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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주인의 추천] 소소밀밀 구서보 대표 - 『하루거리』

<월간 채널예스> 2020년 5월호 책방지기가 잘 팔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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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그림책은 누군가에게 삶의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는다. 그런 아름다운 장면을 전하기 위해, 책방 소소밀밀의 부부는 오늘도 책방 문을 연다.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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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남동에 자리한 그림책서점 ‘소소밀밀’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부부가 차린 공간이다. 남편 구서보 대표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내인 김지혜 대표는 편집자다. ‘성긴 곳은 더욱 성기게 빽빽한 곳은 더욱 빽빽하게’라는 소소밀밀의 뜻처럼, 소소아줌마 김지혜 대표는 느긋한 성격이고, 밀밀아저씨 구서보 대표는 꼼꼼한 성격이라고. 서점의 책들은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방지기의 안목에 따라 자주 배치가 바뀐다. 생명을 대하듯 책을 돌보는 부부의 마음이 담겼다.


아이에게 줄 책 선물을 추천받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들이 소소밀밀을 드나든다. 서점을 열었을 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조카의 생일 선물을 주문한 손님도 있다. 걸음마를 시작했던 아이가 어느덧 여섯 살이 된 시간만큼, 소소밀밀에 대한 믿음도 깊어졌다. 한 권의 그림책은 누군가에게 삶의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는다. 그런 아름다운 장면을 전하기 위해, 부부는 오늘도 책방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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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여시게 된 계기와 책방만의 콘셉트를 소개해주세요.


서점을 연지는 횟수로 5년이 되었어요. 남편인 구서보 대표는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책을 그렸고, 아내인 저는 편집자로 어린이 책을 만들었어요. 딸 아이는 그림책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림책을 곁에 두고 일할 수 있는 작은 작업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소소밀밀은 성긴 곳은 더욱 성기게 빽빽한 곳은 더욱 빽빽하게라는 말이에요. 자칭 소소아줌마인저는 좀 느긋한 성격이고, 그림을 그리는 밀밀아저씨는 좀 꼼꼼한 성격이에요. 소소하고 밀밀하다라는 말이 딱 우리 부부를 두고 한 말 같아 서점 이름을 짓는데 망설임이 없었어요.


저희 서점엔 주제별 서가라던가 신간코너 등의 분류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저 서점 주인, 그림 작가의 안목으로 책을 선별하고 있어요. 몇몇 책을 제외하고는 같은 자리에 오래 두지 않고 되도록 자주 순환하려고 노력해요. 살아있는 생명을 대하듯 책을 돌본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또 직접 쓰고 만든 책과 그림엽서 등을 소소밀밀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서점을 오픈했을 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조카의 생일 선물을 주문해주신 손님이에요. 여러 날들을 보내다 문득 온 문자 한 통에 생일을 맞은 아이의 나이를 헤아리게 되고, 또 이렇게 한 해가 저문다는 것을 알게 돼요. (생일이 크리스마스 즈음이거든요) 걸음마를 시작했던 아이는 어느덧 여섯 살이 되었고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손님이지만, 만난다면, 그냥 꼭 안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 조카에 대한 사랑과 소소밀밀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이 준 시간의 힘이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이모 삼촌들이 손주나 조카들을 생각하며 책 추천을 부탁해 오실 때가 있어요. 그럼 아주 성심껏 책을 골라드립니다. 아이에게 보내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림책이니까요.

 

책방에서는 작가와의 북토크, 그림책 서평쓰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어요. 그동안 열렸던 행사 하나와, 앞으로의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코로나 19로 인해 어렵게 섭외된 저자 강연이나, 워크숍이 모두 취소를 한 상태예요. 조금 잠잠해진다면, 저희가 쓰고 그린 책 『경주그림산책 소소하고 밀밀하게』와 함께 경주 드로잉 산책을 나가보고 싶어요. 상상만으로도 흰 종이 위에 그려지는 경주 풍경과 풀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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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독자에게 그림책을 즐기는 팁 하나 알려주신다면요?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을 먼저 봐야 해요. 글자를 몰랐던 유아기 때처럼 말이에요. 아이와 함께 그렇게 본다면 더욱 좋은 그림책 읽기의 방법일 거예요. 천천히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일까 상상을 하기도 하고, 멋진 장면을 마주할 때면 멈추기도 하며, 나의 경험과 상상을 적극적으로 글과 그림이 있는 세계로 동화시킬 수 있거든요. 특별히 그림책의 주제나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림책 자체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권의 그림책은 누군가에게는 후루룩 넘겨버리는 단 순한 책 한 권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는 삶의 순간이나 잊지 못할 아름다운 장면으로 오래도록 남기 때문이에요.

 

 

책방지기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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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거리』 를 읽으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어요. 오래전 이야기지만, 현재 전염병을 겪고 있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주인공은 하루거리(학질)라는 병을 앓고 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버거운 한 소녀입니다. 동네 아이들은 하루거리를 낫게 해 주기 위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소녀를 위로하고 감싸줍니다. 달빛이 내려앉은 빈방에 홀로 누워 있는 소녀를 보며,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거짓말처럼 소녀의 병은 낫게 돼요. 소녀를 보듬어 주고 걱정하는 친구들이 생겼기 때문일 거예요. 수묵화로 자연스럽고 단단하게 그려낸 그림은 그 시대를 겪어온 할머니의 살결과 무척 닮았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할머니의 약손 같은 그림책입니다.

 

 

 

* 그림책서점 소소밀밀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1092번길 16 (황남동)
영업시간 매일 오전11시~오후 7시,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54-624-5022
이메일 [email protected]
인스타그램 @sosomilmil


 


 

 

하루거리 김휘훈 저 | 그림책공작소
병든 순자를 위해 애쓰는 한동네 친구들의 천진하고 따뜻한 우정을 그렸습니다. 순자는 어려 부모를 여의고 큰아버지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밤낮없이 일만 하는 아이였어요. 한동네 사는 분이는 그런 순자가 점점 눈에 밟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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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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