낳았고, 이 마르지 않는 창작력은 한층 탄탄해진 팀워크와 더해져 더욱 화끈한 그루브를 발화한다.
모양새에 국한을 두지 않아 수록곡이 제각각이고 다채롭다. 초반에는 흥을 달구는 리드미컬한 노래를 중심적으로 배치했다. 팀의 장기인 역동적인 펑키(Funky) 비트를 발산하는 머릿곡 'Willow dance'와 자글거리는 기타로 속도감을 살리는 'Moon sand'가 가벼운 춤을 유도한다. 후반부 넓은 공간감이 몽롱함을 자아내는 재즈 'Fuchsia swing'에서는 화려한 트럼펫 연주를 선보이는 시도로 자유자재한 구성을 짜내는 등 아이디어에도 적극적이다.
촘촘하게 주조한 리듬이 변칙적으로 들리면서도 리듬 악기 베이스와 드럼이 안정적으로 질서를 잡아주는 덕에 어렵지 않다. 또한 그 위를 가로지르는 기타와 보컬, 트럼펫과의 팀워크는 가공할만하다. 질주하는 사운드의 'Bad soda'는 기타가 베이스가 전면에 드러나 있는 리듬 주변을 맴돌다가 어느 순간 베이스와 같은 멜로디로 합체하고, 또다시 길을 갈라서 서로 다른 선율을 교환하는 유기적인 연주의 회전을 보여주는데, 이 전개는 세 악기가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착각이 들 만큼 무척 입체적이다. 'Pokhara'와 '장국영'에서 들을 수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연주 역시 일품이다. 두 곡의 거친 톤에 맞춘 그의 때깔 좋은 신시사이저는 음반에서 가장 인상적인 백미를 담당하고 있다.
작품 중간중간 자리한 보컬 곡은 위로의 메시지 'Love your harmony'로 기분 좋은 긍정을 연출하기도, 호소력 짙은 'Hammock'으로 포근한 안식처를 그리기도 한다. 강한 중독성을 지닌 팝스러운 보컬 흐름은 아니지만, '모른척'과 후렴의 오묘한 하향 진행이 깜짝 놀라게 하는 '떠나' 등으로 적극적인 가창을 배치하여 감도 높은 멜로디의 결정력도 제법 강하게 내비친다.
춤과 휴식, 양 축을 모두 의도하고 그에 충실한 음반이다. 속도를 떨어트려 보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그리는 'Alfie'와 마지막 트랙 '그림일기'는 한바탕 춤판을 벌인 뒤 나른해진 밤의 휴식처럼 아늑하다. 정갈한 악기 구성만으로도 진행에 따른 무드를 생생한 굴곡으로 그려내며 흥과 감성을 모두 잡았다. 현란한 연주에서 오는 짜릿한 손맛. 까데호에게서 들을 수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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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