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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 4편
내 안에 깃든 열망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실험해보세요. (2020.05.18)
우리에게 뭔가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 고흐가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오늘의 주제는 ‘나는 실행하는가’입니다. 사실 나는 실행하는가, 나는 실패하는가, 라는 두 가지 주제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실행을 지우고 실패로 썼다가 다시 실행으로 바꿨죠. 실패를 강조하면 부담스러울까 싶어 다시 실행으로 적긴 했지만, 실행과 실패는 결국 함께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실행이라는 단어가 저에게만 부담스러운 것은 아닐 겁니다.
위대한 성취를 이룬 인물들의 단골 멘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고 행하라.”입니다. 누구나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몸을 움직여 실행하기까지는 쉽지 않습니다. 창의성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현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도전하기를 종용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실패를 격려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으니까요. 실패를 모두 개인의 빚으로 떠넘기는 사회에서는 실패가 예상되는 시도를 감행하는 일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최근 통계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중, 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희망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놀랄 만한 뉴스도 아닙니다. 이렇듯 사회가 불안해지면 젊은 세대는 안정성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합니다. 가장 진보적이고,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선택할 것 같은 젊은 세대가 그 누구보다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가 주는 생존의 위협 때문이겠지요. 이러한 불안감을 무시한 채 도전을 강요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 되기 쉽습니다. 개인의 실패를 조금이나마 격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창의적인 삶에서 실행은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은 실행이라는 마지막 단계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며 때로는 더 나은 ‘시작점’에 놓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인생에서 꼭 빠지지 않는 말이 있는데요. 바로 ‘실패’입니다. 그들은 남들보다 일찍 실패하고, 심지어 더 자주 실패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더 발전된 삶을 살아갑니다. 이것이 창의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입을 모아 실행과 실패를 강조하는 이유일 겁니다.
1945년에 프랑스의 수학자 자크 아다마르(Jacques Hadamard)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습니다.
“창의성이 어떻게 발생되는 거죠?”
오랜 생각 끝에 아인슈타인이 입을 열었고, 그의 대답은 ‘결합해보는 행위’(combinatory play)였습니다. 즉 최적의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연결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생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 역시 공상과학 SF에 어떤 장르를 결합해야 자신이 상상하는 영화가 탄생할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SF에 여러 장르를 결합해 총 네 번의 시나리오를 직접 써봤다고 합니다. 이렇듯 자신이 구상한 아이디어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결과물로 이어질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인슈타인이나 조지 루카스처럼 실제로 여러 가지 연결을 시도해본 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창의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생각의 과정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행을 생각의 과정과는 별개로 여기지요.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언급했던 “실행하는 자들이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자들이다.”라는 말처럼, 실행한다는 것은 그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바꿔 말하면, 실행하지 않으면 온전히 생각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다시금 강조하지만 실행은 창의적 문제 해결의 완성이자 더 나은 출발점을 만들어주는 ‘생각의 과정’입니다.
창의성은 성공적인 사고의 결과물들로 만들어지기보다는 실패와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경험과 지식을 통해 구축된 사고의 결과물이다.
_ R. J. 스턴버그 R. J. Sternberg
실패가 창조 과정에 중요한 이유는 ‘효과적인 배움’의 과정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의미는 근육을 키우는 과정과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는 운동을 하게 되면 마치 근육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죠. 놀랍게도 실제로 근섬유들이 찢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근섬유들은 이틀 정도 지나면 스스로 회복을 합니다. 이때 앞으로 또다시 찢어질 것에 대비해서 근섬유들이 더 강하게 회복된다고 해요. 실패가 무조건 환영받고 축하할 일은 당연히 아니지만, 실패 경험의 메커니즘이 갖는 긍정적 측면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실패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그중 대다수가 실패를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실행했을 때 성공할 확률, 즉 재도전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해요. 이는 분명 실패 경험의 장점입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창의적인 문제 해결은 문제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유리합니다. 문제가 창의적이면 결과가 창의적일 확률이 당연히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실패한 상황만큼 창의적인 문제는 없을 겁니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적용되지 못했고, 방향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상황 자체가 창의적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죠. 그리고 그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 때 자신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자극이 되는 겁니다.
내 안에 깃든 열망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실험해보세요. 큰 실패가 두렵다면 작은 실행을 반복해서 실행하고 과감하게 실패하세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보세요.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생각을 움켜쥐지 말았으면 합니다.
* 이화선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만난 ‘창의성’의 세계에 깊이 매료되어 이 공부에 빠지게 됐다. 자신만의 생각을 세상에 내보이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성장 욕구’라는 강력한 동기를 발견했다. 또한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으로서 창의적 태도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주목했다. 이후 15년 넘게 예술, 문학,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창조적 삶을 산 인물들의 사고 과정을 연구해왔으며, 창의성에 관한 학문적 고찰과 실제 삶에 적용하는 방법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석, 박사 졸업을 하고 창의적설계연구소(CREDITS), 한국예술종합학교, 성균관대학교 다산창의력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창의적 관점과 사고, 영재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와 100여 회가 넘는 대학 및 기업체 특강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10여 년간 창의성 교양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강의는 10년 연속 인기 강의로 인정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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