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웃음과 슬픔이 쌓인 장례식장에서의 3일 - 연극 <웃픈 3일>

우리 곁에 머무는 혹은 떠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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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실수로 세상을 떠난 진현의 장례식장에 모인 가족들은 3일 동안 별 탈 없이 장례를 치른다.


어이없는 죽음으로 시작되는 3일에 관한 이야기

빨래를 개며 친구와 전화를 하다 끊고 아직 돌아오지 않은 진현에게 전화를 거는 금란, 만취한 채로 고모에게 술주정 부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진현, 그런 진현을 지긋지긋해하면서도 북엇국을 끓여놓았으니 꼭 먹고 나가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 금란.

두 사람의 집으로 시작되는 무대 위에서 부부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그린다. 평범하고 당연해 보이는 장면들은 오랜 세월 부대끼며 살았을 이들의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부부의 대화를 통해 큰 사기를 당했고,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고, 그것 때문에 어떤 원망을 가졌는지 드러난다.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는 이들 부부에게 조금씩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 갑작스럽고 황당한 불행이 닥친다.

연극 <웃픈 3일>은 어이없게 세상을 떠난 진현의 장례식장에서 펼쳐지는 3일 동안의 풍경을 담았다. 무대 위 공간은 진현의 장례식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영혼이 된 진현은 자신의 장례식장을 지켜본다. 아버지와 고모, 아내와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현은 살아서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섬세하고 잔잔한 일상이 파장을 울린다

연극 <웃픈 3일>은 2019년 초연해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자신의 장례식장을 지켜보는 진현, 아내와 아들을 먼저 보낸 진현의 아버지, 어린 진현을 자식처럼 키운 고모, 원수 같은 친구와 묵묵하게 슬픔을 견디는 아내 금란, 상조회사 직원인 백 과장까지 등장인물 모두가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지팡이에 의지해 절뚝거리며 장례식장에 등장한 아버지는 자식의 허망한 죽음에 별다른 말 없이 막걸리만 들이켠다. 자기주장을 절대 꺾지 않을 고집불통 노인처럼 보이다가도 남편을 가까운 곳에 두고 싶다는 금란의 부탁에 금방 누그러지는가 하면, 빚을 갚으라며 통장을 내미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누구보다 크게 슬퍼하고 애통해하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금란의 밥을 꼬박꼬박 챙기는 고모, 술에 취해 휘청거리면서도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남은 음식을 챙기는 등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꼭 필요한 일을 도맡는 동우, 죽음 앞에서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식을 진행하는 백 과장까지.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보았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금란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백 과장의 호들갑스러운 인사를 거절하고, 상복을 받아들고 옷을 갈아입는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집에서 챙겨온 검정 양말을 꺼내어 주섬주섬 신는 장면으로 그의 슬픔과 허망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시간을 켜켜이 쌓는다. 웃기고 슬픈 장례식장의 3일이 우리 곁에 있는 사람,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연극 <웃픈 3일>은 8월 30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7층 후암 씨어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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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부산에서 상경해 동생과 불편한 동거 중.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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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제:
    • 장르: 연극
    • 장소: 대학로 스타시티 7층 후암씨어터
    • 등급: 만 7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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