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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건축 설계사가 캐릭터 작가가 된 이유

『잘 팔리는 캐릭터굿즈 만들기』 이지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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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캐릭터의 엄마이자 1호 팬이 되어야 해요. 저 또한 제 캐릭터의 부족한 점도 보이고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지만 누구보다 제 캐릭터를 사랑하고 있답니다. (2020.06.09)


캐릭터굿즈라고 하면 빵에 든 스티커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다. 요즘 캐릭터굿즈는 다르다. 작가만의 개성을 뽐내며 다양한 사람의 공감을 얻는 하나의 ‘제품’으로 인정받는다. 서울,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캐릭터 관련 페어가 열릴 만큼 캐릭터굿즈 시장은 점차 커지고 영향력도 인정받고 있다. 노트, 파우치, 거울, 컵 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수많은 캐릭터가 생겨나는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굿즈는 따로 있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거나 특별한 경험이 없어도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잘 나가는 건축 설계사의 꿈을 접고 ‘캐릭터 웹툰 작가’가 된 이지연 작가. 캐릭터를 만들고, 제품을 디자인하면 끝이라 생각했지만 공장 찾기, 발주, 포장, 홍보, 스토어 운영, 재고 관리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다. 작가와 같은 길에 오르는 사람을 위해 『잘 팔리는 캐릭터굿즈 만들기』를 적었다. 자세한 설명과 실제 그림으로 캐릭터 그리기부터 판매 방법까지 소개한다.



잘 나가는 건축 설계사의 길을 접고 캐릭터 웹툰 작가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캐릭터를 갑자기 그린 건 아니었어요. 학창 시절부터 선생님과 친구를 캐릭터로 그려 학급문고에 싣기도 했고, 건축학과에 진학해서 건축 스케치에 캐릭터를 함께 그리기도 했어요. 건축이 어렵고 진지하게만 보이는 게 안타까워 귀여운 캐릭터를 접목해 대중화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막상 건축회사에 들어가고 나서는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를 그리게 되었어요. 학창 시절의 사회적인 포부와는 다르게 일하면서 잃어버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던 거예요. 

그런데 나를 닮은 캐릭터를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었더니 나만 겪었다고 생각한 일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져 캐릭터 웹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답니다.

김세진(곰찌)작가와 함께 ‘23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시작한 건가요? 

막상 프리랜서로 일하니 외주 작업을 위주로 하게 되더라고요. 들어오는 일을 먼저 하고 개인 작업을 할 시간과 여력이 부족해서 하고자 했던 일이 뒷전으로 밀렸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퇴사했는데 하고 싶은 일이 또 뒷전으로 밀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버린 거죠. 

전공이나 회사도 그림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보니 아는 작가나 선후배가 거의 없었어요. 외로운 프리랜서 생활에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때마침 학원 동기였던 김세진 작가가 경쾌한 퇴사 소식을 전해왔고 저와 비슷한 고민을 나눴어요. 제가 바로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만의 캐릭터 브랜드를 만들자.’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2018년부터 함께 작업을 시작했어요. 혼자라면 힘들어서 놓아버렸을 순간도 함께 하니 의지가 되고 분담이 되더라고요. 서로의 존재가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굿즈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야기가 담겨야 해요. 겉모습을 흉내 내는 그림은 잠깐 유행할 수는 있지만 생명이 오래 가지 못합니다. 반면에 진짜 이야기가 담긴 캐릭터는 오래 갈 수 있어요. 이야기는 작가 스스로도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영감이 되기도 하고, 캐릭터 자체를 살아 있게 만들어주거든요. 

그리고 꾸준히 캐릭터에 관심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는 작가가 낳은 생명과도 같아서 꾸준히 사랑해주고 관리해주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합니다. 작가가 캐릭터의 엄마이자 1호 팬이 되어야 해요. 저 또한 제 캐릭터의 부족한 점도 보이고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지만 누구보다 제 캐릭터를 사랑하고 있답니다. 



페어나 마켓 등에 참가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이나 알아야 할 팁은 무엇이 있을까요? 

참가 목적을 확실히 정하는 게 중요해요. 전시를 하는 것인지, 판매를 하는 것인지, 협업을 하는 시작점을 만드는 것인지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것이 달라지거든요. 전시가 목적이라면 굿즈를 많이 만들 필요가 없고, 협업이 목적이라면 브로슈어를 준비하면 좋아요. 판매가 목적이라면 굿즈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세팅하는 것이 중요해요. 똑같은 굿즈도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판매되는 품목과 수량이 달라집니다.

특히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는 무려 1,000명의 작가와 함께해요. 목적을 확실히 정하지 않으면 주변 분위기에 휘둘릴 수 있습니다. 비싼 부스 대여비 때문에 원래 목적을 잃고 판매와 수익에 연연하기 쉬워요. 수익이 주목적이 아니라면 행사 자체를 즐겨보세요. 관람객이나 다른 작가와 소통하고, 팬아트와 편지 등을 받는 등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캐릭터굿즈를 통해 어떤 일을 해나가고 싶나요? 

캐릭터로 할 수 있는 작업이 다양하다 보니 늘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궁극적으로 ‘23스튜디오’ 브랜드와 캐릭터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굿즈를 통해서든, 이모티콘을 통해서든, 웹툰을 통해서든 어떤 콘텐츠든 상관은 없어요. 방식이 다를 뿐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같으니까요. 앞에서 말했듯 진짜 이야기만 담았다면 방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자주 나타나는 캐릭터가 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캐릭터 웹툰과 굿즈로 강의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작업과 강의를 병행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강의하는 걸 좋아해서 주기적으로 나가고 있어요. 가만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만 하면 답답한 기분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그러다 강의를 나가서 수강생을 만나면 시너지를 얻는 기분이 들어요. 캐릭터 관련 강의를 나갈 때는 가르친다는 마음이 아니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작업한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캐릭터를 만드는 순간은 모두가 작가인 셈이니까요. 

수업을 통해서 수강생이 스스로도 몰랐던 내면을 발견하고, 캐릭터로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잘 못 그리겠어요.” “저에게는 창의성이 없어요.”라며 소극적으로 임하던 분도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발상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요. 이런 모습을 보면 누구나 작가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수강생분들 덕분에 책을 쓰자는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굿즈 만들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단 시작하라, 그리고 완성하라!”

시작이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끝까지 완성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시작해놓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작업을 마무리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죠. 스케치북에만 있는 훌륭한 미완성 작품보다 부족하더라도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완성하다 보면 어느덧 결과물을 비교해봤을 때 성장한 모습도 볼 수 있거든요. 완성하지 않았다면 부족한 점을 찾지도 못하고, 그만큼 성장하지 못할 거예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일단 시작할 마음을 먹었다면 끝까지 가볼 용기도 가질 수 있습니다.



잘 팔리는 캐릭터굿즈 만들기
잘 팔리는 캐릭터굿즈 만들기
이지연 저
보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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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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